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방병원의 질병이야기] 소변에 ‘단백질·적혈구’ 섞여나오면 사구체신염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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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7 07:58  |  수정 2015-01-27 07:58  |  발행일 2015-01-27 제22면
[대구한방병원의 질병이야기] 소변에 ‘단백질·적혈구’ 섞여나오면 사구체신염

40대 초반의 김명환씨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이다. 그러나 몇 달 전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3이 넘었고, 신장 기능이 20%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크레아티닌 수치가 7이 넘으면 신장 이식 수술을 받거나 혈액 투석을 해야 된다는 것. 김씨는 2년전 건강검진 결과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무시한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된다. 김씨처럼 한번 손상된 신장 사구체의 조직은 재생되거나 기능이 다시 회복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신장기능을 보호하고 신장조직의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신장 혈액 필터 역할하는 사구체
손상돼도 자각 없어… 예방 필수
침·뜸시술 보다 탕약 더 효과적
가감위령탕·보중치습탕 등 처방

◆소변 만들고 내보내는 신장

신장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변을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은 만들어진 소변을 내보내는 일이다.

소변을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구체(絲球體)이고, 소변을 모아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 신우(腎盂)이다. 신우신염은 방광염을 일으키는 균인 대장균의 감염으로 잘 발생하며, 항생제로 잘 치료되며 팔정산(八正散)이라는 한약도 효과가 좋다.

양쪽 콩팥에는 소변을 만드는 장치인 미세한 구조의 네프론(腎元)이 200만~250만개가 있다. 네프론은 혈액을 걸러서 소변을 만드는 사구체와 만들어진 소변이 신우로 내려가는 세뇨관으로 구성된다. 신장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사구체의 미세한 혈관벽이 혈액을 걸러주는 필터역할을 한다.

사구체신염은 항원과 항체가 결합한 덩어리가 사구체의 혈관벽에 축적되어서 혈관벽이 손상되는 병이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전혀 없으며 소변검사에서 그 단서를 확인할 수 있는데, 혈액 속에 있던 단백질과 적혈구가 손상된 사구체 혈관벽을 빠져나와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것이다.

사구체의 손상이 시작되어도 자각증상이 전혀 없으므로, 사구체 손상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변검사에서 단백뇨를 확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백뇨는 24시간 동안 500㎎ 이상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사구체 손상이 점점 심해져서 대량의 단백뇨(1일 3.5g 이상)가 나오게 되면 온 몸이 붓는 부종(浮腫)이 생긴다. 신증후군의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된다.

우리 몸의 신장은 3/4 이상 손상이 되면 혈액숙에 노폐물이 축적되어 요독증이 나타난다. 말기신부전에서는 소변으로 나가야 되는 노폐물이 혈액 중에 축적되는 요독증이 나타난다.

◆부종, 수종과 가까운 사구체신염

강석봉 한방내과 교수는 “사구체신염은 한의학에서 부종 혹은 수종(水腫)과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의학서 내경(內經)에서는 ‘부종’이란 피부가 붓는 병인데, 손으로 누르면 점토를 누르듯이 피부가 함몰되어 올라오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또 부종이 시작될 때는 안검이 먼저 도톰하게 붓는다고 했다. 중국의 한의학서인 상한론(傷寒論)에서도 부종을 풍수(風水), 피수(皮水), 정수(正水), 석수(石水), 황한(黃汗)으로 분류했다. 풍수, 피수는 부종의 초기를 의미하고, 석수와 황한은 부종이 진행되어 말기에 이른 것을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부종을 음수(陰水)와 양수(陽水)로 나눠 치료했다.

강 교수는 “사구체신염의 치료는 초기의 신증후군과 말기의 만성신부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며 “신증후군은 혈액 속에서 대량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혈액에는 저단백 혈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부종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가감위령탕, 보중치습탕 등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신증후군의 원인이 소변으로 단백이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요탁(尿濁·오줌이 맑지 못하고 혼탁한 것)의 치료법을 사용하여 효과를 보기도 한다.

사구체신염이 진행되어 크레아티닌이 상승하는 만성신부전의 단계에 이르면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

만성신부전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비가역성(非可逆性)이라는 표현을 쓴다. 더 이상의 사구체 손상을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한약을 쓸 때도 신중해야 한다. 신장 질환에서는 침시술이나 뜸시술보다는 탕약이 더욱 효과적이다. 침과 뜸은 보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신증후군이나 만성신부전으로 부종이 심할 때는 반드시 염분을 금해야 한다. 부종이 있을 때는 콩팥에서 나트륨(Na)을 재흡수하면서 수분을 같이 재흡수하므로, 짜게 먹은 만큼 부종이 더 심해진다. 동의보감에도 부종 환자가 소금을 절제하지 못하면 한약을 처방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신장기능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신부전에서는 콩팥 기능이 더욱 나빠져서 전해질 조절에도 장애가 생긴다”며 “특히 칼륨(K)의 조절이 중요한데, 칼륨이 축적되면 근육마비가 일어나며 심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사구체신염은 반드시 혈압을 잘 조절해야 한다. 사구체의 손상된 혈관벽은 높은 혈압에 의해서 급격히 악화된다. 치료에서도 혈압약 등 필요한 양약을 먹으면서 한약도 같이 복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강석봉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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