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내 뇌속의 명품시계, 생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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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2 07:46  |  수정 2014-12-22 07:46  |  발행일 2014-12-22 제16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내 뇌속의 명품시계, 생체시계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내 뇌속의 명품시계, 생체시계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은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의 짧은 순간을 도민준은 아주 긴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400년이나 살면서도 늙지 않죠. 잘생긴 외모 말고도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것은 도민준의 생체시계가 우리 지구인의 생체시계보다 훨씬 천천히 가기 때문입니다. 생체시계란 생물이 지구의 일주기에 맞춰 살아가도록 우리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기작입니다. 생체시계는 단세포생물부터 고등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갖고 있습니다. 1970년 주커 교수에 의해 동물의 생체시계는 뇌 속 시상하부에 위치한 시각교차 위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습니다. 실제 SCN이 손상되면 생체리듬에 대한 타이밍이 파괴되어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SCN은 외부환경, 즉 빛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타국으로 여행을 가면 시차로 고생을 하는 것이죠. 밤이 되면 분비되어 잠을 유도하고, 아침이 되면 분비가 줄어 잠을 깨우는 멜라토닌이란 우리 몸속 호르몬도 생체시계 작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린 이러한 생리작용을 이용해 타국으로 여행 가서 멜라토닌을 복용하고 시차를 극복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수면뿐 아니라 우리 몸의 많은 생명현상은 생체시계의 조절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Cell’에 발표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에란 엘리나프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생체시계에 따라 우리 장 속의 박테리아의 구성비가 바뀐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생활리듬이 바뀌면 이러한 장 속 박테리아의 생체리듬이 바뀌어 비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야간교대근무나 잦은 해외출장으로 생활리듬이 자주 바뀌는 사람은 그만큼 살이 찌기 쉽다는 것이죠. 단순히 교대근무나 해외출장이 아니더라도 야식을 즐기면 이 또한 장의 생체리듬을 바꾸어 비만이 될 확률이 훨씬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식사시간을 잘 지키기만 해도 비만의 위험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곧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맞이합니다. 생체시계는 우리 몸의 많은 생리작용을 조절하므로 생체시계를 이용하면 매우 효율적인 방학 중 일과시간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한임상약리학회에서 발표한 우리 몸의 하루 동안의 생명현상 변화에 따르면 아침 7시 체온과 맥박이 상승하고, 아침 10~11시 사이는 단어 암기력이 15% 증가하며, 12시쯤 창조력, 관찰력 등 업무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오후 3~4시는 운동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며, 동시에 장기 암기력이 향상되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오후 8시 소화작용이 증가하고, 오후 10시가 되면 일 수행력이 떨어지고 청각감각이 가장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건강한 겨울 방학을 보내려면 우리 학생들의 일과시간표는 다음과 같이 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 7시쯤 기상하여 아침을 먹고 10시쯤 영어단어 암기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고, 11시부터 12시까지 창의력이 필요한 수학과 과학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며, 오후 3~4시는 간단한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면서 오래 기억해두어야 할 내용들을 복습합니다. 7시에는 저녁을 먹어야 소화가 잘 되어 편한 밤을 보내게 됩니다.

밤 10시 이후는 일 수행력이 떨어지므로 자신의 미래에 필요한 책을 읽거나 하루 공부를 정리하는 노트를 작성하면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겠죠? 밤에는 모두 청각신경이 예민해지니 함께 사는 주민들을 위해 층간소음을 줄이도록 음악소리를 낮추는 센스가 필요하겠죠?

이렇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나면 아마 놀라운 2015년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어쩜 도민준 같은 멋진 사람이 될지도 모르죠.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위한 퀴즈! 앞으로 지구 자전이 더 느려지면 우리 생체시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정답은 하루의 주기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우리 생체시계는 24시간이 아니라 28시간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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