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심장을 쏴라’ 주인공 수명役 여진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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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6 07:59  |  수정 2015-01-26 07:59  |  발행일 2015-01-26 제24면
“정신병동에 들어갈 수도 없고… 결국 스스로 캐릭터 만들었죠”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주인공 수명役 여진구

여진구는 그새 훌쩍 성장했다. 크고 또렷해진 이목구비와 낮게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 듬직해진 체구는 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있는 그의 남성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를 더욱 주목하게 되는 건 외적 신체변화와 함께 성장한 그의 눈부신 연기력이다. 아홉 살에 데뷔한 영화 ‘새드 무비’(2005) 이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여진구는 그저 연기 좀 되는 고만고만한 아역 배우가 아닌 충무로가 주목하는 차세대 기대주가 됐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는 그 방점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은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소년의 순진함과 감수성으로 우리 곁에 살갑게 자리한 그다. 그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수명을 연기했다. 평온한 병원생활을 이어가던 모범환자 수명이 시한폭탄 같은 동갑내기 친구 승민(이민기)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제 나이보다 많은 스물다섯의 수명을 연기한 만큼, 한층 성숙해져 있을 그의 내면 연기가 궁금증을 일으킨다.

안방극장·스크린 넘나들며
데뷔 10년차 충무로 기대주로

소심한 성격 바꾸려 연기 입문
진짜 배우 될줄 부모님도 몰라

이제 고3…알차게 보내고 싶어
당분간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


-아역으로 시작해 어느덧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됐다.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달라진 게 있다면 외모나 키 정도일 뿐, 딱히 연기 실력은 그만큼 늘지 않은 것 같다.”(웃음)

-겸손한 것 아닌가. 충무로를 책임질 차세대 연기자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렇게 봐주시면 무척 감사하다. 차세대 연기자라는 건 나를 주목하고 내 미래를 믿어주신다는 얘기니까. 당연히 책임감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단순히 (연기를) 즐기고 좋아했던 마음이 강했다면, 지금은 좀 더 진지해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명 캐릭터가 원작보다는 조금 밝게 나왔다. 캐릭터 접근은 어떻게 했나.

“참고할 자료가 많이 없었다. 내가 정신병동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경험이 있는 분들도 주위에 없었다. 게다가 수명은 성격적으로 나와 닮지 않았다. 오히려 내 성격은 승민처럼 까불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원작에 많이 기댔고, 그러다 보니 너무 원작 소설을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반에는 많이 흔들렸다. 아무튼 ‘내 심장을 쏴라’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얻은 게 무척 많았다.”

-감독의 주문은 없었나.

“감독님이 배우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길 원하셨다. 지금까진 이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러다가 내 생각이 맞든 틀리든 한번 부딪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편하게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이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다.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신기한 게, 나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마치 누가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술술 읽혔다. 영상을 보듯 머릿속에선 소설 속 이미지가 그려졌고, 상상의 나래도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승민을 연기하는 이민기와 띠동갑이지만 친구로 나온다. 호흡은 어땠나.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 민기 형이 나이 차는 신경 쓰지 말고 정말 진짜 친구처럼 지내보자고 말해서 부담을 많이 덜었다. 농담도 하면서 먼저 다가와주니까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형한테 많은 걸 배웠다. 형을 보면서 놀랐던 건 촬영장에서 그냥 놀고 갔다는 느낌이 들 만큼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것이다. 그냥 승민이었다. 현장에선 늘 에너지가 넘쳤고, 그런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표출하는 게 무척 멋있고 부러웠다.”

-일찌감치 아역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나.

“물론이다. 친구들도 그런 나를 많이 부러워한다. 예전에는 학교를 조퇴하고 다른 스타들 만나는 것을 부러워했다면, 요즘에는 내가 일찍 진로를 정했다는 것을 부러워한다. 만나면 장난만 치던 친구들이 그런 진지한 얘기를 하니까 현실감이 느껴진다.”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는 누구나 TV에 한번 나와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지 않나. 나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나가보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성격 개조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어릴 때는 소심한 편이라 내가 좀 활발해지길 바라셨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배우가 될 줄은 모르셨다. 물론 좋아하시지만, 약간 의외라는 반응이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있다면.

“신기한 게, 어떤 배역을 만나든 내 안에 그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수명과 승민이 내 안에 있었다. 그리고 매번 ‘정말 해야 돼’ ‘할 수 있어’라는 생각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서로 충돌한다. 그래서 캐릭터 준비나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반면, 준비한 만큼 자신감으로 나타난다. 캐릭터와 쉽게 친해지고, 또 쉽게 다가가는 것 같다.”

-고3에 올라간다. 입시준비로 올해는 바쁠 것 같다.

“그렇다. 공부도 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고, 마지막 10대를 보내는 만큼 진짜 알차게 보내고도 싶다. 일단 차기작 ‘서부전선’의 촬영을 끝마쳤고, 후속작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물론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출연을 하겠지만 당분간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 같다.”

-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뭔가.

“치맥을 먹는 거다. 난 늘 콜라와 치킨을 먹었는데, 맥주와 함께 먹는 치킨의 맛이 정말 궁금하다.”(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dada2450@hanmail.net<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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