사진으로 본 역대 대통령의 글로벌 매너 잔혹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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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31   |  발행일 2014-10-31 제35면   |  수정 2014-10-31
출판사 동문선 신성대 대표가 쓴 ‘품격경영’…
악수할 때 먼산 쳐다보고…건배할 때 밑 쳐다보고

국격(國格).

바로 ‘대통령의 품격’을 의미한다. 우리는 곧잘 대통령이 되면 그 매너와 격조, 에티켓이 저절로 갖춰진 것처럼 보지만 그건 일반인의 착각이다. 나라의 경제 규모는 어째어째 키워나갈 수 있지만 글로벌 리더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축적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규모 10위권에 든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국격 지수는 ‘낙제권’이라는 게 세계외교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연초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가치와 품격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품질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매너와 품격도 겸비해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부터 매너가 위태롭다. 그들 대다수가 정쟁에 휩싸여 대권다툼에만 혈안이 되었지, 글로벌 매너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미심장한 책이 한 권 출간됐다.

출판사 동문선 대표인 신성대씨가 욕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 역대 대통령의 품격이 얼마나 형편없는 가를 증거 사진을 제시하면서 조목조목 비판한, 상위 1%를 위한 글로벌 교섭문화 백서인 ‘품격경영’(동문선)이다. 복장은 물론 정상간 인사하는 방법, 의장대 사열법, 정통 디너파티 매너 등을 무려 1천100여쪽에 걸쳐 소개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 바지차림만 고집
이명박 가방 직접휴대 ‘난센스’
YS 양식 테이블서 젓가락 찾아
盧는 건배제의 후 혼자 원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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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직후 자신을 찾은 아웅산 수지 여사의 당당한 포스와 달리 상대의 눈을 제대로 못 보고 악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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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중 김용 세계은행총재 일행을 맞는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 대통령을 따라 모조리 두 손을 책상 밑으로 내려 어이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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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국빈환영만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옳지 못한 굴욕적 건배 자세. 고개를 똑바로 들고 상대와 눈맞춤 상태에서 건배해야 정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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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외교관례상 지니지 말아야 될 핸드백을 소파 앞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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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냅킨을 뭉개어 접어버린 노무현 대통령. 냅킨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무지. 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서양인들은 음식이 나오기 전에 냅킨을 이처럼 구기는 것은 ‘당신과는 식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박근혜 대통령 패션외교는 품격 이하

박근혜 대통령의 복장을 두고 ‘패션외교’ 운운하며 찬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박 대통령의 복장은 흡사 스타트렉 SF영화 우주선이나 크루즈선 승무원들, 호텔 종업원 유니폼을 연상케 한다. 자칫 비행기 여승무원이 먼저 내리는 줄 착각하기 십상이다.

현재 세계의 여성 지도자 중 치마 대신 바지를 입는 이가 꽤 있지만, 이는 몸매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치마로는 굵은 허리를 감출 수가 없어서 바지를 선호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지 차림을 할 이유가 없다. 치마 정장으로 여성성을 강조해서 상대방의 신사도를 자극시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그래도 끝까지 유색 바지 차림을 고집하겠다면 신발과 스타킹이라도 반드시 바지색과 맞춰야 한다. 여성이라도 바지를 입으면 남성과 동등하게 대접하는 것이 글로벌 매너다. 따라서 맨살 스타킹이 아닌 바지색 양말을 신는 것이 정격.

여성 대통령이니까 만찬에서 한복을 입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자신의 전통복장을 지나치게 고집하다보면 글로벌 무대에서 자칫 오해받을 수도 있다. 아직 글로벌화가 덜 된 미개국 내지는 개도국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미 일상복이 된 전통의상이라서 무방하다. 하지만 한복은 그렇지 않다.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만 한복이 있는 게 아니다. 세계 모든 민족은 나름의 전통복식을 다 갖고 있지만 굳이 남의 나라에까지 가서 자기네 전통복식을 자랑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한복은 다른 옷과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상대와 인간적인 교감이 차단되기 쉽다. 해서 지도자는 물론 글로벌 리더라면 누구나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고 나가는 것이다. 정히 한복을 입고 싶으면 국내에서 입어야 한다. 차라리 글로벌 매너와 교양을 갖추었으면서도 한복에 잘 어울리는 여성 명사를 한복 차림으로 초대해서 오찬이나 만찬 메인테이블에 앉히는 게 자연스럽다.

