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이웃돕기,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때 더 빛난다

  • 한영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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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7   |  발행일 2014-12-17 제10면   |  수정 2014-12-17
[시민기자 세상보기] 이웃돕기,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할 때 더 빛난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여덟 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5년 뒤 어머니마저 병으로 세상을 등지셨다. 고등학생, 중학생이던 언니와 나, 남동생은 의지와 상관없이 소년소녀가장이 됐다. 엄마는 세상에 남겨질 자식들을 위해 치료비마저 아꼈지만 우리는 가난했다.

그후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쌀과 라면을 받으러 다녀야 했고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후원하는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손길을 내미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감사했지만 기념사진 앞에 어색하게 서있던 기억은 지금까지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한다. 땀이 찬 손을 꼭 쥔 채 운동화 앞코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견뎠던 그 시간이 열세 살 소녀를 또래보다 빨리 어른이 되게 했다.

지금도 연말이면 어김없이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행사 소식들이 전해진다. 취재차 행사에 가보면 김장 김치, 연탄, 쌀과 라면 등 전달하는 물품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소외계층 아이들이 참석해 있는 경우도 종종 본다.

“저 아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라는 마음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미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유년시절이 떠올라 서글퍼진다.

예전 독거노인 초청 행사에 취재차 참석했는데, 선물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끝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며 “사진에 남고 싶지 않은 것은 어르신이나 아이들이나 매 한가지구나”라고 생각했다.

요즘처럼 SNS에 자신의 활동사진을 손쉽게 올리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언젠가 후원하는 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지인께 “자신의 사진이 이렇게 올려진 걸 알면 그 아이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발끈했던 적이 있다. SNS 친구가 수백 명인 그가 “아이와 가까운 사이라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 더 안타까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돕는 것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도울지를 알아야 한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니 가계 살림도 빠듯해 내 가정 하나 지키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매년 변함없이 이웃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도움이 소외계층에는 절실하기에 더할 수 없이 감사하다.

다만 이웃을 향한 따뜻한 그들의 마음이 더 잘 전달되려면 받는 이가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했을 때 도움은 더욱 빛이 나기 때문이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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