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어업 백년지대계, 청년리더 양성 프로젝트] (7) 우리는 경북도 농어업 청년리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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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0   |  발행일 2014-11-20 제10면   |  수정 2014-11-20
“대학 간 친구 부럽지 않아” 부농 꿈 키우는 당찬 19살 농사꾼들
경북 농업 100년을 이어나갈 농어업 청년리더 양성을 위한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거두고 있다. 농어업 청년리더 프로젝트 시행 3년차인 지금, 경북 농림수산계 고교에서 청년리더 교육을 받은 17명의 청년이 김천, 안동, 영주, 문경 등 지역 곳곳에서 영농을 시작했다. 참외에서 감자, 한우, 벼, 블루베리 등 품목도 다양하다.

농림수산계고 졸업생마저 열에 아홉은 졸업 후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로 나가고 있는 실정에서, 한 명의 청년 농업인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고교 졸업 후 영농을 하며 당당히 농업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농어업 청년리더들을 만나봤다.

“농업은 나의 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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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조마면 감자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경북도 농어업 청년리더 김사운군과 그의 어머니가 방금 캔 감자를 들고 웃고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김천시 조마면의 한 마을. 감자가 맛있기로 이름난 고장답게 곳곳에 감자밭이 눈에 띄었다.

감자가 쑥쑥 크고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경북도 농어업 청년리더 1기 김사운군(19)과 그의 어머니를 만났다. 김군과 어머니 김금자씨가 토실토실 잘 영근 감자를 내보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훤칠한 청년인 김군의 얼굴에는 올 초 고교를 갓 졸업한 앳된 티가 남아 있었다. 그는 이 마을에서 가장 막내 농부다. 조마면 전체를 살펴봐도 20대 농부는 1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4남매 중 셋째인 김군은 올해 김천생명과학고를 졸업하자마자 부모의 감자밭과 자두 과수원 등지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영농을 배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용돈을 벌기 위해 부모 밭과 과수원에서 일을 도운 김군은 농사일이 본인 적성에 잘 맞다고 생각했다.


■ ‘조마면 막내 농부’ 김사운군

 

친구들 책상에 앉아 공부할 때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습·체험
“장래 꿈은 딸기 체험농장 운영
내 농장 경영하는 사장되고파”


“고교 2학년 때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고, 청년리더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남들처럼 회사 들어가 박봉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진 않겠다고 생각했죠. 청년리더가 되면 지자체 등에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어요.”

김군의 선언은 어머니에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4남매 중 한 명은 부모를 이어 농사를 짓길 바랐지만, 하필 몸이 마르고 약한 셋째 아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이내 마음을 바꿨다.

“돈만 있으면 아무나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에 흔해 빠진 대학 졸업장을 갖는 것보다, 소신껏 영농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나 자신이 농업과 농촌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일한 만큼 돈 벌고, 농한기엔 마음껏 취미생활을 하거나 문화를 즐길 수 있어요. 각박한 도시 생활에선 꿈꿀 수 없는 여유로운 삶이죠. 지금은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아주 든든합니다.” 어머니 김금자씨가 웃으며 말했다.

예비 청년리더가 된 김군의 고교생활은 다른 학생과 달랐다.

“다른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때, 예비 청년리더들은 전국을 다니며 실습과 체험을 했어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성주 버섯농장에서의 실습이 기억에 남아요. 23세인 형이 아버지와 함께 경영하는 농장이었는데 ‘부농이 된 비결’ 등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김군의 꿈은 장래 딸기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것.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해 6차 산업을 실현하는 것도 꿈이다. 그 꿈을 위해 김군은 성주과채류시험장 등지에서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다. 또 전국의 딸기재배농이 만든 네이버 밴드에도 가입했다. 올해는 김군이 집에서 수확한 자두를 인터넷이나 SNS을 통해 판매하면서, 판로가 걱정이던 부모님의 시름도 덜어드렸다.

