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의 뮤지컬 & 시어터] 대구시민만 왕따 당한 뮤지컬 ‘투란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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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  발행일 2014-11-28 제36면   |  수정 2014-11-28
[김성태의 뮤지컬 & 시어터] 대구시민만 왕따 당한 뮤지컬 ‘투란도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세 종류가 만들어졌다. 2011년 5월 서울시뮤지컬단이 김효경 교수의 연출로 ‘투란도트’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만들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것이 최초다. 한국적 분위기가 났다. 두 번째는 대구시가 유희성의 연출로 제작해 2011년 6월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개막작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한 뮤지컬 ‘투란도트’다. 장소영의 음악이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투란도트’뮤지컬은 로망스예술무대(단장 지광윤)에서 신대영이 연출한 작품이다. 2012년 9월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과 2013년 3월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등지에서 공연되었다.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고, 상당수의 중국관광객을 관객으로 유치했다.

대구시의 뮤지컬 ‘투란도트’는 1년 뒤 3D무대로 업그레이드해 2012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재공연했다. 대구에서만 두 시즌에 걸쳐 공연했지만 국내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전막 공연된 적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경남도가 제작한 뮤지컬 ‘이순신’이 부럽다. ‘이순신’은 대구뉴컴퍼니극단(대표 이상원)에서 제작한 소규모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처럼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공연까지 했다. 다만 대구 뮤지컬 ‘투란도트’는 그해 1차로 중국 광둥성 둥관에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대구지역 언론은 ‘중국 진출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기사를 썼다. 같은 해 12월, 2차로 항주·닝보 지역에서 공연했을 때도 지역언론은 ‘중국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14년 대구시는 제8회 DIMF에서 또다시 뮤지컬 ‘투란도트’를 공연하겠다고 공표했고, 계명아트센터공연장까지 예약했다. 더구나 배우 오디션도 했다. 1·2차 시즌 때 ‘투란도트’를 보지 못한 시민에게 대구에서 제작한 뮤지컬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욱이 모 기관의 지원을 받아서 3D 무대를 업그레이드했다기에 기대도 컸다. 그러나 대구시는 한마디 해명도 없이 이 작품의 공연을 취소해 버렸다. 이런 법도 있는가?

더욱 어리둥절한 것은 이 작품을 금년 11월초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했다. 초청을 받아 갔다지만 4억원이라는 추가예산을 편성해 대구시 공무원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 6명 전원 그리고 지역언론사 공연 담당자까지 중국에 대거 진출(?)했다고 한다. 결국 남은 이들은 출장비를 못 얻어 쓴 일반 대구시민뿐이다. 대구시민만 속고 왕따를 당한 셈이다. 해외교류야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대구시로부터 돈을 받고 대구에 온 러시아의 ‘몬테 크리스토’(언론보도에 의하면 4억원), 중국의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2억원) 등의 ‘진짜 초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4억원의 돈을 들여 대구나 서울에서 공연할 수 없었을까.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시민을 위해 입장료를 지원해 줄 수는 없었을까. 몹시도 안타깝다. 더욱이 출연진과 스태프의 대다수가 지역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믿기 힘든 일이다.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지역의 배우나 스태프를 키우지 못하고 무엇을 했단 말인가?

3년간 중국만 세 번이나 공연을 가면서 아직도 돈을 벌지 못하고 쓰고만 올 때인가? 대구시의회는 집행부에 대해 무엇을 협조하고 무엇을 견제했다는 것인가? 지역언론은 금년에도 3년 전과 꼭 같이 ‘중국 진출 가능성을 보았다’는 기사를 썼는데 언제까지 같은 말을 쓸 것인가? 대구시청 공무원, 시의회 의원들 그리고 언론인에게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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