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헝거게임:모킹제이·퓨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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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1   |  발행일 2014-11-21 제42면   |  수정 2014-11-21

헝거게임:모킹제이 (장르:판타지 등급:15세 관람가)
시리즈 최종판 중 1편…세상을 구할 반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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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끝났지만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를 다룬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절대권력 판엠이 짜놓은 가상의 헝거게임이 막을 내리고, 현실 세계에서의 생존을 위한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와 캐피톨의 대결 구도로 압축된다.

캣니스는 헝거게임이 끝나고 자신의 고향인 12구역이 캐피톨의 폭격으로 파괴되자 절망감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12구역의 생존자들이 13구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13구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이 지역의 대통령이자 혁명군의 지도자인 코인(줄리안 무어)을 만나게 된다. 코인은 캣니스에게 혁명의 불꽃이자 반군의 상징인 모킹제이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캣니스는 캐피톨의 횡포에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고자 이를 수락한다.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최종판으로 서사의 스케일을 고려해 두 편의 영화로 나뉘어 개봉한다. 소년소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죽음의 헝거게임은 끝났지만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만큼 스케일은 한층 커졌고 ‘헝거게임’ 특유의 어둡고 진중한 세계관은 더 넓고 깊게 영화 전반을 감싼다. 특히 액션 판타지의 장르적 재미를 추구했던 전편들과 달리 ‘헝거게임: 모킹제이’가 중요하게 다룬 건 인물 간의 심리전에 주목한 ‘프로파간다’다.

코인은 스노우(도널드 서덜랜드) 대통령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공화국을 세우려 한다. 캣니스는 과거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시도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점에서 캣니스와 코인은 새로운 판엠을 건설하려는 동일한 이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캣니스는 그동안 캐피톨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일들 때문에 코인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코인 역시 두 차례의 헝거게임과 피타(조쉬 허치슨)를 잃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나약해진 캣니스가 과연 모킹제이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혁명군의 브레인 플루타르크 헤븐스비(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담당한다. “캣니스의 분노와 증오는 바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라며 코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캣니스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묘미 중 하나인 캣니스의 활약상은 이 과정에서 흥미롭게 진행된다. 캣니스는 이제 스스로의 목숨을 지켜내는 일보다 캐피톨에 대항해 전 구역 사람들을 규합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피타 역시 스노우 대통령에게 납치돼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된다. 이는 ‘헝거게임: 모킹제이’가 전편들에 비해 미디어의 속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주 무대는 75년 동안 은밀하게 숨겨졌던 13구역이다. 오래전 반란을 일으켜 파괴되었다고 전해졌던 13구역은 철저한 통제와 질서 아래 지하에 구축된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코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캐피톨과의 전면전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캣니스를 둘러싼 삼각 관계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캣니스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게일(리암 헴스워스)과 이제 비운의 연인이 된 피타가 그 중심축이다.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헝거게임’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한 것이 이번 영화의 핵심이라고 본다면, 원작과 달리 새롭게 태어난 조력자들의 활용 역시 만족스럽다. 캐피톨의 충성스러운 시민에서 캣니스의 조력자로 등장한 에피 트링켓(엘리자베스 뱅크스)을 포함해 천재 해커 비티 라티어(제프리 라이트), 캣니스를 돕기 위해 13구역으로 망명한 크레시다(내털리 도메르) 등이 그 대표적인 캐릭터다.

무엇보다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해 주요인물로 부각한 코인 역의 줄리언 무어와 고(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묵직한 존재감은 유독 빛난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영향력과 상징성은 물론, 제니퍼 로렌스의 스타성은 그 덕에 더욱 확고히 다져질 수 있었다. 최종편은 2015년에 찾아온다.


