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상 첫 대구 테마 노래는 불로동 출신 최계란의 1936년 ‘대구 아리랑’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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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  발행일 2015-02-06 제35면   |  수정 2015-02-06
■ 대구·경북을 주제로 한 노래
20150206

2012년 12월5일 우리의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전국에 ‘아리랑 신드롬’이 인다. 현재 국내 아리랑은 50여 종 2천여 사설이 있다고 한다. 국문학자 조해숙에 따르면 아리랑이란 용어가 기록으로 가장 앞선 것은 1790년 만천 이승훈의 ‘만천유고’에 등장한다. 아리랑은 강원도 지역에서 모심기 때 불린 ‘긴아라리’와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때 한강으로 뗏목을 옮기면서 부른 ‘자진아라리’가 전국으로 전파되면서 지역별 아리랑이 파생된다. 1926년 나운규가 제작한 무성영화 아리랑에 사용된 ‘본조아리랑’(서울아리랑·나운규 편곡, 노래 이상숙)이 대중화의 기폭제가 된다.

정은하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장
최계란 연구 등
대구 아리랑 문화 만들기 앞장

경북도도 開道 700주년 맞아
전통토속아리랑 정리 음반으로 내

영천아리랑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이 만찬장에서 들려줘 화제

◆ 대구아리랑을 아세요

‘낙동강 해 다 진데 우리 님아/ 정나밀 거두랴고 가실랴요/ 아롱아롱 아라리야/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네’

1936년 밀리온레코드에서 최계란의 노래로 만든 ‘대구아리랑’의 1절 가사다. 대구아리랑은 모두 4절로 돼 있다. 대구 달성권번 기생이었던 최계란이 누군지 가장 오래 추적한 사람은 정은하 <사>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장이다.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는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제13권 제2호)에 ‘최계란 명창과 대구 아리랑 고찰’이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최계란의 발자취를 학술적으로 정리했다. 손 대표는 “대구아리랑은 전승 토속민요가 아니고 심지어 반주악기로 바이올린이 함께 사용된 걸 보면 전문음악가에 의해 만들어진 통속민요”라고 강조했다. 2013년 대구MBC는 창사 50주년 특별기획으로 라디오 다큐멘터리 3부작 ‘아리랑’을 내보내면서 대구아리랑을 소개했다. 이동순 교수는 “이 노래는 기록상에 나타난 최초의 대구테마 노래”라고 주장한다.

특히 정 회장은 대구아리랑문화 만들기의 숨은 공로자다. 90년대부터 대구아리랑의 흔적을 수집하러 다녔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광복절 때 대구아리랑축제 및 대구아리랑경창대회, 2007년부터 지금까지 영천에서 매년 영남아리랑대축제 및 전국아리랑경창대회까지 주최하고 있다. 대구아리랑을 소재로 한 음악극 ‘대구아리랑’도 유대안 이사장이 작사·작곡하고 대구시립극단 단원이 총동원돼 공연됐다.

2008년 대구시는 서울소리보존회 측이 소장한 대구아리랑 SP판을 구입해 경상감영공원 바로 옆 대구근대역사박물관에 2010년 1월부터 전시, 그 음원을 관람객에게 틀어주고 있다.

현재 대구아리랑은 두 버전이 있다. 하나는 최계란의 대구아리랑이고 또 하나는 그의 오빠 최양환이 83년에 부르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채록녹음, 2009년 <사>날뫼민속보존회 유대안 이사장이 채보한 ‘아라리요’다. 둘의 노래는 서로 같은 악곡이란 게 손 대표의 입장이다.

최계란(본명 최필렬)은 동구 봉무동 181번지에서 태어나 10세 때 대구 달성권번에 들어가 가야금 선생인 강태홍의 지도를 받는다. 명고수 임종성와 함께 서울 경성방송국에 출연한다. 조선권번에 기적을 두고 활동하면서 대구아리랑을 취입한다.

