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등 영남권 지자체들이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의 평가항목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핵심내용을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기관이 수행할 용역에 어떤 평가항목이 적용될지가 입지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1일 신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 평가항목에 반영돼야 할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 싱크탱크인 대구경북연구원(이하 대경연)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대구시가 의뢰한 조항은 △남부권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핵심인프라 조성 △1시간내 접근성 △안전성, 공항용량의 정밀조사를 위한 항공학적 검토 △환경법령에 근거한 정밀한 생태조사 △친환경·경제적인 공항 건설을 위한 다각적 방안 연구 등이다.
현재 대구시는 부산을 제외한 경북·울산·경남 등 영남권 다른 3개 시·도의 신공항 전략수립을 총괄하고 있다.
가덕도에 신공항 건설땐
대구·구미서 100㎞ 가야
대규모 매립도 불가피해
생태계 훼손 가능성 농후
◆경제공동체 형성 위한 핵심 인프라
신공항은 현재의 수도권 중심의 단일 경제체제로는 국가균형발전이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도권 광역화를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 수도권은 국내 인구의 절반, 100대 대기업 본사의 90%, 금융·예금의 70%가 집중돼 있다. 국가 제2관문 기능을 할 신공항을 건설해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인구 2천만명, 국가산업단지의 50%가 분포해 있는 남부권의 풍부한 성장 잠재력도 감안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등 영남지역 외에 호남까지 아우르는 남부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공항 건설은 절실하다. 미주·유럽 노선 취항과 권역내 항공물류 수송기능이 가능한 관문공항이 돼야 이 열망은 구현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 도시 모두 1시간 이내
밀양을 염두에 둔 1시간내 공항 접근성 강조는 남부광역경제권 전체 산업활동지원을 위한 필수 인프라여서 평가항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게 대구시의 생각이다.
이동시간 1시간권 이내에 기업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이는 경제성 확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대구와 58㎞ 떨어진 밀양은 영남권내 주요 산업단지와 비교적 근접해 있다. 포항(90㎞), 경주(68㎞), 구미(92㎞), 울산(35㎞)은 물론 창원(17㎞), 부산(35㎞)과도 근접돼 있다.
당초 대구가 신공항 적지로 영천 금호지구를 염두에 뒀다가 밀양으로 선회한 것은 이같은 지리적 여건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생기면 대구와 구미, 울산과는 각각 100㎞, 133㎞, 74㎞로 이격된다. 더 멀어진다는 의미다.
◆항공학적 기술적 검토
항공학적 검토는 밀양이 고정 장애물인 봉우리 3개만 제거하면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인근 공항과의 공역(空域)충돌이 없고, 해안에 위치한 가덕도보다 태풍, 해일 등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도 노렸다. 가덕도는 20㎞ 이내에 위치한 김해공항, 진해 비행장과 공역이 충돌되는 단점이 있다.
대구시 신공항추진팀 관계자는 “안전성이 확보되면 24시간 동안 충분한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생태환경도 고려
환경성 우위는 대구시가 비장의 카드로 여기고 있다. 밀양의 경우, 주변지역 대부분이 생태자연도 3~5등급이고, 항공기 진출입을 위한 공간 중 일부 장애 구릉만 생태자연도 1등급이다. 반면 가덕도는 전체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태계 훼손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규모 매립이 필요한 가덕도는 해양오염·어업권 침해도 우려된다. 가덕도 국수봉을 완전히 제거해야 해 자연생태계 복원도 사실상 힘들다. 절토해야 할 양은 밀양이 가덕도 국수봉의 42%에 불과한 것으로 대구시는 분석했다. 밀양은 공사완료 후 절토지에 대한 생태계 복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부산시의 신공항추진단은 반드시 용역 평가항목에 포함해야 할 핵심내용으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해안공항 △김해공항 존치 △국가경쟁력 향상 △경제성 등을 꼽고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 국가경쟁력 강화는 대구와 대동소이하다.
특히 부산은 창이(싱가포르), 푸동(중국), 간사이(일본) 등 세계적 공항이 해양지역에 건립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눈치다. 해안공항이라야 24시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존치카드는 계속 들고 있겠다는 심산이다. 항공점유율이 증가하는 잘되는 공항을 굳이 폐쇄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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