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포항 유강중서 특강

  • 글·사진=포항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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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07:18  |  수정 2014-11-28 08:57  |  발행일 2014-11-28 제2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소통의 시작
밥상머리 교육 통해 인성 체화되면
남이 안보는 곳서도 양심·신뢰 지켜내
20141128
지난 25일 포항 유강중 강당에서 이뤄진 밥상머리 교육 특강에 참석한 3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포항 유강중 강당. 300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동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동영상의 내용은 ‘꽤 괜찮은 선물과 꽃. 주인은 없다. 그리고 여기 당신 앞에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당신은 정직한가?’였다.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지하철에서 이뤄진 실험 동영상이었다.

지하철 객차 내부 출입문 옆에는 장미와 화장품이 담긴 주인 없는 종이 가방이 놓여 있었다. 1호선 객차 100대에 각각 하나씩 모두 100개의 종이 가방을 놓아두고, 종일 운행한 뒤 결과를 지켜봤다. 종이 가방에는 승객이 눈치채지 못하게 GPS를 장착했다. 열차가 정거장에 도착한 뒤 종이 가방은 과연 제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점검 결과, 지하철에 그대로 남아있는 종이 가방은 6개뿐이었다. 94개의 종이 가방은 승객 94명에 의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실망은 잠시뿐이었다. GPS를 추적한 결과 81개의 종이 가방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81명의 ‘정직한’ 승객이 종이 가방을 지하철 유실물 센터에 맡긴 것이었다. 영상은 ‘우리는 정직하다. 당신은 정직하다’라는 자막으로 마무리됐다.

동영상이 끝나자 이날 강사인 전종현 부천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양심과 신뢰’의 가치를 역설했다. 학생들도 이 실험의 주제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강연은 포항시와 영남일보가 공동으로 학생과 학부모,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두 번째 밥상머리 교육이다.

전 교수는 이어 정상적인 양심을 갖기 위해선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인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들을 청(聽)’을 써보이며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부족하게나마 이어지던 대화까지 단절되고 말았다. 밥상을 매개로 소통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꼭 부모와 아침 식사를 같이하면서 공감하는 주제로 대화를 늘리고 부모 말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강연을 들은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무심코 잔소리하던 버릇을 반성하게 됐다. 대화를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포항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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