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동네 싸움짱’ ‘UFC 챔피언’을 꿈꾸다···대구 출신 ‘UFC 샛별’ 최두호

  • 명민준
  • |
  • 입력 2014-11-27   |  발행일 2014-11-27 제2면   |  수정 2014-11-27
시작 18초만에 TKO승
화끈한 옥타곤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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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만난 최두호 선수가 특유의 ‘오소독스(Orthodox·오른손잡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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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프랭크 어윈센터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57’에서 최두호가 멕시코 출신 후안 푸이그에게 라이트 스트레이트 펀치를 성공시키고 있다. 최두호는 이 공격으로 경기시작 18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불어닥친 ‘이종격투기’ 바람은 스포츠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넘어진 상대에게 발길질은 기본, 온몸에 피가 낭자한 상태로 땅바닥에 엉켜붙은 모습은 기존의 복싱경기와 달랐다. 기존 스포츠 경기에서 보기 힘든 잔혹함에 남성들은 열광했지만, 여성들은 자신과 아이들의 눈을 가리느라 바빴다.


시작 18초만에 TKO승
화끈한 옥타곤 데뷔전

학창시절엔 불량 소년
격투기 입문후 달라져
이젠 세계챔피언 도전
승리보다 경기 즐길 것


그 속에서 호기심 가득했던 한 소년은 자신의 눈을 가린 어머니의 손을 살짝 벌렸다. 좁은 손가락 틈이었지만, 소년은 그 사이로 TV를 훔쳐보며 조용히 새로운 결심을 했다. “나도 어른이 되면 꼭 저런 선수가 돼야지….”

또래 사이에서 이미 ‘싸움대장’으로 불리며 길거리를 평정한 소년에게, 옥타곤(8각형 철장 형태의 링) 위 이종격투기는 만만치 않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시련은 소년에게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알려줬고, 고통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세계 챔피언의 꿈을 꾸던 소년은 정확히 10년 뒤, 세계 최정상급 격투기 대회에 섰다. 대구 출신 최두호 선수(23·구미MMA)의 이야기다.

18초 TKO승. 누가 봐도 화려한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세계 최정상급 격투기 대회) 데뷔전이었다.

최두호는 지난 2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프랭크 어윈 센터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57’에서 멕시코 출신 후안 푸이그를 상대로 1라운드에서 TKO로 꺾었다. TKO는 한쪽 선수가 부상을 당했거나 일방적인 타격으로 시합을 계속할 수 없을 때,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상황이다. 심판이 두손을 흔들며 TKO 신호를 보낼 때 승리를 거둔 선수는 물론, 관중은 열광한다.

짧고도 강렬했던 ‘무용담’을 듣기 위해 26일 최두호를 만났다.

옥타곤 위에서와는 달리 순박한 젊은이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지만, 파이터의 상징인 단단한 주먹이 그의 치열했던 지난날을 대변하고 있었다.

올곧게 자랐을 것 같다는 첫인상과는 달리, 최두호는 사실 학창시절 불량소년이었다. 교실에서 뭐라도 부서지면 선생님은 최두호부터 의심하기 바빴다. 방과 후, 골목길은 최두호의 세상이었다. 눈만 마주쳐도 주먹을 휘두르기 바빴던 그는 어느새 학교 인근 달서구 지역 통합 ‘짱’이 돼 있었다.

그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종격투기 도장에 입문하면서부터다. 평소 동경했던 이종격투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싸움대장’답게 사범이 가르쳐준 기술도 곧잘 익혔다. 자신감에 넘쳤던 그는 한 달 만에 관장에게 시합에 나서고 싶다며 통사정했다. 그렇게 뛰어든 첫 시합에서 최두호는 상대 선수의 주먹에 배를 얻어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헛구역질까지 나온 굴욕적인 TKO패였다. 이후 계속된 패배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짱이라는 철없던 과거를 버리고, 이종격투기 선수로서의 꿈을 키우며 성장해 나갔다.

불과 1년 만에 이종격투기 대회 신인부 챔피언이 된 그는 일본으로 진출했다. 지금도 별반 상황은 다르지 않지만, 2000년대 후반에도 국내에서 이종격투기는 소수 마니아들만 즐기는 스포츠였다. 반면, 일본의 경우 격투기 관련 인프라가 세계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었다. 일본무대에 뛰어든 최두호 선수는 정상급 일본인 선수들을 물리치며 세계무대를 향해 점차 나아갔다.

그런 그에게 2012년부터 UFC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계약을 체결했다.

국제적으로 크고 작은 격투기 단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선수들만 불러들이는 UFC는 축구로 치면 ‘월드컵’이다.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UFC 챔피언은 곧 전세계 싸움짱’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이유다. 그런 UFC 데뷔전에서 라이트 스트레이트 한방으로 18초 만에 상대를 무너뜨린 것이다.

첫 경기에 대해 최두호는 “오히려 너무 덤덤했다”고 말했다.

대신 지역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며 한마디를 남겼다. 최두호는 “동네싸움짱이었던 내가 이제는 세계 최강자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무덤덤하게 나가려 한다. 도전을 위해 투지를 불태우기보다 경기를 즐기려고 한다”며 “누구나 힘든 일이 있지만, 그것 또한 넘기면 그만이다. 억지로 이기려 하지 말고, 즐긴다는 마음으로 나서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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