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寶庫 김천을 이야기하다 .29] 전국체전으로 하나된 김천

  • 임훈 박현주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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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0   |  발행일 2014-11-20 제11면   |  수정 2014-11-21
수원 벽 넘자 부천 ‘돌발 암초’…개최지(2006년 전국체전) 선정 다시 안갯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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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삼락동 김천종합스포츠타운에는 전국체전의 김천 유치를 기념하기 위한 전국체전기념탑이 서 있다. 550여t의 무게에 30m 높이의 위용을 자랑하는 기념탑은 충북대 류경원 교수의 작품으로 김천인의 기상을 강조하고 있다.

김천은 지방 중소도시 최초로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를 개최한 도시다. 전국체전은 통상 광역시나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 열렸지만 2006년 10월17일부터 7일간 김천에서 열린 전국체전은 달랐다. 당시 15만여명의 인구를 보유한 김천은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에서 대회를 열던 대한체육회의 관례를 깨고 전국체전을 유치했다. 41개 종목 2만6천44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김천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참가했다. 대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김천시민들의 열정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국체전을 치렀던 김천종합스포츠타운은 매년 수십개의 국내외 대회를 유치하며 시설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큰 대회를 치러냈다는 김천 체육인들의 자긍심도 여전히 높다. ‘스토리의 寶庫 김천을 가다’ 29편은 전국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작지만 강한 도시의 면모를 드러낸 김천의 이야기다.


부천 “규정따라 경기도가 먼저” 주장
전례 없던 무기명 표결까지 간 끝에
지방 중소도시로는 첫 체전 유치 성공

“88서울올림픽 유치 때처럼 얼싸안고…
지역민에겐 올림픽 이상의 기쁨이었지”
똘똘 뭉쳐 큰 일 해냈다는 자긍심 여전


◆ 불가능에 도전하다

2000년 5월,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제38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열렸다. 도민체전에 참석한 경북도체육회 임원들은 한 달 전 준공한 김천종합운동장의 시설을 둘러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정도의 시설이라면 전국체전을 치러도 될 것 같습니다만.” 흐뭇한 표정의 경북도체육회 임원들이 김천시와 김천시체육회 인사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당시만 해도 전국 각 지역의 2002 한·일 월드컵 경기장 대부분이 준공 전이어서 지방에는 변변한 체육시설이 없던 터였다.

훌륭한 경기장 시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택에 제38회 도민체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김천시와 향토 체육계 인사들은 전국체전을 김천에 유치하자는 의견을 모은다. 김천에 들어선 경기장 시설에다 시민들의 열정을 더한다면 큰 대회라 할지라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국체전 김천 유치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김천의 도시 규모는 기존의 전국체전 개최도시에 비해 너무 작았다. 전국체전은 서울·대전·대구·부산을 비롯한 광역시급 이상의 대도시와 전주·청주 등 지역 거점 도시에서 개최되는 것이 상례였다. 1995년 제76회 전국체전이 포항에서 열리긴 했지만, 포항 역시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였다. 15만여명 인구의 김천과는 사정이 많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봅시다.” 2001년 5월15일, 김천시와 김천시체육회 인사들은 경북도체육회에 전국체전 유치를 신청한다.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까짓것 한 번 해보자’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시·도 개최 순서로 전국체전 개최지를 결정하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상 경기도가 유리할 것이 분명했지만, 잘 준비한다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전국체전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었다.


◆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김천의 전국체전 유치전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경북도내에서 유일한 전국체전 유치 희망 도시인 줄 알았지만, 2001년 7월27일 구미가 전국체전 유치에 뛰어들면서 경쟁체제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경북도체육회는 2001년 12월22일, 제4회 이사회를 갖고 유치신청 도시 김천과 구미가 참여하는 제안설명회를 열었다. 이후 경북도체육회 실사단은 후보지인 김천과 구미를 정밀조사했다. 2003년 3월21일, 김천이 경북의 전국체전 유치신청 단일 후보지로 결정되었다.

