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노보텔 앰배서더 총주방장으로 새로 부임한 전창 셰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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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05   |  발행일 2014-12-05 제41면   |  수정 2014-12-05
“보수적인 대구, 伊 요리보다 클래시컬한 프렌치 요리가 더 어울려”

지난주 서울에서 상당한 내공을 가진 프랑스 요리 전문 셰프 한 명이 대구로 내려왔다.

바로 전창 대구 노보텔 총주방장(50)이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할 때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 시점이다. 그는 프랑스로 유학을 가지 않았지만 오히려 유학파 셰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서울 롯데호텔, 서울 광화문 옆 라브리 프렌치 레스토랑,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국립극장 ‘해와 달’ 레스토랑을 거쳤다. 그는 대구의 보수적 식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프랑스 요리 역시 더욱 클래식하고 전통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어쩌면 대구가 이탈리아 요리보다 프렌치 요리가 더 어울릴 것이란 판단도 한다. 자주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원칙과 전통 속에 진정한 맛의 기운이 숨어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를 만나 대구음식에 대한 그의 첫인상 등에 대해 알아봤다.


20141205
요리 입문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구에서 자기 요리를 선보이게 된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 총주방장 전창씨. 그는 대구의 입맛이 보수적이란 사실을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맛이 아니라 건강한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평범한 프랑스 가정식 메뉴를 내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본인의 프랑스 요리 입문에 대한 이력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서양요리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1988년 처음 입사한 롯데호텔에서 프랑스요리에 입문했다. 프랑스 요리에 대한 묘한 매력을 느꼈고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배워보고 싶었다. 92년부터 5년간 머물렀던 광화문 교보빌딩의 프랑스 레스토랑 ‘라브리(L’abri)’에서 프랑스인 총주방장에게 도제수업을 받으면서 입문했다. 라브리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사실상 한국 최초로 오픈한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도제수업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요리뿐 아니라 프랑스 요리의 문화와 역사도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전문적인 체계를 통해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非유학파
프랑스유학 다녀오지 않았지만
서울서 佛 주방장에게 도제수업
오히려 유학파로부터 인정받아
중요한 건 수많은 시행착오와
스스로 터득한 자기만의 요리

대구가 처음인데…
짜고 맵고 자극적 요리 ‘놀라워’
저렴한 값, 질 좋은 음식 ‘놀라워’

어떤 요리를…
고급스럽지만 화려하지 않은…
편안한 佛 가정식 요리 만들것
대구 佛요리 1번지 기대해달라


-유학파가 아니라서 유학파 셰프들을 보면 조금은 위축되는 기분이 들 것도 같은데.

“유학을 가지 않아도 무방하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여러 매체를 통해서 쉽고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이다. 무조건 유학을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학은 본토에서 문화를 배우고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적잖은 돈과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내가 외국에서 요리를 배운 건 호주 노보텔에서 ‘크로스 트레이닝’이라는 프로그램 첫째 주자로 현지에서 3개월가량 있었을 때뿐이다. 정답은 책에도 요리학원에도 없다고 믿는다. 실무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하는 방법이 제일이라고 믿는다.”



-대구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내년 3월 노보텔에서 전격적으로 선보일 메뉴 라인의 특징에 대해 알려달라.

“난 대구가 처음이다. 동성로 여러 레스토랑을 방문해 보았다. 먼저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하고 질좋은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음에 놀랐다. 또한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에도 놀랐다. 특히 유명하다는 맛집을 우선 방문해 보았는데 대부분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매운갈비찜, 매운양념곱창, 육개장 등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는 듯하다.”



◆ 흰색 재료 배제한 프랑스 가정식 선보일 터


-요즘 오가닉 푸드에 대한 열풍이 상당한데 노보텔에서 어떤 식재료를 선보일 건가.

“자극적인 음식이 중독성이 있지만 요즘 추세는 싱겁고 맵지 않게 먹는 건강식이다. 대구 시민에게 일반 프랑스 레스토랑보다 편안하고 덜 거추장스럽고 덜 느끼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 일단 싱싱한 식자재가 요리의 기본이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쇠고기는 수입육 대신 모두 한우로 바꿀 예정이다. 에스카르고(Escargot)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달팽이 요리인데 사실 국내에선 냉동이 아니고선 제대로 된 것을 먹기 힘들다. 대구분들에게 오리지널 에스카르고를 선보이기 위해 큰맘 먹고 호텔 한켠에 달팽이 농장을 만들 예정이다. 사실상 ‘오가닉(유기농)’이라고 해서 다 믿을 수는 없다.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잘못 가공되는 식재료가 얼마나 많은가. 점차 쌀, 밀가루, 백설탕 등 흰색 식재료도 배제할 생각이다.”



-대구음식문화는 보수적이고 프랑스 음식은 전통적이고 원칙적인 것 같아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데 요즘 이탈리아 요리가 득세하는 것 같아 여러가지 생각이 들 듯하다.

“나는 이탈리아 요리와 프랑스 요리 중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프랑스 남부 니스의 음식은 이탈리아 요리와 비슷하다. 북부는 독일 요리와 비슷하다. 이탈리아 요리는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요리인 반면 프랑스 요리는 일반적 접근은 조금 힘들지만 화려하고 이상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주위에서 화려한 프랑스 코스 요리는 접하기가 쉽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급스럽지만 화려하지 않은 가정식을 선보이고 싶다.”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닮은 점도 많지만 일단 이탈리아 요리는 식재료에 공을 들인다. 프랑스 요리는 식재료 못지않게 소스에도 많은 정성을 쏟는다.”



-대구의 디저트 라인은 밋밋한 편이다. 어떤 디저트 라인을 생각하는가.

“역시 가정식이다.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화려하고 이상적인 요리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나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 프랑스 정통 가정식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애플파이, 호박파이 등이다. 사실 한국에서 애플·호박파이라고 하면 너무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프랑스 정통 가정식 파이를 드셔보길 바란다. 노보텔은 프랑스계 호텔이라 우선 프랑스 고객의 향수병을 덜어드리고 또한 대구 시민에게도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의 화덕 안에서 구워진 따뜻한 파이를 맛보이고 싶다.”



◆ 대구의 프랑스 요리 1번지로 만들겠다


-요즘 서울 레스토랑의 문화 흐름을 정리해달라.

“아직 서울 대부분의 식당은 이탈리아 식당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스타 셰프의 프랜차이즈 식당과 오너셰프 레스토랑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나는 오너셰프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스타 셰프는 많은 스케줄과 많은 업장을 보유하므로 상대적으로 오너셰프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역에서 새로운 식재료를 수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무리는 없나.

“사실상 식재료 수급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도 주방장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젊은 셰프들을 보면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다.

“다들 흐름에 목매는데 자칫 잘못하면 존재감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특별한 메뉴라인을 준비해두라고 조언하고 싶다. 단순한 요리사가 아닌 ‘전문 파스타 요리사’, 또는 ‘스테이크 전문 요리사’라고 스스로를 자신있게 말해 보라.”



-대구 식도락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대구가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다. 대구는 내 음식의 새로운 도전무대다. 시민에게 더 나은 요리를 소개할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요리를 만들 것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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