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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겸손과 경청이 배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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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05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 중 간접학습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이를 위해선 공부와 경청의 자세가 필요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성서에 예수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못 믿겠다는 제자 도마에게 “보지 않고도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고 교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원리는 개인, 조직, 국가가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배워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학습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일을 직접 경험해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배우는 사람은 진정 복되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에는 직접학습과 간접학습이 있다. 직접학습은 각자 직접 어떤 일을 경험한 결과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배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간접학습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보거나 듣고 배우는 것이다. 즉 간접학습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을 말한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우월할까?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낫다는 격언은 직접 학습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다. 실제로 인간은 많은 것을 시행착오를 통한 직접 경험으로 학습한다. 그러나 직접학습은 인간의 실존적 특성 때문에 심각한 한계를 가진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장수하더라도 모든 경험을 하며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뛰어난 사람이라도 직접 학습하는 지식, 지혜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간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이므로 극도로 충격적이거나 비극적인 일을 직접 겪으면 학습으로 연결되기는커녕 한번에 인생이 망가지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식은 인류공동체 전체의 과거 경험으로부터 최대한 배움으로써 비극적인 일을 직접 겪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지식과 지혜를 간접학습하는 것이다. 물론 각자만의 특수한 인생사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은 직접학습의 몫이 돼야 할 것이다. 직접학습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중요한 간접학습의 대상은 실패로부터의 학습이다. 직접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도 타인의 실패로부터 간접학습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를 거부하는 묘한 심리적 완고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접 시련을 당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주위에서 말해도 배우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에서 시사하듯이 큰 환난을 직접 경험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경험의 교훈마저 잊어버리고 다시 원래 상태로 회귀하는 국가나 사회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간접 학습 방법이 바로 공부와 경청이다. 다양한 교육과정과 도서들을 공부하는 것은 인류공동체 전체의 방대한 경험으로부터 간접학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중요한 간접학습의 원천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타인의 경험을 들음으로써 배우는 경청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말처럼 우리 주변 사람들은 간접학습의 소중한 보고이므로 반드시 경청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부와 경청은 모두 겸손에서 출발한다. 자기 경험과 지혜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간접학습의 시작이다. 한자로 경청(傾聽)은 귀 기울여 듣는 겸손한 자세를 뜻한다. 즉 배움을 통한 계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장애는 배우지 않으려는 마음, 경청하지 않으려는 완고하고 오만한 태도인 것이다. 배움의 결과는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되거나 기존 행동을 중지하는 변화이다. 개인, 조직, 국가 할 것 없이 변화의 실패, 즉 학습 실패의 원인은 오만에서 나오는 경청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을 맞아 각자 혹시 자기도 모르게 배우지 않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완고하고 오만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지 겸손하게 되돌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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