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결과보다 핵심 가치가 지속적 발전의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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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7   |  발행일 2014-11-07 제23면   |  수정 2014-11-07
20141107

한국의 놀라운 압축성장
극단적 결과중심주의 낳아
이는 지속적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없어
지속적 발전의 가치 찾아야

1960년대에 경제개발과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우리 사회를 주도해온 철학은 결과중심주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선진국들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마음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극단적 결과중심주의를 낳았다. 웬만한 부정부패나 편법, 부도덕은 결과창출 과정의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용인됐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압축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세월호 참사나 성남 통풍구 사고 등에서 나타나듯 결과중심주의의 부작용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심각한 한계에 부딪혔으며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 꺼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 조직, 국가를 막론하고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쇠락한다. 발전도 쇠퇴도 아닌 현상 유지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역사는 물론 주변을 살펴봐도 한때 영원할 것 같던 개인이나 조직, 국가가 갑자기 몰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리학의 거장 매슬로는 이상적인 삶을 위해서는 특정 목적이나 욕구 추구에만 장기간 머물러서는 안되고 일평생 더 높은 단계를 향해 끊임없이 상향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각자 타고난 소명과 잠재력을 모두 이루는 자아실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발전하는 상향적 변화는 어떻게 성취할까.

많은 기독교인들이 회개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다는 어떤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행동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손해나 환난을 초래하면 그 부정적 결과에 초점을 맞춰 후회하고 자책하는 것을 회개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기독교적 회개란 결과에 상관없이 그 행동 자체가 절대자인 신의 선하고 의로운 뜻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뉘우침과 신이 원하는 길로 되돌아가는 근본적 변화에 대한 결단이어야 한다는 것이 설교의 핵심이었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 국가가 끝없이 발전하는 기반이 되는 행동원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에 접어든 이래 전 세계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보는 관점은 결과중심주의가 주도했다. 인간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행동 자체의 내용을 막론하고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면 계속 반복되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이며 그렇지 않으면 버려야 할 행동이라는 것이다. 각자가 이익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는 신자유주의는 결과중심주의의 극단적 형태다.

그러나 결과중심주의는 지속적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결과의 모호성이 문제다. 기업의 이익과 같은 특정 결과를 창출해내는 행동은 한 가지가 아니며 무수한 행동들과 조건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산물이다. 따라서 어느 행동이 실제로 결과창출에 기여했는지 알기 어렵다. 또 과거에 원하는 결과를 창출하는 데 실제로 기여했던 행동이라도 환경이 바뀐 미래에도 계속 같은 결과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리고 실제 결과창출 여부를 경험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행동은 아예 시도해 보지도 않게 된다.

대안은 무엇일까. 결과의 손익 여부에 상관없이 행동 자체가 바람직한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 가치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절대적 가치관을 등대 삼아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지속적 발전의 진정한 기반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위기의 원인은 그동안의 숨 가쁜 압축성장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될 가치관을 잃어버린 것이다. 경영컨설턴트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핵심 가치의 철저한 준수라고 했다. 설사 기업이 망할 위험이 있더라도 핵심 가치만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개인의 경우에는 삶의 궁극적 지표가 될 종교나 도덕적 가치관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21세기 우리 사회의 지속적 발전의 등대가 될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서둘러 찾아야 할 때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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