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 IT 공룡들 모바일 결제시장 혈투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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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8 07:49  |  수정 2014-12-18 09:08  |  발행일 2014-12-18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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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모바일 결제시장에 진출하면서 전자결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영남일보 DB>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 결제 가능한 결제시스템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PC나 모바일 기기에서 결제를 하려면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등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간단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간편결제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삼성·애플·구글·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CT강자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모바일 결제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종대 책임연구원과 정재훈 선임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수조원 모바일 결제 시장에 수백조 매출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ICT업계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에 대해 “당장의 수익보다 다가올 미래에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고객을 지속적으로 묶어둬(락인·Lock-in)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다.


페이팔·구글 이어 애플 합류
국내선 플랫폼 사업자도 가세

“수수료 이익 목적 아닌 듯”
주력사업 경쟁력 확보
맞춤형 광고 등 선점 노려


◆ 애플도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

전자결제 시장의 대표 모델은 ‘페이팔’이다. 페이팔은 1998년 미국에서 설립된 간편결제사업의 원조로 전세계 약 1억5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200조원 정도가 페이팔을 통해 결제되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쇼핑시에도 PC에서와 동일하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해외 직구를 즐기는 우리나라의 소비자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결제 서비스다.

이어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애플이다. 지난 10월 애플은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Apple Pay)’를 시장에 내놨다. 애플 페이는 NFC를 탑재한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와 내년에 출시될 애플워치(Apple Watch)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현재 구현된 결제 서비스 중 가장 편리한 서비스를 탑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페이는 높은 편의성과 보안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출시 72시간 만에 100만개의 카드가 등록됐으며 3주 만에 한 식료품체인에서는 애플페이로 15만건, 약 66억원의 결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맥도널드 1만4천여개 지점에서 처리된 모바일 결제의 50%를 애플페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도 2011년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출시한 바 있다. 지문인식기능을 제외하면, 애플페이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페이에 비해 상당히 일찍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 올 들어 다양한 시스템 선보여

이처럼 전세계에서 성장하는 모바일 결제시장을 두고 국내에서도 금융업체부터 플랫폼 사업자까지 다양한 기업이 경쟁에 나섰다. 먼저 국내 결제대행 서비스(PG·Payment Gateway) 사업자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2011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를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모바일 카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까지 준비하고 있다.

KG이니시스의 경우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K페이를 출시하는 등 모바일 결제시장에 나섰으며 한국사이버결제도 셀프페이라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러한 결제대행 서비스 사업자는 결제 수수료 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결제대행 사업에서의 교섭력 증대라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움직임에 대응해 지난해 출시한 ‘삼성월렛’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각종 멤버십 또는 비행기 티켓 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모바일 지갑 앱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최근 신한카드·현대카드·삼성카드 등 6개 카드사 및 결제 대행 사업자 KG이니시스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결제부터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다음카카오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9월에,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카카오톡 친구들과 송금 거래를 할 수 있는 뱅크월렛카카오를 지난달 선보였다. 카카오페이는 약 3개월 만에 200만명의 가입자를, 뱅크월렛카카오는 약 3주 만에 50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하는 등 국내의 다른 결제 서비스 대비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 결제 서비스는 촉매제

LG경제연구원은 글로벌 ICT 업체가 결제시장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에서 주된 목적은 결제 수수료가 아닌 다른 쪽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결제 서비스의 영업이익률이 30~4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아 장기적으로 결제 서비스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결제 사업을 통한 매출 성장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종대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그동안 결제 서비스 시장은 수수료를 핵심 수익 모델로 하는 전문 결제 서비스 사업자가 주도해 왔으며, 이들간 경쟁이 전부였다”며 “결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해 상당히 작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진입하는 것은 자신들의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차별화하거나 웨어러블 기기·맞춤형 광고 등 주력 사업과 관련된 거대 신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ICT 강자가 결제 서비스 수수료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결제 서비스를 통해 다른 사업에서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 결제 사업자가 국내의 결제 사업자 도움 없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들이 국내 결제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인 만큼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입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해외 사업자가 본격적으로 진입한 후에 준비하면 늦을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결제 사업자도 지금부터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비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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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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