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추억의 불고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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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30   |  발행일 2015-01-30 제41면   |  수정 2015-01-30
[짱똘아빠의 식도락] 추억의 불고기를 찾아서

예전과 달리 요즘은 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식생활 변화 때문인지,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해 질좋은 쇠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이 생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달짝지근한 맛과 짭조름한 간장 양념이 당면과 함께 졸여지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불고기는 추억의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80년대만 해도 소불고기는 최고의 외식음식 중 하나였다. 아버지 월급날이나 입학·졸업식 같은 집안의 행사가 있던 날에나 맛볼 수 있던 귀한 음식이었다.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밥 위에 잘 익은 불고기 한 점 올려 먹는 맛이 어찌나 좋던지 30년 넘게 세월이 흘러도 처음 아버지가 사주시던 불고기의 강력한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대구에서 불고기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57년 개업한 계산땅집이다. 지금의 대동면옥 인근에 있던 계산땅집은 대구의 고깃집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구자적인 존재다. 아쉽게도 80년대 중반에 폐업했지만 필자가 처음으로 불고기를 먹은 집이라서 특별한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계산땅집에서 시작된 불고기는 한때는 꽤 큰 인기를 누린 음식 중 하나다. 지금은 흔한 음식이 되어버려 전문적으로 차려내는 집을 찾기도 힘들지만, 아직도 원도매식당같이 옛날 불고기의 맛을 보여주는 곳이 남아있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대구 노보텔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원도매식당은 79년에 영업을 시작한 뒤로 한결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동네 식당의 모습이지만 한때는 불고기로 꽤 명성이 높던 집이다. 아직도 오랜 단골의 발걸음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집이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면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된 버너나 불판 등이 정겹기만 한 이 집은 사장님 내외가 우직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주물럭이나 불고기나 무조건 국내산 한우등심만 고집하고 있다. 구이용 등심이 아닌 불고깃감에도 군데군데 떡심이 보이고 한우 특유의 구수한 맛과 오랜 세월 한결같은 손맛이 빚어내는 불고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오래된 전통이 있는 집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게 두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상추겉절이다. 새콤하게만 버무리는 요즘 겉절이와는 달리 고춧가루가 들어간 옛날식 겉절이에서 반가움이 앞선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계란 노른자를 띄운 간장이다. 예전에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도매식당은 아직도 불고기에 계란간장을 내고 있다. 안 먹는 손님이 많아서 버려지는 계란을 줄이기 위해 찾는 이에게만 차려낸다고 하니 먹고 싶은 사람은 참고하고 혹여 청했다면 남김 없이 먹길 바란다.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은 불고기를 선보이는 원도매식당. 대를 물려 지나온 세월보다 앞으로 더 오랜 세월 대구사람들에게 불고기맛을 보여주길 바라는 욕심이 생기는 집이다. 네이버 파워블로거 jaedoll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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