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금 은닉처 1조원대 불법금융 적발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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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07:16  |  수정 2014-11-28 07:16  |  발행일 2014-11-28 제1면
국내선 처음…현금과 교환 사이버머니 충전
캐시카드 일부 30만∼50만원으로 유통되기도
보이스피싱·도박·횡령자금 등 숨기기에 최적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등으로 거둬들인 범죄수익의 은닉장소로 악용된 1조원대 규모의 신종 불법 전자금융업체(일명 사이버은행)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국내에서 이 같은 대규모 불법 전자금융업체의 실체가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27일 불법 전자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억대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업체 4곳을 적발, 이 중 A씨(50) 등 업체 대표 4명과 임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한 이들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일명 ‘캐시카드’를 신용불량자, 다단계업자, 보이스 피싱 사기범 등에게 판매한 혐의로 B씨(41) 등 유통업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2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은행 가상계좌 등이 인쇄된 캐시카드를 발행하고, 이와 연계해 은행과 독립된 금융거래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뒤, 현금과 1대 1 비율로 사이버머니를 충전해 주거나 이체, 출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캐시카드는 은행의 ‘체크카드’와 유사하지만, 은행예금 서비스와 달리 누구든지 쉽게 인터넷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인증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예금·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가맹점에서 물품대금을 결제하면 7%를 적립해줘 다수의 고객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금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스 피싱 등 사기, 인터넷 도박, 횡령, 조세포탈 등 범죄자금 은닉에 최적화된 구조여서,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포인트 적립을 통한 고객유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카드’라는 점을 내세워 주점·노래방·미용실·PC방·학원·대리운전업체 등 전국 1천610개 가맹점에서 15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유치한 뒤, 업체당 적게는 197억원부터 많게는 1조200억원을 운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캐시카드 일부는 신종 대포통장으로 한 장당 30만~50만원 상당의 고가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 중에는 인터넷 도박, 신용불량자 등 합법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선 최초 적발된 사례지만 미국에서는 지난해 FBI가 7년간 마약, 아동포르노 범죄조직 등의 불법 자금 60억달러를 세탁한 동종 업체 ‘리버티 리저브’를 적발한 전례가 있다”며 “해당 업체들은 금융당국 규제나 예금자보호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어 업체가 파산하거나 업주가 고객예금을 인출해 도주해도 가입자들은 아무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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