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숲속으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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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6   |  발행일 2014-12-26 제42면   |  수정 2014-12-26
아이 갖길 바라는 부부, 신비롭고 위험한 숲속여정
고전동화 캐릭터 동원한 뮤지컬
20141226

‘숲속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동화를 골고루 녹여내 한 편의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림형제의 동화 ‘빨간 망토’ ‘신데렐라’ ‘라푼젤’, 그리고 영국 민담인 ‘잭과 콩나무’ 속 캐릭터를 소환해, 숲을 배경으로 한 이들의 만남을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펼쳐간다.

아이를 간절히 바라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베이커 부부(제임스 코든과 에밀리 블런트). 그들에게 나타난 마녀(메릴 스트립)는 부모의 실수로 인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며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준다. 숲속으로 들어가 피처럼 붉은 망토, 우유처럼 하얀 소, 옥수수처럼 노란 머리카락 그리고 순금처럼 빛나는 구두를 구해와야 한다는 것. 단 주어진 시간은 3일. 100년 만에 찾아온 푸른 달이 뜨기 전까지다. 마녀의 거래를 받아들인 베이커 부부는 낯설고 신비로운 숲 속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숲속으로’는 ‘겨울왕국’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디즈니의 또 다른 야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동명의 원작 뮤지컬은 1987년 브로드웨이 초연무대와 동시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이듬해 토니 어워즈에서 극본상, 작곡상, 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수상했다. 디즈니가 창립 이래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이다.

디즈니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롭 마샬 감독에게 ‘숲속으로’의 사령탑을 맡겼다. 롭 마샬은 뮤지컬 ‘시카고’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된 캐릭터의 결합은 물론 인간의 심오한 본성까지 스토리 안에 새롭게 담아낸 점이 놀라웠다”며 원작을 평가한 그는 이를 토대로 뮤지컬 장르의 장치를 차용해 실제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한 감동을 스크린에 오롯이 담아냈다.

일단 오프닝부터 눈길을 끈다. 뮤지컬의 본질과 영화적인 재미가 제대로 어우러진 16분의 오프닝 넘버 ‘Into the Woods’는 마치 실제 뮤지컬 1막을 보는 듯한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이는 ‘숲속으로’의 OST인 ‘No One is Alone’과 함께 레미제라블의 ‘One Day More’, 겨울왕국의 ‘Let it Go’와 비견될 정도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도 대거 참여했다. 메릴 스트립을 필두로 조니 뎁, 에밀리 블런트, 제임스 코든, 안나 켄드릭, 크리스 파인 등은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곡을 인상 깊게 소화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솔로곡 ‘Stay with Me’,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돋보인 ‘No One is Alone’ 등은 주옥같다.

특히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비틀어 새로운 상상력을 보탰다는 점이다. 원작의 해피 엔딩 이후 주인공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이들이 소망하고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할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재해석했다. 대표적으로 착한 마음씨를 지닌 순종적인 아가씨로 알고 있는 신데렐라는 돌발행동을 서슴지 않는 능동적이고 자립성 강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반면 신데렐라 왕자는 자신의 지위와 잘생긴 외모로 모든 여자를 꾈 수 있다는 오만한 마음을 지닌 속물적인 인물로 설정됐다.

잭과 빨간 망토 역시 원작 동화 속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의 결말이 아닌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보편적인 성장통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처럼 동화 속 모든 캐릭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해피 엔딩 대신 전혀 다른 반전의 결말로 나아간다. 그 점에서 ‘숲속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읽혀진다. 원작자인 제임스 라핀과 스티븐 손드하임 음악감독 역시 조건 없는 사랑과 인간 정신의 힘을 토대로 가족의 개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진화됐는지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숲속으로’의 미덕은 실제 뮤지컬을 보는 듯한 완벽한 구성과 볼거리다. 환상적인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룬 멜로디는 매 순간 상상 이상의 황홀감을 선사하고, 여기에 더해진 새로운 러브 스토리와 유머, 그리고 감동의 요소는 유기적으로 얽혀 인상 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장르:뮤지컬 등급:전체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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