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知者는 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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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2 07:54  |  수정 2014-12-22 07:54  |  발행일 2014-12-22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知者는 물을 좋아한다

아침 일찍 대견봉 오르는 길/산 따로 물 따로 만나려는 햇살은/잠시 홀로 고요하기만 한데/순간 스스로 높게 떠올라 비추며/밝게 웃는 소리에/천지가 놀란다.//거북처럼 단단히 웅크린 바위/성난 말처럼 치달리는 산봉우리/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소리 울리는 소나무/살포시 피어나는 안개를 보니/날이 개겠지//나는 산과 물이 이리 좋으니/전생엔 포산(苞山)에 묻혀 살았던/나무꾼이었나 봐.//(비슬산에서, 필자)

비슬산에 오르려고 소재사가 있는 비슬산자연휴양림으로 갔습니다. 입구 오른쪽에 세워둔 커다란 바위에 ‘樂山樂水(요산요수)’라는 글씨가 눈에 또렷이 들어왔습니다. 요산요수는 인자(仁者)와 지자(知者)를 비교하면서 자질을 파악한 공자의 명언입니다.

논어 옹야편에 보면 ‘지자요수(知者樂水)하고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내용입니다.

지자(知者)는 지식을 사랑하여 지식을 찾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지자는 마음이 맑고 밝으며 깨끗하여 깊이 이해하고 아량이 넓습니다. 지식은 항상 흐르는 물과 같이 변합니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새로워지기도 합니다. 당연히 지자는 새로운 것을 좇고 찾아야 합니다.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용기백배하고 활발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지자는 움직이고 흐르는 물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지적인 욕구나 지식을 사랑하는 공부도 신선함을 내세워 남에게 자랑코자 합니다. 또한 지식을 파고들면 들수록 신선함에 즐거워하며 즐깁니다.

인자(仁者)의 마음은 사욕이 없고 세태의 변동에 움직이지 않고 동요하지 않습니다. 인(仁)이란 영원무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인자는 움직이지 아니하고 변하지 않는 산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벗으로 삼는 것은 고요와 영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원은 시간을 초월합니다. 영원은 고요함 속에서 움직임 없이 흐르는 사랑의 영원성과 같습니다. 응당 인자는 고요를 즐기고, 고요한 생활을 즐겨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눈을 돌려 비슬산 골짜기를 바라보니 흐르는 물이 참 맑고 깨끗합니다. ‘지자(知者)는 동(動)하고, 낙(樂)한다’는 이야기의 의미를, 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알 듯합니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비탈에는 돌이 물처럼 흘러내린 암괴류가 있었습니다. 절벽 밑에 쌓인 애추와 부처바위와 같은 토르 등이 자꾸 상상을 만들었습니다.

대견봉 정상 가까이에는 ‘전국 10위권 포산고등학교’에서 붙인 자연보호 현수막이 여럿 걸려 있었습니다. 김호경 교장선생님의 꿈이 비슬산에서 빛납니다.

‘인자(仁者)는 정(靜)하고, 수(壽)한다’고 합니다. 고요함을 좋아하고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수목에 둘러싸인 포산(苞山),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인 비슬산 정상에서 낙동강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산도 닮고 물도 닮아 인자도 되고 지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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