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무서운 돌풍

  • 윤용섭
  • |
  • 입력 2014-12-22 08:10  |  수정 2014-12-22 10:00  |  발행일 2014-12-22 제24면
영화가 묻는다, 당신도 ‘평생’을 사랑할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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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연말 극장가에 작은 영화 한 편이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외 대작영화들의 공세 속에서도 높은 좌석 점유율과 예매율을 기록하며 흥행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 이하 ‘님아’)다. 다큐멘터리의 묵직한 진정성으로 뜨거운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이 영화의 기세에 눌려 연말 특수를 노린 대작영화들까지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 ‘제2의 워낭소리’의 등장을 예고하며 갈수록 그 열기를 더해가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나본 이유다.


백발 부부의 76년 순애보
젊은 관객도 뜨거운 감동
할리우드 대작 꺾고 선전

◆독립영화 사상 최단기간 100만 돌파

‘님아’(11월27일 개봉 )는 개봉 18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18일 현재 164만명) 이는 기존 최고 흥행작인 ‘워낭소리’(최종 관객수 293만4천명)보다 18일 빠른 기록이다. 고무적인 건 최근까지 1천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는 물론, 새롭게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순 제작비 1억2천만원의 저예산 영화가 1억6천500만달러(1천813억원)의 ‘인터스텔라’와 1억4천만달러(1천538억원)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넘어뜨린, 그야말로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린 격이다.

‘님아’는 제6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2회 전석 매진은 물론,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관객상을 수상해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를 반영해 독립다큐영화 사상 최대 개봉관 수인 전국 155개 상영관에서 오픈했다. 배급 관계자들은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까지 확신해 이 같은 배급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개봉 이후 ‘님아’의 흥행몰이는 시간이 갈수록 그 열기를 더해갔다. 상영관도 덩달아 늘어났다. 지난 14일에는 대작영화에서만 가능했던 806개 스크린 확보와 3천176회 상영 횟수라는 독립 영화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기존 국내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흥행을 이끌었던 ‘울지마, 톤즈’ ‘소명’ ‘회복’ 등의 대다수 영화가 종교적인 색채를 띠었던 반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종교적인 가치관이 개입되지 않은,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전하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독보적인 흥행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76년간 이어져온 백발 부부의 사랑

영화는 76년 서로를 향한 한결같은 순애보를 펼친 노부부(89세 강계열 할머니,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로부터 가슴 먹먹한 감동을 자아낸다. 봄에는 샛노란 꽃을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이면 냉이 씻던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치고, 가을이면 기껏 치워놓은 마당의 낙엽더미를 뿌리며,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다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어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서로의 살이 닿아야만 잠에 들며, 한밤중 화장실 가는 할머니가 무서울까 지켜 서서 불러주는 할아버지의 세레나데 ‘정선아라리’는 그야말로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달콤한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노년의 나이에도 서로를 향한 풋풋한 애정 표현과 천진난만한 장난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피할 수 없는 이별을 대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백마디 말보다 더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예상과 달리 20대 관객이 많이 몰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한 커플의 풋풋함은 물론, 한 가정을 이룬 부부의 연륜이 묻어나는 사랑의 굴곡까지 아우르며 뜨거운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 영화 배급을 맡은 CGV아트하우스 마케팅 관계자는 “이혼율이 급증하고 ‘썸남썸녀’가 트렌드인 요즘, 서로 평생을 사랑한다는 것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소통 이뤄내

호소력 짙은 콘텐츠의 힘도 탁월했지만, ‘님아’의 흥행 열풍 뒤에는 관객의 입소문이 크게 자리했다. 노부부의 진정한 사랑과 감동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SNS를 포함한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뒤덮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관객 평점은 역대 랭킹 1위, 예매사이트 CGV 관객 평점 역시 1위를 기록하며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영화를 통해 강렬한 여운과 깊은 감동을 느낀 관람객들은 ‘너무 멋지세요. 저도 정말 이런 사랑해 보고 싶네요’(ID: wldu****), ‘짧지만 강렬한 먹먹함이 영화 보는 내내 들었고요. 저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많이 울었습니다’(ID: youn****) 등과 같은 댓글을 남기며 감동을 나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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