“언젠가 나도 내 농장을 경영하는 ‘사장님’이 되고 싶어요.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지에서 보고 온 ‘새로운 농업’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은 미래엔 무작정 대학에 간 친구들보다 훨씬 더 성공해 있지 않을까요?”

“부농의 꿈 키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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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감천면 참외 비닐하우스 앞에서 경북도 농어업 청년리더 남성재군과 그의 부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군은 졸업 후 영농을 시작해 올해 2천만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

김천시 감천면 참외 비닐하우스에서 한 청년이 농사일에 여념이 없었다.

비닐하우스 주인은 경북도 농어업 청년리더인 남성재군(19). 남군은 졸업 후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한 후, 참외 비닐하우스 세 동을 부모에게 지원받아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배치고사에서 최상위권 성적으로 김천생명과학고에 입학한 남군은 대학 진학이 아닌 영농을 선택했다. 대학은 농업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을 때 가겠다는 게 남군의 생각이다.

이미 고교 졸업반 때부터 부모의 참외 비닐하우스 세 동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남군은 올해 첫 수확을 했다. 매출은 2천500여만원. 열아홉 살 사회 초년생이 단 세 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올린 수익이 웬만한 중소기업 초봉과 맞먹는다.


‘대학보다 영농’ 남성재군


부모 지원받아 직접 참외 농사
올해 첫 매출 2천500만원 뿌듯
“한·중 FTA 농촌 걱정거리로
위기 극복은 젊은 농업인 몫”


남군의 휴대폰과 달력에는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처음 참외를 딴 날과 수량, 상자당 판매금액 등이 꼼꼼히 표시돼 있었다. 농부에게 수확의 기쁨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 남군은 조금씩 농사량을 늘려 부모를 넘어서는 부농이 되겠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있다. 청년리더에게 지원되는 창업기금(3년간 매년 500만원씩)은 남군의 꿈을 위한 소중한 씨앗자금이 될 것이다.

“제 손으로 키운 참외를 팔아 돈을 버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수익 중 일부는 비닐하우스를 빌려준 부모님께 드리고, 남은 돈으로 집에 TV를 새로 한 대 샀어요. 첫 수확한 참외 몇 개를 모교 선생님과 손재근 전 경북대 농산업학과 교수님께 갖다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현재 남군의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다.

“방금 전에도 ‘비닐하우스 차광막을 내리라’며 아버지가 조언을 해주셨어요. 농업인의 길을 먼저 걸어간 부모님에게 배울 게 정말 많아요.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을 미리 알고 코칭해 주시죠. 우리나라 농업교육도 이같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졸업하고 보니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운 것보다 실습을 하면서 선배 농업인에게 배운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농업계고 학생들에겐 국어의 문법, 수학의 미적분보다 더 중요한 게 비료와 농기계 공부가 아닐까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비료의 종류와 쓰임새가 얼마나 다양한지 당황했거든요.”

남군은 예비 농어업 청년리더가 된 이후 체험한 많은 실습교육 중 ‘네덜란드 연수’를 최고로 꼽았다.

“네덜란드 농가는 마치 잘 지어진 공장 같았어요. 영농방식도 매우 과학적이었죠. 특히 화훼농가는 규모가 너무 크고, 체계적이라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장래 저의 영농방식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죠.”

남군의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창 멋부릴 나이에 영농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대학에 간 또래 친구들의 현실이 그렇게 밝아보이진 않았어요. 오히려 암울해 보였죠. 저는 일찍 진로를 결정한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일찌감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어요. 사실 얼마 전 타결된 한·중 FTA는 부모님이나 저에게 걱정거리예요. 중국이 막대한 물량과 싼 노동력으로 덤비면 당해내기 쉽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열심히 농업 관련 공부를 하고, 신기술을 익혀서 가격만 싼 중국 농산물과 어떻게든 차별화를 시킬 겁니다. 이것이 저같은 젊은 농업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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