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10] ‘국가의 힘’은 점점 빠진다

  • 이영란
  • |
  • 입력 2014-12-09   |  발행일 2014-12-09 제29면   |  수정 2015-07-10
“전기·무인車 시대 도래 … 韓, 2025년 추락할 수도”
20141209
최근 방한한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왼쪽)와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대표 등 미래학자들은 후기정보화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청정 에너지 혁명과 파괴적 혁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국가의 힘이 점점 더 빠진다는 것은 미래학자들이 일관되게 제시하는 메가트렌드이다. 그런데 최근 방한한 미래학자가 한국에 보낸 경고음은 한 번쯤 귀담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리더스 포럼에 참석해 “한국은 2025년쯤이 되면 추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는 과학 기술의 변화로 한국이 잡고 있는 현재의 산업들이 상당 부분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과학기술 발달할수록
현재 산업 상당수 소멸

똑똑한 개인 부각되며
공권력도 하강 추세


그는 미국을 예로 들었다. 1900년대 뉴욕의 5번가 거리는 마차로 가득 찼고, 그 수많은 마차 중 딱 한 대의 자동차가 사진에 찍혔다. 그러나 1913년 뉴욕의 5번가는 자동차로 가득 찼고, 딱 1대의 마차가 달리고 있었다. 1900년대에도 그처럼 갑자기 거리를 채우던 마차가 자동차로 바뀌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하고 있는 기술수준을 감안하면 2025년에는 얼마나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타날 것인가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석유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쓰고있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석유가스 연구보다 태양광에너지 연구가 5천355배로 더 많은 신기술을 뽑아내고 있다고 토니 세바 교수는 전한다. 그래서 결국 태양광에너지가 2025년경이 되면 거의 무료로 제공되고,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에너지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2030년이 되면 차는 전기차로 대체되고, 석유·가스·핵·석탄발전소, 한국전력 등 에너지 발전과 관련된 사업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고 보았다.

특히 무인차나 무인기 등이 수송·택배를 가져가면서 자동차 시장 수요는 80~90% 정도 감소한다. 시스템이 바뀌며 무인차가 24시간 돌아다니며 운송하여, 주차장이나 대형도로가 필요 없어진다고 하였다. 마치 1900년대 뉴욕 5번가의 그림같이 2015년 현재의 길거리에 석유자동차가 대부분이며 전기차가 한두 대 달리는 현상이 역전해 곧 모든 차량은 전기차, 무인차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재편’을 낳는다.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는 ‘유엔미래보고서’의 공동저자로 ‘2045’편 혹은 ‘2050’편 발간을 협의하기 위해 8일 방한한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회장은 “농경시대는 종교가 권력을, 산업시대는 국가가 권력을, 정보화시대는 기업이 권력을, 그리고 다가오는 후기정보화시대는 똑똑한 개개인이 권력을 가진다”는 ‘미래공식’을 일찌감치 제시한 바 있다.

똑똑한 개개인들이 자신의 1인신문 1인방송, 즉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면서 공권력의 하강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것은 지구촌 최대국가인 미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현재 ‘퍼거슨 시위’ 미국 전역 확산으로 ‘제2 흑인폭동’을 우려하는 지경이다. 인종차별을 극복한 상징인 ‘흑인 대통령’도 불만의 폭발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시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분노한 흑인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오바마 정권이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까운 일본, 유럽의 권력은 어찌나 자주 바뀌는지 누가 권력을 쥐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죽어야 고민이 끝난다”라는 말로 심정을 밝히기도 하였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후기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국가의 권력이 빠지는 시점에서 그래도 우리는 박근혜라는 나름의 독보적인 힘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진 것이 한국의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만약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 정도의 국가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1년부터 똑똑한 국민들이 국가권력을 갈가리 찢어놓았을 수 있다”며 “다음번 대통령은 정말로 힘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후기정보화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미래포럼 제롬 글렌 회장은 “(후기정보화 사회에 대한 대비가 미비한) 한국은 위기”라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 미래먹거리를 찾는 데 보다 힘을 쓸 때”라고 조언한다.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