김천이 경북의 전국체전 단일 후보지로 결정된 데는 김천시와 김천시체육회 관계자들의 노력이 컸다. 이들은 전국체전 김천 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영상자료와 책자를 마련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게다가 김천은 인구 대부분이 토박이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전국체전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유치 열망도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김천은 전국체전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고,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경북의 전국체전 유치희망 도시가 김천으로 결정됐지만, 이미 경기 수원과 전남 목포 등도 대한체육회에 전국체전 유치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특히 수원의 경우 100만여명의 인구를 보유해 김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시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김천시 및 지역 체육회 관계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한체육회 이사들을 상대로 전화와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전국체전의 김천유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김천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 체전위원회는 2003년 11월27일 수원을 제치고 김천을 2006년 전국체전 주 개최지로 선정, 이사회의 승인만 남겨두게 된다.

이처럼 김천의 전국체전 유치가 수월하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개최지 결정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경기 부천의 전국체전 유치 신청으로 개최지 결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경기도 다음에 경북이 개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부천의 전국체전 유치를 주장했다.

대한체육회의 관례를 깨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제87회 전국체전의 개최지 결정은 2004년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김천시와 향토 체육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김천은 2004년 2월4일 제87회 전국체전 개최지로 결정됐다. 개최지 결정은 대한체육회 역사상 최초의 무기명 표결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19대 8이라는 압도적 표차이로 김천이 선정됐다. 당시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은 “무기명 표결로 결정된 전국체전 개최 결정은 대한체육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많은 우려를 하였으나 양 시가 모두 인정하는 좋은 결과를 맺었으며 전국체전에 대한 열정을 끌어올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전국체전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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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회 전국체전 개회식이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김천은 인구 50만명 미만의 지방 중소도시 최초로 전국체전을 개최한 도시다. <김천시 제공>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비유되었던 김천의 전국체전 유치가 성공하자 김천시민의 사기는 한껏 드높아졌다. 김천시내 곳곳에는 전국체전 김천 유치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인우 김천시체육회 부회장(69)은 “김천의 전국체전 개최가 확정되자 우리는 마치 대한민국이 88서울올림픽을 유치했을 때처럼 얼싸안고 기뻐했다. 전국체전을 유치한 향토체육인들의 기쁨은 올림픽의 그것보다 컸다”면서 당시의 감흥을 떠올렸다.

전국체전의 김천유치 확정 이후에도 김천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대한체육회에서는 김천이 과연 전국체전을 치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임원들을 김천에 보냈다. 실사 중에 미비점이 발견되면 다른 도시로 대회를 반납시키려 했지만, 김천의 전국체전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경북 내륙의 소도시는 전국 체육인들을 위한 축제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006년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은 김천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1개의 세계신기록, 59개의 한국신기록, 212개의 대회신기록이 쏟아졌으며 김천을 비롯한 경북이 스포츠 중심지역으로 성장하는 계기기 되었다. 숙박시설의 부족으로 일부 선수단이 불만을 토로하긴 했지만, 정감 넘치는 김천시민들의 환대는 선수단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대회 내내 경기장 관람석은 관중으로 가득찼다. 상당수가 동원관객이 아닌 자발적 참여였기에 그 의미는 더욱 더 컸다.

일반적으로 관객이 적은 폐회식에서조차 3만여명의 관중이 찾아 김천종합운동장은 인사태를 이루었다. 지금도 김천시민들은 지역의 체육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김천에서 열리는 전국단위 씨름대회 등 지역의 체육·문화 행사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하다. 김천은 전국체전을 치른 이후에도 경기장의 관리 및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니스, 수영, 인라인 종목에서도 수준급의 경기장 인프라를 보유한 김천은 매년 30~40여개의 국내외 대회를 유치, 체육 관련 시설의 효율적 이용에 나서고 있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사진=손동욱 기자 dingdong@yeongnam.com

▨도움말=이인우 김천시체육회 부회장
▨참고문헌=제87회 전국체육대회 백서
공동기획: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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