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 ‘잉카마야박물관’ 만든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와 부인 주미영 관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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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1   |  발행일 2014-11-21 제33면   |  수정 2014-11-21
우린 ‘駐韓 잉카·마야제국 대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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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와 부인 주미영 문경 잉카마야박물관장 부부. 김 전 대사는 28년간의 외교관생활을 접고 지난 7월 문경시 가은읍 전곡리 옛 문양초등학교를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해 둥지를 틀었다. 부부가 2층 전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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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가은읍 전곡리에 자리를 잡은 잉카마야박물관.

 

대구 출신…28년 외교관 생활
중·남미국가서 20년 이상 근무
잉카·마야 유물 2천여점 모아
폐교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카미노 레알(Camino Real).’

고대 잉카제국의 옛길이다. 잉카문명의 후예인 인디언은 이 길을 ‘카팍냔’이라 불렀다. 하지만 1531년, 스페인이 남미를 침략한 다음부터 이 길은 ‘제왕의 길(Camino Real)’로 서방에 알려진다. 이 길은 태평양을 낀 에콰도르의 도시 ‘키토(Quito)’에서 시작해 남미 안데스산맥을 따라 잉카제국의 수도 페루의 ‘쿠스코(Cusco)’를 거쳐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장장 5천229㎞에 달하는 도로망이다. 카미노 레알은 해발 5천m 이상의 고원지대를 통과한다. 잉카인은 길을 내기 위해 바위산을 만나면 터널을 뚫고, 가파른 절벽에는 계단을 만들며, 계곡과 계곡은 줄다리로 연결했다. 잉카인이 이 길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이유는 물자교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군사적 목적이 더 컸다. 스페인의 정복군은 문자와 말, 바퀴, 화약이 없는 인디언을 미개인들로 보았으나 잉카인이 로마제국에 필적할만한 도로망을 건설한 것을 발견하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이 대동맥을 따라 위대한 잉카문명이 탄생했다. ‘카미노 레알’은 이제 중·남미 국가의 일류호텔을 지칭하는 의미로 남아있다.

이 ‘카미노 레알’이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 문경에 ‘잉카마야박물관’(문경시 가은읍 전곡리 288-2)이란 이름으로 둥지를 틀었다. 박물관 주변의 산세도 수려하다. 근처에는 맑은 하천이 흐르고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있다. 가은읍은 후백제 견훤왕과 그의 아버지 아자개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 7월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폐교됐던 문양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아담한 2층 건물의 잉카마야박물관은 특별히 오토캠핑장을 겸하고 있다. 플라타너스가 심겨있는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과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도 최고급호텔에서 숙박한 것보다 더 행복하다면 그곳이 바로 ‘카미노 레알’이다.

캠핑장 옆 박물관에선 일류호텔이 제공할 수 없는 귀한 잉카마야의 진품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1층에는 잉카전시관과 마야전시관이 있다. 잉카관에는 에콰도르, 볼리비아의 옛 토기를 비롯해 ‘차스키(Chasqui)’라고 불렸던 파발꾼의 실물 마네킹도 전시하고 있다. 물론 전통의상과 모자를 쓰고 있다. 이 밖에 인디오의 전통그림인 ‘티구아(Tigua)’와 볼리비아의 목기 ‘케루(Keru)’도 보여준다. 유명한 티티카카호수의 갈대 배도 바나나 모양으로 만들어 재연했다.

마야관에는 멕시코 사포텍 농경의 신과 전사 게레로의 조각품, 파나마와 과테말라 토기와 전통의상 등을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사무실과 천사관, 도서관이 있다. 천사관에는 ‘칼라마르카의 천사장’ 그림이 걸려있다. 바로크풍 의상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는 이 그림을 ‘쿠스케냐(Cusquena)화’라고 한다. 낚싯줄에 물고기를 들고 있는 산 라파엘과 칼, 방패, 천칭을 들고 있는 산 미구엘, 나팔을 불고 있는 무시코와 화승총을 들고 있는 아르카부세로도 있다. 또 야마 털로 짠 다양한 색상의 인디언 전통모자 유추도 여러 개 전시하고 있다.

잉카마야문명을 소백산맥 자락으로 옮겨놓은 주인공은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62)와 부인 주미영 잉카마야박물관장(56)이다. 김 전 대사는 대구출신이다. 경북대사대부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9년 외무고시(13회)에 합격한 뒤 28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다. 이 가운데 20년 이상을 중·남미 국가에서 보냈다. 그는 2010년 영산재단(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이 수여하는 ‘올해의 외교인상’을 받은 뛰어난 외교관이다. 이 상은 외교 일선에서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업적과 성과를 남긴 정부 및 민간 인사를 선정해 시상하는데, 당시 현직 외교관으로선 김 전 대사가 최초였다.

지난 9일, 문경잉카마야박물관에서 김 전 대사 부부를 만나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 긴 대화를 나눴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김 전 대사 부부의 라이프스토리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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