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어디에 꼭꼭 숨었나…공급 4% 늘려도 품귀현상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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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8 07:34  |  수정 2014-12-18 08:31  |  발행일 2014-12-18 제7면
한 갑만 판매 곳곳 실랑이
도·소매점서 사재기 의혹

17일 오후 1시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인근의 한 편의점. 담배 판매대에는 ‘한갑만 판매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취재진이 “담배를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갑을 달라”고 하자 편의점 직원은 “한갑만 판매한다”며 퉁명스럽게 답변했다. 이에 취재진이 “판매대에 담배가 많은데 왜 한갑만 파느냐”고 묻자 “사장님의 지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근의 또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판매를 제한한다는 안내문은 없었지만 한 손님이 “담배 두갑을 달라”고 하자 상인은 “한갑만 판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손님과 편의점 업주 사이에는 담배 판매 수량을 놓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시중에 ‘담배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흡연자와 가급적 담배를 팔지 않으려는 담배판매 상인간 ‘신경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도·소매점이 담배를 사재기한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담배제조사는 이달 3억7천300만갑의 담배를 소·도매점에 공급했다. 이는 평소보다 4%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하는 상당수의 담배판매점은 ‘없어서 못판다’며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실정이다. 물량 부족의 원인으로는 소비자의 사재기를 탓하고 있다.

반면 흡연자는 판매업자의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다. 일부 도·소매점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담배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

직장인 서광수씨(31)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편의점 등에는 담배재고가 없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편의점 등이 담뱃값 인상 후 비싸게 되팔 심산으로 사재기를 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실제 담배판매점 입장에선 현재 2천500원짜리 담배 1갑을 팔면 마진이 250원인데 비해 새해부터 이를 4천500원에 팔면 1갑당 2천원의 마진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KT&G에 따르면 생산된 담배의 30%는 도매업자로, 70%는 소매업자에게 공급된다. 전국의 15만 담배가게가 한 달간 공급받은 물량의 10%만 쌓아뒀다 내년에 팔면 522억원을 더 챙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편의점 직원들도 같은 말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직원은 “담뱃값 인상은 업자의 입장에선 리스크가 없는 데다 수익성이 큰 사안이다. 이에 창고에 담배를 쌓아두고 담배를 팔지 않는다. 또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담배를 자신의 집에 옮겨 놓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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