퓨리 (장르:전쟁 등급:15세 관람가)
연합군 ‘셔먼’ vs 독일 ‘티거’ 전차대결 신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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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인 1945년. 소년소녀까지 전장에 투입시킬 만큼 수적 열세에 놓여있는 독일군은 연합군을 상대로 마지막 항전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연합군 역시 오랜 전쟁으로 인해 피해와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 전쟁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워 대디(브래드 피트)는 잠시의 휴식도 없이, 다시 전차부대를 이끌고 적의 거점을 뚫기 위해 진격해야 한다.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이지만 이제 그에게 남은 건 걸핏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퓨리 전차 한 대와 지쳐버린 부대원뿐. 전투경험이 전무한 신병 노먼(로건 레먼)이 이들에게 새로이 배치되고, 워 대디는 바이블(샤이아 라보프), 고르도(마이클 페나), 쿤 애스(존 번탈) 등과 함께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퓨리’는 규모의 미학을 앞세운 기존의 스펙터클한 전쟁영화를 따라가기보다는 주요 캐릭터들의 서사와 리얼리티에 주목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밀도있는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이들에게 최소의 인원과 최악의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극대화된다. 퓨리 부대원은 적진에 고립돼 있는 아군을 구해내고 대전차포로 무장한 독일군을 궤멸시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이미 몇 차례의 공격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군 전차의 피해만 불러왔다. 이제 남은 전차는 퓨리를 포함한 다섯 대가 전부. 그마저도 선두에서 진격 중이던 지휘관 전차는 적의 기습공격에 파괴된 상황.

남은 전차부대의 지휘권을 넘겨 받은 워 대디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오랜 기간 사선을 함께 넘나들었던 부대원들과 이제 분신과 다름 없는 전차 퓨리가 있어 든든하다. 물론 뛰어난 지휘능력과 빠른 판단력을 지닌 그에 대한 부대원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서로에 대한 두터운 믿음은 그들이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신병 노먼은 그 점에서 이들과 쉽게 화합될 수 없는 이물질 같은 존재다. 행정병 출신으로 총 한 번 제대로 쏴본적 없는 그는 인간적인 감정이 사라져 버린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화자의 역할로 위치한다.

중반까지 노먼의 시선으로 바라 본 전쟁의 참상은 지옥과 다르지 않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빗발치는 총탄과 포탄에 사지는 절단나고 파편화된 신체는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전차의 무한궤도에 깔린 시신은 형제마저 사라졌다. 살기 위해선 적응해야 한다. 포로로 붙잡힌 적군을 사살하라고 명하는 워 대디에게 반항하던 노먼은 결국 깨닫는다. ‘이상은 평화롭고 역사는 폭력적’이라는 것을. 전쟁에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한 영혼이었던 노먼은 워 대디의 가르침을 통해 차츰 변모해간다. 그리고 그의 극적 감정 변화는 이야기의 한 축을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전차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서사를 완성해가는 주요 공간이다. 좁디좁은 전차 안에서 이들은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대원들이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선 죽음의 공포에 길들여져 있는 그들이라도 이를 이겨내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모든 장면을 디지털 방식이 아닌 필름 촬영을 통해 전쟁터의 거칠고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포착했다. 전차 내부도 실제 전차의 빛의 각도와 활용을 고민한 끝에 완성해냈다. 제작진은 보다 사실적인 전쟁 액션을 담기 위해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됐던 전차를 영국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서 공수해왔다.

그중 한 대가 76㎜ 총포를 가진 셔먼 전차로, 바로 퓨리의 실제 모델이다. 퓨리의 무서운 강적으로 등장하는 독일군 티거 전차도 실제 모델을 주행이 가능하도록 복원해 영화에 등장시켰다. 덕분에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셔먼과 티거 전차의 전투 신은 사실적 긴장감이 가미된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철저한 고증과 사실에 입각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뚝심이 빚어낸 야심찬 결과다.

확실한 포인트를 정해 이를 집중 공략한 ‘퓨리’의 영화적 접근 방식은 주효했고, 브래드 피트를 포함, 샤이아 라보프, 로건 레먼, 마이클 페나 등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이 영화의 깊이감을 더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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