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劇場 소설 기법의 인물스토리 .12]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윤영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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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3   |  발행일 2015-01-23 제33면   |  수정 2015-01-23
대중음악계의 보헤미안들
“폼재는 건 질색…옆사람에게 물어봐라 윤영배를 아느냐고?”
20150123
윤영배는 2014년 한국대중음악 대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절벽으로 내몰린 서민들 때문에 ‘음악포기’ 선언을 할 정도로 시대정신에 투철하다. 11년째 제주도에 은둔하면서 최소의 소득으로 가능한 ‘자립예술 시대’를 향해 싸우고 있다.


‘윤영배는 대중음악에서의 작가주의를 실천하는 보기 드문 음악가다. 이때의 작가주의는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을 작가 자신의 삶 안에서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대부분 헛되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삶과 일치된 음악이라는 화두는 지향하기엔 쉬우나 실천하기엔 지나치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윤영배는 확실히 기이하거나 특이한 음악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진심으로, 음악 앞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오고, 그 둘을 일치시키려고 애쓴다. 무엇보다 음악적 결과물이 이런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윤영배의 음악은 결과보다는 과정이고, 해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이다. 그야말로 그의 세 번째 앨범 ‘위험한 세계’는 그의 삶 속에 위치하고 거기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것은 맥락 없이 떠도는 파편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윤영배에 한해서라면, 안간힘을 다해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합일시키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앨범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요컨대 이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위험한 세계는 바로 그 질문 자체로 만든 앨범이다. 촌스러울 정도로 엄격한 그의 작가주의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필 제치고 3관왕
가수 이효리의 롤모델
그러나 인지도는 ‘빵’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차우진씨가 쓴 수상선정의 변에 등장한 윤영배(47)가 바로 나다.

지난해 2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진행된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거기서 나는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차지했다. 인디 및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사이에선 내가 조금 알려져 있지만 일반 대중가수 사이에선 아직도 인지도가 ‘빵’이다. 옆 사람에게 물어봐라. 윤영배를 아느냐고. 다들 모른다고 할 것이다. 내 노래가 노래방 인기곡으로 수록될 가능성 역시 ‘빵’. 그런 내가 덜컥 ‘바운스(Bounce)’로 2관왕을 차지한 조용필 선배를 제치고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지난해 여러 곳에서 심심찮게 그 상이 화제였다.

화제 옆에는 항상 이상순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가 신혼집을 마련한 가수 이효리가 ‘자기 삶의 롤모델이 윤영배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얘기도 곁반찬으로 깐다.

다들 그랬다. 유명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지? 유명해도 상을 받지만 유명하지 않아도 상을 받아야 음악계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돈 때문에 노래하는 가수와 음악 때문에 노래하는 사람이 공존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아직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은 아직 뮤지션과 엔터테이너를 구별하지 못한다. 감동하는 것과 신나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른다.

솔직히 지난해 그 상 때문에 요즘 내 양심은 약간의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상을 받은 날도 언급했듯이 아직 ‘기본소득’도 보장받지 못한 채 절벽으로 내몰린 불특정 다수의 서민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내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경제적 절대약자’에게 과연 내 노래가 무슨 위로가 될까 싶다. 무정부주의적이고 유목민적 기질이 없었더라면 분명 나도 감당할 수 없는 흥분에 편승했을 것이다. 내가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를 여봐란듯이 뽐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게 설령 겸손의 방식이더라도 그건 지금 윤영배의 삶에 별다른 영양가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난 지금 내가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런티를 받고 노래를 부를 이유도 없다. 행사나 축제 무대에 설 맘도 전혀 없다. 음반을 팔고 싶은 욕구도 없다. 페이스북에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음악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것. W3면에 계속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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