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황기 등 6가지 한약재 끓인 물에 토종닭을 넣고 1시간쯤 고아 ‘金백숙’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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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6   |  발행일 2014-12-26 제41면   |  수정 2014-12-26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토종닭 기르고
섬유디자인 관련 일 한 아내 닭백숙집 열어
고추·배추는 친정에서 재배, 갓김치·깍두기는 직접 담가
부부가 가꾸는 백자농장 닭 KBS '한국인의 밥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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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방사해 사육된 재래토종닭으로 만든 동충하초약닭 한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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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청송군 현서면 백자리 농장의 토종닭.

부부는 ‘토종닭 부부’로 불린다. 아내도 남편도 양계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덜컥 ‘꼬꼬인생’을 살게 된 것.

둘에겐 이 닭이 희망이자 곧 ‘절망’이기도 하다. 괜찮은 걸 제대로 된 가격이 내려고 하니 손님은 너무 비싸다고 외면한다. 대다수 닭집 주인은 더없이 저렴한 보급형 닭에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남편 이춘배씨는 청송군 현서면 백자리 보현산 자락 백자농장에서 3천 수 정도 재래토종닭을 키우고 있다.

그가 국내 토종닭의 비밀을 알려준다.

재래토종닭은 국가의 토종가축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수입계 닭품종에 비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의 멸종상태에 이른 우리네 순수 토종닭을 유전자 DNA 지문 등의 방법으로 복원한 품종이다. 학술적 명칭은 ‘재래닭’.

재래토종닭과 시중에 유통 중인 닭 품종은 어떻게 다를까.

재래토종닭은 출하 시까지 최소 7개월 이상을 생산원가가 높아 백숙식당 등에 납품이 어렵고 대량소모가 힘들어 보통 12개월 이상 사육하며 유정란 판매 등 부수입 등으로 농장을 운영하며 경제적 불리함으로 국내에 전업으로 하는 농가는 백자 등 몇 농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맛닭’은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과학원에서 복원한 재래토종닭 황갈색종을 5~6년 농가보급 사업을 중단하고 보유하고 있는 재래닭품종과 수입계 품종인 로드아일랜드계와 코니시 계열을 교잡한(3원교잡종)을 ‘우리맛닭’으로 이름지어 농가에 보급한 품종. ‘한협3호’은 일반적으로 ‘토종닭’으로 불리며 20여년 전 농촌진흥청에서 그 당시 주류이던 수입육계품종을 전국에서 토종닭이라 불리던 품종을 채집하여 오랜 기간 교잡 육종하여 ‘한협3호’라고 명칭하여 농가에 보급한 품종. 토종 개념과는 맞지 않는다. 보통 부화 후 2~3개월 만에 사육출하하며 재래닭처럼 7개월 이상 기르면 덩치가 엄청나게 커져 ‘왕닭’, 또는 ‘왕추’로도 불린다. ‘육계’는 하림이나 마니커 등 대형업체나 위탁사육농가에서 대량사육하는 가장 흔한 수입계 품종으로, 보통 부화 후 28일 만에 출하하는 ‘속성 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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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 토종닭 전문 ‘백자’이창희 대표

◆ 남편은 닭 키우고 아내는 요리하고

남편이 농장 옆에서 기숙하면서 어렵사리 키워 칠곡에서 도축해 가져오는 닭을 갖고 아내 이창희씨는 요리해서 판다. 아내는 현재 대구MBC 남문 근처 골목 안에서 ‘백자’란 약닭 전문점을 꾸려가고 있다.

지난 11월6일 좋은 일이 있었다. 부부가 가꾸는 백자 농장 닭이 탤런트 최불암씨가 출연하는 KBS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됐다. 한 번 날갯짓에 50m 날아가는 재래닭의 위용에 제작진도 감탄을 연발했다. 당시 담당 구성작가도 섭외 과정에 토종닭 족보를 제대로 확인하느라 적잖게 고생했다.

남편은 단국대 독문학과를 나와 종합제약사인 유유제약을 15년쯤 다닌다.

어느 날 토종닭 관련 기사에 사로잡힌다. 영남대 농대에서 토종닭을 복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관계자를 찾아간다. 결국 닭에 미쳐버린다. 아내는 완강하게 반대했다. 고집쟁이 남편은 98년 혼자 청송으로 귀농을 해버렸다. 당시 아내는 섬유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호언장담했지만 열정만 믿었다가 사업 5년 만에 아파트 한 채를 날려 먹는다. 닭은 꿈이었는데 현실은 ‘암흑’이었다.

