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자활센터의 빛과 그늘’

  • 명민준,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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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4 07:36  |  수정 2014-11-24 07:36  |  발행일 2014-11-24 제6면
기초수급자 자활 근로→소득 증가→수급자 탈락→자립 포기
‘자활의지’ 꺾지 않는 제도적 보완장치 필요
[월요기획] ‘자활센터의 빛과 그늘’
2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남산동 ‘중구지역자활센터’ 내 ‘리폼공방’(사회서비스형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지역 8개 구·군에 산재한 9개 자활센터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주민의 자립을 돕고 있다. 반면 자활센터의 완전한 성공을 위해서는 수면하의 여러 제도적 장애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중구지역 자활센터 공방(의류 리폼 및 수선)에서 일해온 김모씨(여·58). 재봉틀을 잡은 지도 2년 가까이 돼 실력이 수준급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는 한동안 몸이 아픈 남편을 돌보다가 가세가 기울었다. 빈곤층의 삶 그대로였다.

김씨는 “절망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동주민센터 직원이 찾아와 자활센터를 소개해줬다”며 “생계에 도움을 받은 것은 물론, 잊고 있었던 단어인 ‘희망’까지 언급할 수 있게 됐다. 재봉기술자로 일하며 새 인생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에서 삶의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장모씨(52·가명). 자활센터 도움으로 몇 해 전 창업한 그는 이제 연매출 2억원의 당당한 인테리어 사업가로 변신했다. 장씨는 “힘들 때 자활센터가 도와줘 일어선 만큼, 이제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다”며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함까지 알려준 자활센터는 꼭 필요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빈곤의 굴레에 빠져, 좀처럼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었던 사회적 빈곤층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대구의 9개 ‘지역자활센터(자활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요행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인생의 작은 기적’을 자기 손으로 일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이들이다.

지역자활센터는 어느 정도 근로 능력은 있지만 기술 교육 등을 받을 기회가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주민의 자립을 돕기 위한 곳이다. 대구 8개 구·군에 하나씩 있고, 달서구는 2곳을 운영한다. 빈곤층 주민을 위한 교육, 취업알선, 창업지원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핵심 중점사업은 자활센터 내 사업장을 통해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자활근로사업’이다. 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기초능력 배양차원에서 일거리를 제공한다.

참여자들은 ‘희망참여 대상자’와 ‘의무참여대상자’로 나뉜다. 차상위계층이나 일반수급자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다. 조건부 기초생활 수급자와 자활급여 특례자들은 일정 수준의 근로를 이곳에 제공해야만 수급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의무참여대상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면 총 4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급인 ‘Gate way’ 단계부터 ‘사회서비스형 자활근로’(중급), ‘시장진입형 자활근로’(상급)를 거쳐 졸업단계인 ‘자활기업 설립’까지 사회에 재진출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대구에서는 73개 자활기업을 통해 374명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반면, 자활센터의 그늘도 있다. 자립을 위해 힘들게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그 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제도상의 여러 제약이 이들의 ‘새 삶 찾기’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센터참여자들이 자활기업을 설립하거나 사회로 진출할 경우 자활센터에서 받던 급여(일당 2만8천~3만2천원 수준)보다 분명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잃는 것 또한 적지 않다. 고정 일자리가 생기면서 소득인정액(수급가구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기초생활수급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자활센터 관계자는 “기초수급자들은 자립을 해도 상당 기간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각종 보조금을 지원받아야 하는 형편인데 자활로 소득이 오르면 수급자 지위에서 탈락해 기존에 받던 급여 혜택을 못 받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때문에 자활과정 졸업자 중에는 오히려 자립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이들이 수급자 신분일 때는 생활 빚으로 인한 각종 차압이 중단되지만, 자활사업에 따른 소득 증가로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차압이 가능해 월급이 오롯이 채권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자활의지를 꺾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김영화 경북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 현행 자활지원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중심에 둔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남수 대구시 복지정책관은 “자활사업 졸업과 동시에 기존에 지원받은 것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되는 현 시스템을 개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중이다. 일선 자활기관사업자 및 참여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책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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