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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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  발행일 2014-11-28 제42면   |  수정 2014-11-28
과학적 상상력이 가족애를 만나면…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나이트 라이즈’ ‘배트맨 비긴즈’ 등 발칙한 상상력의 수작으로 한국관객을 놀라게 했던 놀란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가 고공 흥행을 계속하고 있다.

평일 대낮임에도 객석은 입소문에 끌려온 아베크족과 수능고객에 힘입어 제법 북적이고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스토리텔링의 기조로, 미래세계에서나 꿈꿔볼 성간여행(행성 사이를 왕복하는 여행)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웬만한 과학적 지식과 169분의 러닝타임을 감당할 지구력이 없는 이들에겐 ‘골 때리고 눈꺼풀 감기는’ 고역을 선사한다. 수억광년 은하계를 광속 주행하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동면 캡슐에 들어설 때 덩달아 수면상태에 빠진 관객이 적잖아, 건너뛴 줄거리를 캐묻느라 옆자리 동행을 귀찮게 한다.

세계적 식량난으로 메커니즘이 붕괴된 미래의 우주강국 미국. 아내를 여의고 아들 톰(케이시 애플렉),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를 키우며 장인과 함께 옥수수 농사를 짓는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전직 NASA(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겸 엔지니어다. 어느날 우연히 지구의 운명을 구원할 비책에 골몰하는 NASA 비밀기지를 방문한 쿠퍼는 우주과학 권위자 브랜드 박사(마이클 케인)의 딸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를 비롯한 세 우주인과 함께 인류공생의 행성을 찾아 우주장도에 오르게 된다. 우선 당장은 헤어지지만 먼 훗날 편안히 해로할 가족과의 영원한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제목 자체가 행성간의 우주여행을 의미하는 ‘인터스텔라’는 중력만이 시공간을 초월하며, 중력이 커질수록 시간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른다는 중력방정식을 쿠퍼와 머피 부녀의 시공간을 초월한 위대하고 절절한 사랑에 절묘히 포개놓음으로써 SF영화의 ‘뻘쭘한’ 민낯을 포근히 감싸안는다. 웜홀(우주 사이 통로)을 통해 광속보다 빠른 행성여행을 함으로써 우주에서의 1시간이 지구에서의 7년에 해당한다는 설정은 124세의 젊은 아버지가 임종을 앞둔 할머니 딸과 조우하는 기상천외한 라스트 신을 연출하게 한다.

과학적 상상력에 가족의 온정과 인간심리의 양면을 덧칠해 반전을 이끌어내는 게 다소 뜬금없기도 하지만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거대한 파도와 우주빙하엔 “꺅"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경일대 인문사회계열 자율전공학과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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