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이승엽이 ‘달라졌다’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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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8   |  발행일 2015-01-28 제24면   |  수정 2015-01-28
삼성 1차 전지훈련 지금 괌에서는
팸투어 참관단 만찬에 참석 작년 이유없는 불참과 대조
청나래 통해 장학금 전달 등 올핸 팬과의 소통·접촉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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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괌 레오팔래스리조트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승엽이 팬과 식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삼성 제공>

“와~ 이승엽이다!”

지난 26일 프로야구 삼성의 숙소인 괌 레오팔래스리조트에선 30여명의 팸투어 참관단과 삼성 선수단 간 만찬 자리가 있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시즌 삼성의 주장 역할을 맡은 박석민과 ‘기대주’ 구자욱이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시달렸지만, ‘국민타자’ 이승엽과 만찬을 원하는 팬도 적지 않았다.

이승엽과 만찬을 함께 한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팸투어에 참석한 중년 남성이었다. 이승엽은 부자(父子)와 마주 앉아 1시간가량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한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팸투어 당시 온나손의 숙소 식당에서 열린 만찬에 불참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삼성은 팸투어 참관단과 선수 간 자리 배정을 미리 해놓았고 이승엽도 예정된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숙소 밖으로 걸어나가 팬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프로야구 스타의 명예와 부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팬의 반응도 변수다. 수비나 공격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 만한 활약을 펼쳤을 때 선수에 대한 팬의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프런트, 동료의 신뢰도 두터워진다. 선수의 인기와 영향력도 더불어 커진다. 이런 프로 세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승엽이다. 올해 괌 팬투어에서 이승엽의 달라진 모습은 분명 야구 팬들을 기분좋게 한다. 이승엽과의 만찬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다.

이승엽이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선수 생명에 대한 연장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멋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이승엽에게 2014년은 부활의 해였다. 2013년 타율 0.253을 기록해 은퇴까지 거론된 이승엽이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이승엽은 이를 악물고 버텼고, 지난해 타율 0.308, 32홈런, 101타점으로 국민타자의 명성을 회복했다.

‘마흔살’인 이승엽에게 올해의 의미는 남다르다. 선수 생활 연장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지난해보다 부진하면 은퇴설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최고 맏형인 만큼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수 생활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개인 통산 400홈런이라는 대기록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엔 사단법인 ‘청나래’를 통해 박석민과 함께 지역 야구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이승엽이다. 그동안 지역의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가 인색했다는 지적에 대한 화답이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 공헌’의 첫걸음이다. ‘자기 혁신’에 시동을 건 이승엽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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