◆대통령이 가방을 직접 들고 다니는 한국적 난센스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가방 들고 해외순방하는 것이 ‘세일즈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을 때 가방을 들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라면 한국 국민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후진국 정상이라면 뭔가 선물을 담아가려고 왔나보다 하고 웃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가방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것은 남을 믿지 못하는 심성의 반영이다.


◆건배도 할 줄 모르는 한국대통령의 테이블 매너

백악관 오찬에서는 미국측 인사와 한국 수행원이 사이사이 교대로 앉아 식담(食談)을 나누게 되어 있다. 그런데 동방예의지국의 손님들은 예외 없이 식사 시간 내내 ‘식불언(食不言)’이다. 결국 매번 ‘소통 불능 짐승들과의 오찬’ 사진만 남기고 온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첫 해외순방인 미국 방문 때 백악관 만찬에서 건배를 직접 제의하고서는 좌우 잔맞춤도 없이 혼자 원샷하는 ‘대형사고’를 내고 말았다. 기겁을 한 비서진이 귓속말로 주의를 주자 재건배를 제의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김영삼 대통령은 포크와 나이프가 불편하자 젓가락을 찾는 바람에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건배를 할 때 자라목으로 고개를 숙여 굽신건배를 하여 국격을 ‘하인격’으로 떨어뜨리고 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각국 교민들과의 만남에서 건너편 자리까지 팔을 뻗는 ‘오버 더 테이블 건배’를 일삼아 어글리 코리아 이미지를 남발했다.

건배든 악수든 상대의 눈을 봐야함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 이후 이를 지키는 한국 대통령은 거의 없다.

◆세계 유일의 허리 굽히는 의장대

세계 어느 나라 의장대도 허리를 굽히거나 눈을 내리깔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 전통 의장대만 고개를 숙여 국빈에게 눈맞춤을 하고 있다. ‘어소 옵쇼’가 곧 사열인 줄 안다. 효종실록에는 ‘갑옷 입은 군사는 본래 몸을 굽혀 절하는 법이 없다. 어가가 지날 때 두 손을 맞잡고 몸을 편 채 꿇어앉아서 단지 경건하게 대기하는 예만 행해야 할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예로부터 대개의 선진국에서는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여 눈을 내리깔면 ‘복종’의 의미로 본다. 의장대를 사열할 때는 방문한 정상이 반드시 고개를 돌려 피아노 건반을 훑듯 눈길을 줘야 한다. 그런데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과 이명박 대통령은 시종 앞만 보고 걸었다.


◆시선을 못 맞추는 어글리 인사법

악수할 땐 배를 내밀어 허리선을 바로 세운뒤 가슴을 펴고 머리까지 직립으로 세운 상태로 손만 뻗어야 한다. 이때 절대 손을 쳐다보지 말고 상대와 시선을 맞춰 ‘눈방긋’ 인사를 한다. 특히 여성인 경우 허그나 볼키스인 ‘비주(Bisou)’도 가능하다. 한국에서처럼 고개만 끄덕이는 인사법은 금기다. 이는 ‘짐승의 인사법’으로 상대가 속으로 불쾌해 한다.

화동과 건배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눈높이 대화를 하기 위해 일부러 꿇어 앉아주는 게 예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늘 허리만 굽히는 수준으로 엉거주춤한 인사를 했다.

건배를 할 때도 자기 잔을 보지 말고 반드시 상대 눈을 응시해야 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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