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오늘의 연애’ 준수 역 이승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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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6   |  발행일 2015-01-16 제37면   |  수정 2015-01-16
‘썸(사귀기 전의 단계)’관계서 스킨십? 키스보다 손 잡는게 설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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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넌, 흥분이 안 돼." 초등학교 교사인 준수는 18년 이성친구인 기상 캐스터 현우(문채원)에겐 그런 존재다. 수시로 불려나가 밥 먹고, 술 마시고, 고충을 들어주지만 애인은 아닌 그런 관계. ‘오늘의 연애’는 그런 두 사람을 통해 새로운 연애 트렌드로 자리 잡은 ‘썸’의 실체에 접근한다.

이승기는 준수를 연기했다. 누가 봐도 호감 가는 외모와 반듯함,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일등 신랑감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매번 100일도 못 채우고 여자들에게 차이는 수난을 겪는다. 이승기는 “개인적으로 이 시대가 나쁜 남자와 차도남에 열광하고, 착한 남자나 늘 자기만을 좋아해주는 남자는 지루하다 폄하하고 재미없다 치부해버리는 것 같다”며 “그 안타까움을 ‘오늘의 연애’를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늘의 연애’는 이승기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자, 평소 재미난 소재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던 그에게 딱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절대 가볍지 않고, 리얼하면서도 판타지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런 관점이 좋아서 감독님을 믿고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는 그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고 밝혔던 만큼 준수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는 한층 높아질 듯하다.

이승기는 반듯한 그의 이미지처럼 사랑에 대한 소신도 분명하다. “사랑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리얼하게 진짜 연애를 말하는 ‘오늘의 연애’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영화 ‘오늘의 연애’가, 그리고 현실밀착형 캐릭터로 돌아온 그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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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 만의 첫 영화다. 느낌이 어떤가.

“영화가 사람을 이렇게 긴장하고 설레게 만드는 줄 정말 몰랐다. 드라마 할 때보다 훨씬 더 떨린다.”

▲‘오늘의 연애’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이 영화를 불후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건 아니다. 난 재밌고 유쾌한 스타일인데 최근 출연했던 두 편의 드라마가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좀 부대끼긴 했다. 차기작은 재미난 것을 하고 싶었다. 그 찰나에 이 시나리오를 보게 된 거다. 기본적으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였으면 조금 주저했을 텐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사랑이야기가 좋았다. 예전부터 나쁜 남자만 득세하고 우직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폄하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정한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메시지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 점이 좋았다. 게다가 친구이자 친한 동료인 문채원씨와 함께할 수 있어서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진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은 배우를 편하게 해주시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배우의 눈높이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계산하지 않고 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신다. 박진표 감독님은 자신만의 독특한 디렉션을 하시는데, ‘감정을 조금만 더 올려보자’라는 표현을 ‘10원어치만’, ‘20원어치만’ 이런 식으로 표현하셨다. 처음에는 그 디렉션에 당황했는데, 나중에는 감독님이 어느 정도의 변화를 요구하는지 더 선명하게 알게 돼서 연기하는 데 훨씬 수월했다.”

▲박 감독은 당신을 노력형 천재라고 말하던데.

“과찬이다. 늘 천재를 동경하고 나도 천재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감사할 따름이다. 내 기를 살려주려는 의도로 촬영장에서도 그런 말씀을 계속 해주셨다. 덕분에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후천적 노력형에 가깝다.”


문채원과 함께할 수 있어서
무조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거절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고백하는 스타일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내 매력이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준수와 현우처럼 가깝게 지내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민이 있을 때 술 한잔하면서 도움을 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그 정도의 관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준수는 외모, 성격, 직업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친구다. 그런데도 늘 100일도 못 채우고 여자들에게 차인다. 그 점이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는데.

