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0여일 깜깜이 보조금 여전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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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2 08:03  |  수정 2015-01-22 08:03  |  발행일 2015-01-22 제18면
판매수수료의 보조금 전용 등 곳곳 더 교묘해진 고객유치전
“폰 거품·통신비 폭리 더 심각”…시민단체, 法 대폭 보완 요구
단통법 100여일 깜깜이 보조금 여전
지난 17~19일 일부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불법보조금 논란이 빚어지는 등 통신업체들의 불법 판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태 조사와 다른 규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영남일보 DB>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100일을 넘겼지만 아직 시장에는 불법보조금이 성행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 후에도 불법보조금을 지급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최근까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어 법의 실효성 논란마저 낳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제도 개선이 아닌 통신업체들만 옥죄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 계속 터져나오는 불법보조금

지난 17~19일 이동통신업계의 리베이트(판매수수료)가 상향되면서 시장 과열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인터넷 가격비교 커뮤니티에서는 출고가 90만원대의 갤럭시노트4를 43만원, 80만원대의 아이폰6(16GB)를 34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는 단통법의 최대 보조금(35만원)을 넘긴 50만~60만원가량의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17∼19일 사흘간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는 5만2천52건으로 하루 평균 1만7천350건이나 됐다. 이는 정부가 설정한 시장 과열 기준(2만4천건)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번호이동 수치만 놓고 보면 과열이라 판단하기 힘들지만 물밑에서는 이통사 간 치열한 고객 유치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의 번호이동 대결에서 SK텔레콤은 5천391명, LGU+는 1천32명의 고객을 추가 확보한 반면 KT는 6천423명의 고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KT는 “지난 주말 누가 시장 과열을 주도했는지 드러난 것"이라며 “KT로서는 특정 업체의 불법 영업에 무리하게 맞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주력 단말기를 중심으로 공시지원금을 높이고 출고가는 낮추는 등 적극적인 영업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지난 주말 일부 이통사가 유통점에 리베이트를 과다 지급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보조금으로 전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현장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최근 단통법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단통법 통신비 인하를 위한 보고서를 발행하며 단통법이 일부 성과가 있고 취지도 긍정적이지만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와 통신요금의 인하가 따르지 않는다면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단통법으로 인해 국내·외의 부당한 가격차별과 함께 단말기 거품과 통신비 폭리라는 절대적 차별은 오히려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 제2·제3 단통법 등장하나

불법보조금 외에도 최근 통신시장에서는 중고폰 선보상제도 폐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고폰 선보상제도는 새로 구입한 휴대폰의 중고가격을 미리 지급받는 것을 뜻한다. 즉, 휴대폰을 18개월 후 반납조건으로 구매해 중고가격을 월 요금할인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는 LGU+가 지난해 10월 100만원 수준의 고가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도입하면서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제로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고 다른 통신사들도 잇따라 선보였다.

하지만 우회적인 편법 보조금이라는 지적과 특정 단말기와 고가 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돼 이용자 차별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구체적인 중고폰 반납·보상 기준이 없어 18개월 만료후 소비자 민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고, 방통위가 지난 14일 이통 3사 본사와 전국 유통망 등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서면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중고폰 선보상제도를 종료한다고 밝혔으며 KT와 LGU+도 이 제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압박이 주효했다고 분석하면서도 방통위가 시장에 개입해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폰뿐만 아니라 전화와 방송·인터넷 등 결합상품에 따른 요금할인 혜택을 제한하는 ‘결합상품 상한선’이 수립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결합할 경우 제공되던 결합할인 혜택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는 한 통신사의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모두 결합해 이용할 경우 적게는 1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방통위가 지난 15일 공개한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불공정행위 규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방통위가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과 같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결합할인 혜택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과열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혜택을 제한하는 의미에서 ‘제2의 단통법’이 아니냐는 논란도 낳고 있다.

이동통신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제도를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통신사들만 옥죄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들이 없어진다면 전체 통신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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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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