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진출의 꿈 환동해 경북(新)이니셔티브 .3]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중심 ‘카자흐스탄’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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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4   |  발행일 2014-11-24 제10면   |  수정 2014-11-24
경북도 원전 매개로 우호 교류…기업 진출 초석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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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곳곳에선 ‘ㄱ’자 대형크레인을 동원한 공사현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원부국이지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점을 극복하려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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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국영석유기업 카즈무나이가스사 전경. 이 회사는 석유·가스의 생산, 정유, 운송, 판매 전반에 걸쳐 정부 규제 기능을 수행하고 개발을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달 30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국제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향했다. 관문 공항 주변은 허허벌판. 그야말로 끝을 볼 수 없었다. 길게 뻗은 왕복 6차로 도로 양쪽 벌판 곳곳에선 높게 솟은 ‘ㄱ’자 대형크레인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었다. 차로 5분가량 달리자, 오른쪽 차창 밖으로 ‘2017 아스타나 엑스포’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이용과 에너지 효율 향상(Energy of Future)’을 주제로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중앙아시아의 녹색경제 선도국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어 10분쯤 더 달리니, 왼쪽에 ‘나자르바예프 국립대’가 광활한 벌판에 홀로 들어서 있었다. 나자르바예프는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름이다. 캠퍼스 역시 크레인을 통한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ㄱ자 크레인’으로 대변됐다. 개발을 상징한다. 화학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원소가 광물로 생산되고 있다고 할 정도의 자원부국이지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실상을 극복하려는 국가적 의지의 발로다.


‘자원부국’ 카자흐스탄
석탄 의존 벗어나 새 에너지원 모색
정부차원 원전 개발 확대 나서
국내 원전 23기중 11기 보유 경북도
행정교류 통해 親韓공무원 양성해야

국내 기업엔 ‘기회의 땅’
일제시대 이주 고려인 10만명 거주
한류 열풍까지 더해 우호적 분위기
러시아·벨라루스와 관세 동맹 맺어
3개국이 무관세 지대 ‘황금시장’


카자흐스탄 공화국은 유라시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272만㎢로, 한반도의 12배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27배다. 자원부국답게 원유 생산량은 세계 12위다. 확인된 매장량만 300억배럴이며, 추정매장량은 1천243억배럴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1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아연·텅스텐 매장량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우라늄·은·연·크롬(세계 2위)·구리·망간(세계 3위) 등 엄청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6월19일 아스타나 현지에서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양국 간 경제협력확대를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에 초점이 맞춰졌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양국 간 기존 자원과 에너지 분야에 국한된 경제협력을 철도·물류 분야까지 확대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원-유라시아’ 구상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카자흐스탄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의 지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북도가 구상하고 있는 ‘환동해 경북(新)이니셔티브’와도 무관하지 않다.


◆ 공무원 교류 경북도가 나서야

경북도가 ‘환동해 경북(新)이니셔티브’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교류·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김정훈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 차장은 ‘공무원 교류’라고 단언했다.

아스타나, 알마티 등 카자흐스탄 주요도시 공공기관과 경북도 간 교류를 넓혀 ‘친(親)한(韓) 공무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소리다.

전력생산을 주로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미래 새로운 에너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원자력발전소다. 지난해엔 정부 차원에서 원전개발을 확대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북은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11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또는 예정된 원전이 19기인데, 이 중 9기의 입지도 경북이다. 경북도는 이를 토대로 동해안에 원자력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경북도가 카자흐스탄 공무원을 초청해 원전 관련 연수 및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강원도는 2011년 7월 산악지대인 동카자흐스탄주와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의료 분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강원도는 동카자흐스탄 오지마을에 ‘원격의료지원시스템’ 등 선진의료경험과 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의료장비 수출 판로도 개척하고 있다.

또 대구와 알마티는 자매도시다. 알마티는 현지어로 ‘사과의 아버지’란 뜻이다. 사과의 도시 대구와 공통분모를 갖고 소통하고 있다.

경북도에서도 원전을 매개로 카자흐스탄과 우호교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 차장은 “경북도가 보유한 원전 관련 앞선 행정을 카자흐스탄 공무원에게 전수한다면, 해당 공무원은 경북도에 호의를 갖게 된다. 결국 그 공무원은 경제와 연관된 각종 정책을 추진하거나 입안하는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진출을 희망하는 경북 기업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은 경북에 손짓을 보냈다. 지난달 31일 나자르바예프 대학 대강의실에서 열린 ‘제1회 한국·카자흐스탄 에너지협력 세미나’ 직후 나자르바예프 대학 측은 내년 제2회 세미나부터 경북도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당시 세미나 좌장을 맡았던 김종률 나자르바예프 대학 교수(토목공학과)는 “내년 세미나에선 전문지식을 갖춘 경북도 소속 공무원이나 경북 소재 대학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참석해 주길 바란다. 이를 계기로 경북도와 아스타나시 간 에너지 정책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기회의 땅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 기업엔 기회의 땅이다.

우선 친한 성향이 강하다. 지도상으로 카자흐스탄은 북쪽엔 러시아, 동쪽으론 중국과 접경을 이루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

옛 소련으로부터 1991년 12월16일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이후 러시아와 전통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되, 지나친 대 러시아 의존에 대해선 경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로 카자흐스탄 국민은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자칫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와 영토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민족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1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위구르자치구에선 카자흐족이 위구르족과 한족에 이어 셋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한족 우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카자흐스탄 국민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엔 매우 호의적인 분위기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사할린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온 고려인이 10만명가량 거주하고 있는 데다 최근 불고 있는 한류열풍까지 가세한 덕분이다.

카자흐스탄-러시아-벨라루스 간 맺은 관세동맹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온다. 신석우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이들 3개국은 무관세 지대다. 한국기업이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만든 제품을 관세 없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로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국가의 인구를 합치면 무려 2억명에 달해 황금시장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카자흐스탄과 한국 간 인적교류는 오는 29일부터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한-카자흐 일반여권 사증(비자) 면제 협정’이 발효돼 양국 국민은 비자 없이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게 된다.

배규성 한국-카자흐스탄 기술협력센터(KKTCC)장은 “연평균 6%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국민소득이 1만3천달러에 육박하면서 카자흐스탄 여성들이 미용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류바람을 타면서 미용, 성형 등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자흐스탄 국가기술진흥원도 해외기술을 자국 내 기업에 접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가기술진흥원은 우리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격이다. 자국 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을 찾아 연결시켜 주고, 연구개발(R&D)이 필요할 경우 비용도 지원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올자스 빌랴노프 카자흐스탄 국가기술진흥원 부원장은 “한국기업의 첨단기술에 관심을 갖는 카자흐스탄 기업이 의외로 많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한국기업의 투자는 물론, 기술 전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글·사진=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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