<사>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 산하 봉사단체인 ‘팔공측백지킴이 봉사단’도 최계란의 흔적을 조사해 생가터를 확인했다. 최계란은 말년에 불로동 고향으로 돌아와 불로천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 경북도, 지역 아리랑 CD음반 제작

‘경상도 개도 700주년’을 맞아 경북도 전통토속아리랑을 CD음반으로 제작해 기록으로 남겼다. 지난해 2~4월까지 3개월에 걸쳐 시·군별 아리랑 일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아리랑에 대한 학자와 각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이번 경북도 전통토속아리랑CD 3천장을 제작했다. 경북도립국악단이 각 지역별 아리랑보존회를 직접 찾아가 악보와 가사를 채보해 경북도립국악단의 반주로 7개(문경(새재)아리랑·구미아리랑·영천아리랑·상주아리랑·예천아리랑·울릉도아리랑·대구아리랑)의 아리랑을 1장의 CD로 제작한 것으로 더욱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 영천아리랑 이야기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첫날 저녁 만찬장에서 남북 두 정상은 진돗개와 풍산개 사진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남쪽 사람에겐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간다. 영천읍내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에 저 영감 날 안고 돈다. 아리랑고개는 열두 고개, 영천읍내 땅 고개는 한 고개라’

바로 ‘영천아리랑’이었다. 남쪽에서 귀한 손님이 방문해 남쪽 아리랑인 영천아리랑을 들려준 것이다. 의아해 하는 남쪽 사람에게 북측 관계자는 ‘대구 옆 사과가 많이 나는 영천지방의 아리랑’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후 남한의 아리랑 연구가들은 북한과 연변지역에 가서 영천아리랑이 불리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천아리랑이 북한에서는 유행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남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천아리랑이 북한에서 유행하게 된 연유는 이러하다. 일제강점기 때 영천지방 사람이 대거 북간도로 이주한 사실이 있다. 영천 사람들이 이주하는 과정에 두만강 근처 회령에서 잠시 정착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영천아리랑을 퍼트렸으며 정착지인 북간도에서도 영천아리랑을 전파했다. 곡조가 경쾌하여 만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독립군들이 가사를 고쳐 군가로도 불렀다. 이후 회령과 북간도에서 불렸던 영천아리랑이 북한 전역에 전파됐다. 현재 북한에서 불리는 영천아리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엇모리장단으로 ‘건드러지게’라는 나타냄말처럼 경쾌하고 멋들어진 경서도조의 곡이다. 다른 하나는 메나리토리로 ‘사랑스럽게(양산도장단)’라고 표기되어 있는 세마치장단의 곡이다. 두 곡은 기존의 영천아리랑을 변형시킨 것인데 남한에 알려진 후 영천지방에서는 후자의 것을 부른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도움말=정은하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장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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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경북 시·군 지역 아리랑을 정리한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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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하 회장 기고

대구아리랑 예술적 가치 높아
중요문화재 아리랑 지정 작업
전국 대상 전수조사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이라 불리는 자진아라리, ‘정선아라리’라 불리는 긴아리랑의 모체다.

대구아리랑은 그중 자진아리랑이 영남지방으로 전파되면서 예천아리랑, 문경아리랑, 선산(구미)아리랑, 영천아리랑 등 대구 인근 지역의 아리랑과 함께 토착화된다. 대구아리랑은 예전부터 다른 민요와 함께 이 지역에서 불리었다. 그러나 서양음악이 도입된 이후 다른 아리랑처럼 많이 불리지 않았다.

장단에 있어서 타 지역의 3박 계통의 세마치장단 또는 중모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비하여 대구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과 동일한 엇모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엇모리장단은 전통음악의 무가(巫歌)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장단 중 하나며 8분음이 3+2박의 단위로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다.

선율 역시 강원도아리랑과 유사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시김새를 단순화시켜 강원도아리랑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장단에 있어서는 타 지역 아리랑과 구별되는 대구아리랑만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음계구조에 있어서도 지역의 순수한 메나리토리와 선율선도 지역 특성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가 높다.

유네스코가 아리랑을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때 재창조된 아리랑에 초점을 두었다. 토착 아리랑의 흐름을 그렇게 반영하지 못했다. 등재 이후 아리랑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기념행사 때도 유네스코 등재 신청 당시 문화재청에 의해 아리랑 전승활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평가된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의 대구아리랑이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관계자만의 아리랑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아리랑문화가 아쉬웠다.

지난 1월 이게 아니다 싶어 ‘문화재청은 아리랑을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려면 전국의 각 지역 아리랑을 재조사하여야 된다’는 요지로 청와대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대구아리랑에 대한 시민의 지속적 지원과 관심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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