“그래서 살도 더 찌우고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준수의 연애 스타일이 여자들에겐 어필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여자들은 너무 잘해주기만 하면 재미없고 질린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차도남, 까칠남을 젊은 여성들이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내 생각에는, 반대로 여성들이 그런 사랑을 받길 원하지만 뭔가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렇게 변명을 하는 것 아닐까. 헤어지고 싶을 때 그렇게 핑계를 대는 거지.”

▲준수와의 싱크로율이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연애 상대로서 스스로를 평가해본다면.

“준수와 같은 맥락에서 내 이미지나 성격을 보면 모든 여자가 사귀고 싶은 상대의 남자까지는 아닌 것 같다. ‘츤데레’처럼 사랑을 한 번에 주지 않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와는 안 맞는 것 같고, 그렇다고 비슷하게 흉내 낼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준수와 다른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다. 준수는 소극적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한다. 나도 고백을 앞두고는 고민을 하겠지만 준수보다는 적극적으로 표현할 것 같다. 설령 거절을 당하더라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반듯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혹, 이런 이미지로 굳혀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전혀. 그렇다고 모범적이고 바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줬을 뿐인데 다행히 좋은 이미지가 형성이 됐다. 나에 대한 미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예를 들면, 내가 이른 아침부터 동생과 함께 분리수거를 하고 있더라는 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 아닌데.(웃음) 아무튼 그런 미담이 돌면 감사하다.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면 그런 미담까지 만들어 주시겠나. 그때 리플도 어마어마하게 달렸다. 어디 가서 휴지라도 줍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평소 친구처럼 친한 채원과 연인관계로 나온다. 오히려 그런 친분관계가 멜로를 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았나.

“오히려 편했다. 사실 그 전까지 채원씨와는 그렇게 친하지 못했다. 드라마 끝나고 간간이 연락만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영화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아무래도 둘이 부딪히는 신이 많다 보니까.”

▲현우는 유부남을 만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

“준수처럼 행동할 것 같다. 끊임없이 방해하고, 그 사람은 아니라고 충고하면서. 그런데 억지로 떼어 놓는다고 해서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이성과 감정이 있는 성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미비하다고 본다면, 본인이 한 번 겪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썸 관계에서 가능한 스킨십은 어디까지라고 보나.

“허그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키스보다 손을 잡는 게 더 설렐 것 같다.”

▲그동안 별다른 부침 없이 여기까지 왔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 같다.

“글쎄. 특별히 한 건 없다. 틈틈이 운동하는 것 외에는. 내가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다 보니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많아서 개인적인 생활을 즐길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건과 사고를 일으킬 만한 시간이나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웃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온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연기와 노래를 계속 병행할 생각인가.

“욕심 같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나에게 부족한 게 있다고 말한다면 끝까지 부딪혀서라도 이룩하고 싶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채원씨는 당신의 매력을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유머라고 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을 말한다면.

“유쾌함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잠시도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내 매력이 아닐까.”(웃음)

▲연기적 고민이 있다면.

“늘 연기를 잘하고 싶고, 어떤 연기를 보여줘도 인정을 받고 싶다. 그 과정으로 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어떻게 가야 하고, 그러려면 어떤 연습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그건 내가 연기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연기자가 연기를 하는 건 작품을 통해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건데,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 가장 크다.”

▲어떤 장르와 역할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굉장히 많다. 가수 때도 그랬다.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다 잘해야만 진정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했다. 연기도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으면 연기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문직이나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쾌함이 조금씩 묻어나 있으면 더욱 좋겠고.”

▲올해 계획이 있다면.

“일단 ‘오늘의 연애’ 홍보를 열심히 해야겠지. 또 앨범 준비도 하고 있다. 이제 녹음을 시작했고, 앨범은 3월쯤에 나올 예정이다.”

▲어떤 연기자로 남고 싶은가.

“보고 싶은 배우와 정말 믿고 보는 배우가 결국에는 가장 좋은 배우로 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고 싶었으면 좋겠다. 믿고 보는 배우도 좋은데, 늘 이승기가 나오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지는, 그런 배우 말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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