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우환 미술관 건립 포기선언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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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02   |  발행일 2014-12-02 제31면   |  수정 2014-12-02 08:10

대구시의회가 지난달 이우환 미술관 건립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안을 제출했던 대구시도 이에 대한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걸 보면, 대구시의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심산인 모양이다. 그간 이우환 미술관 건립문제는 지역 예술계를 비롯한 단체들 사이에 찬반 양론의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런 와중에 이뤄진 이번 대구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결정으로, 그동안 어정쩡한 자세를 보여 온 대구시의 후속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제 공은 대구시로 넘어왔다. 여론의 향배가 부정적이라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대구시는 이 기회에 확실하게 미술관 건립 포기선언을 하라.

이우환 미술관 백지화는 지금까지 논쟁 과정에서 드러난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정당성을 획득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란 이름부터 이우환 미술관인지, 아니면 여러 화가들을 위한 갤러리인지 모호하다. 특히 이우환의 경우 지역 출신 인사도 아닌 데다 그의 작품세계 역시 난해하기 짝이 없어, 대구시민들 중 얼마나 많은 이가 이우환에 감동하고 미술관을 열심히 찾게 될 것인지 의아스럽다. 그야말로 이우환 마니아들과 그 친구들만, 끼리끼리 즐기고 만족할 또 하나의 예술 사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처럼 미술관의 효용성이 의심스러운 터에, 대구의 역사와 정체성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끔하고 반박할 여지를 찾기 힘들다.

다음으로 대구시 재정과 미술관 운영 능력의 문제도 미지수다.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작품 구입비도 걸림돌이지만, 더욱 더 걱정스러운 건 미술관 건립 후 명품 미술관으로 유지·발전시켜 나가자면 앞으로도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정난 때문에,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미술관으로 남을 바에야 애초 시작하지 않는 게 훨씬 낫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런저런 기획전을 통해 대구시민의 미술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대구미술관’을 집중 육성하는 게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하겠다.

미술관 건립 주체 역시 대구시 등 관 주도여서는 지속가능성과 창의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여론수렴, 전문가 의견 개진 부재 등 미술관 건립을 결정하기까지 절차상의 즉흥성 또한, 대구 최대의 문화권력인 대구시의 오만과 전횡은 아니었는지 겸허하게 돌아보길 권한다. 대구시의 대승적 판단과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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