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 입원시켜 수익 올린 '나쁜' 정신과병원들

  • 입력 2014-11-20 11:48  |  수정 2014-11-20 11:48  |  발행일 2014-11-20 제1면
사회단체 "대구 등 전국 병원 6곳"…인권위에 진정

 박모(44)씨는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해 왔다.

 그러던 중 올해 4월 10일께 자신을 병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남자가 찾아 왔다.
 그는 병원에 가면 술, 담배, 간식비를 준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박씨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찾아간 곳은 경북의 한 병원.
 이곳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한 병원이었다.


 입원 당시 박씨는 십이지장궤양,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있을 뿐 신경·정신과적질환은 없었다.
 그는 의사 진단도 없이 입원해 1개월간 생활하다가 나왔다.


 이 병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 정신적 질환이 없는 노숙자를 유인해 입원시킨 뒤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한 병원은 지적 장애가 있는 30대 여성 노숙자 홍모씨에게 담배를 준다며 유인한 뒤 입원시켰다.
 이 노숙자가 전철역에 누워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어머니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또 강모(53)씨는 서울역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한 병원 직원을 만났다.
 술을 사주는 그를 따라나선 강씨는 2013년 8월께부터 11월께까지 경북의 한 병원에서 입원했다.


 강씨는 호흡기 질환이 있어 다른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제시했지만 이 병원은정신건강의학과만 두고 있었기 때문에 별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에서 들여온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해 입원자의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이다.


 이밖에 경북의 또 다른 병원도 류머티즘 증상을 호소하는 노숙자를 유인해 입원시키고 나서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은 채 폐쇄병동으로 옮겼다.


 '요양병원 대응 및 홈리스 의료지원체계 개선팀'이 최근 서울의 노숙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국 6곳의 병원이 거처, 물품 제공 등으로 유인한 뒤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팀은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회진보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5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개선팀은 "6개 병원은 해당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입원시켰을 뿐만 아니라 병명을 조작하고 질병 치료와 무관한 약을 복용하도록 해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했다"며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는 비슷한 상황의 입원자가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관리감독과 노숙인의 보호주체임에도 의무를게을리해 피해사례가 발생한 만큼 제도·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보건복지부와 병원 6곳의 개선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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