남편은 당시 전국 최고의 닭백숙촌으로 변한 팔공산 일원의 닭집 주인을 만나 개별 마케팅을 했다. 돌아온 말은 ‘그래, 닭도 좋고 맛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너무 비싸’였다.

남편은 당시 여느 식당에 유통되는 닭이 얼마나 저급한가를 분명히 목도했다. 다른 카드가 없었다. 남편은 아내를 약닭백숙집 여주인으로 떠밀었다.

2000년 북구 관음동 뒷골목에서 백자가 오픈한다. 청송 달기약수로 약닭백숙, 옻닭, 동충하초약닭 등을 냈다. 호평을 받았다.

약닭 개발도 우여곡절의 연속. 한 한의원을 무조건 찾아가 매달렸다. 닭과 잘 어울리는 약재를 추천받았다. 요리를 해보니 한약재 냄새가 너무 진했다. 2002년에 현재 완성된 맛의 약닭이 탄생한다. 수성구 지산동으로 옮겼다. 백숙으로 유명한 진밭골 입구였지만 그 약닭이 산중 닭보다 더 유명해진다. 2003년 현재 자리로 온다.

아내는 토요일마다 청송으로 가서 남편 뒤치다꺼리 해주고 일요일 저녁에 온다.

◆ 재래토종약닭백숙 고군분투기

약닭은 아이 낳듯 빚는다. 황기, 오가피, 동충하초 등 6가지 재료를 넣고 30분 끓인 물을 압력밥솥에 넣고 1시간 정도 푹 쪄내야 한다.

재래종이라 닭뼈가 진청색이다. 살살 삶으면 질겨 못 먹는다. 여느 백숙은 20분 정도만 찌면 되는데 이건 너무 졸깃하고 탄력적이라서 연하게 하려면 1시간 이상 고아야 한다.

소문이 나자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러브콜이 왔다. 한때 부재료까지 포함해 약닭 재료가 7만4천원에 팔리기도 했다. 국내 최고가였다. 한우보다 더 비쌌다. 현재 서울 현대백화점, 서울 신세계백화점, 서울 청담동 SSG푸드마켓에 납품되고 있다.

반찬도 자작(自作). 안동 도산면 온혜리 친정에서 재배한 고추와 고춧가루, 배추 등을 비롯해 김치, 깍두기 등도 갖고 온다. 갓김치도 남해 젓갈을 사용해 직접 담근다. 제주 무를 갖고 깍두기를 담근다. 인삼은 풍기 인삼 저농약 버전이다. 남편의 지인이 재배한 것이다. 청송군 백자리에 심어놓은 300여 주의 약대추를 사용한다.

퇴원 후 영양공급에 몰입하는 단골은 토종닭전복보양백숙(10만원)을 즐긴다. 3시간 전에 예약하면 북구 매천시장 전복코너에서 가장 큰 놈을 퀵으로 받아 사용한다.

유정란도 엄청 화제다. 백자 농장은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방사 유정란 품질인증을 받아왔다. 알도 워낙 비싸 6알 포장 한 팩에 4천900원. 역시 국내 백화점 최고가 유정란이다.

국내에 이런저런 유정란이 있지만 그건 대다수 수입종.

백자 닭은 모성애가 워낙 강해 직접 알을 품는다. 부부가 하루 두 번(낮 12시와 오후 5시) 계란을 끄집어 내는 과정에 닭한테 엄청 쪼인다.

동절기엔 재래닭의 활동이 1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진다. 유정란 공급도 확 줄어든다. 병아리가 된 후 6개월이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암탉 한 마리가 연간 120개 내외만 낳는다. 이제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본부에 이어 대백프라자, 서울 신세계백화점, 풀무원 올가, 부산 메가마트 등 10여곳에 들어간다.

15m 길이의 횟대가 100여개 있다. 백자 농장 닭은 거의 횟대에 올라가 잔다. 새벽 4시에 일제히 운다. 조류독감이 유행하지만 풀어놓고 키워 면역력이 높다. 그래서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가금류답게 키우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수성구 범어2동 47-15 (053)759-9945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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