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월류봉(月留峰·해발405m ·충북 영동군 황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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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  발행일 2015-02-06 제39면   |  수정 2015-02-06
달도 머물다 가는 다섯 봉우리 송시열도 감탄
월류1봉 발아래엔 한반도 지형…5봉서 돌아나와야 차량회수 어려움 없어
[최원식의 산] 월류봉(月留峰·해발405m ·충북 영동군  황간면)
한천정사에서 바라본 월류봉 일대.
[최원식의 산] 월류봉(月留峰·해발405m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월류 1봉에서 내려다본 한반도 지형의 능선.


월류봉 최고봉 높이는 해발 405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의 풍광으로 치자면 천하일경이 따로 없다.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굽이쳐 흐르는 영동군 황간면 일대에 다섯 봉우리를 도열한 월류봉은 한천8경(寒川八景)이라 부른다.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을 일컫는데 그중 1경이 월류봉이고, 화헌악은 월류봉의 봄·가을의 아름다움을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월류정이 건너다보이는 한천정사 앞에 서면 한천8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행으로 월류 1봉과 2봉을 지나면서 내려다보이는 한반도 지형과 풍경 또한 일품이다. 전체 산행거리는 4㎞ 남짓하지만 소요시간은 3시간30분 정도다.



우리 국토를 흔히 금수강산이라 한다.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 황홀경에 빠져 달마저 머물렀다 간다는 산.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월류봉(月留峰)을 찾았다. 백두대간 줄기인 삼도봉 아래 물한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금강 본류로 합류하는데, 그 한 줄기가 초강천이다. 예전에는 물줄기가 차 한천(寒川)으로 불리었는데, 일찍이 조선조 학자이자 정치가인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무르며 한천정사를 짓고 강학을 했던 곳으로 초강천이 흐르는 일대의 풍광을 ‘한천8경’으로 정해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선생은 그중, 달도 머물렀다 간다는 월류봉을 한천8경의 제1경으로 꼽았다.

높이 400여m, 5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가운데 깎아지른 절벽은 제2경인 산양벽, 월류 5봉으로 바로 오르는 산 중턱의 자연동굴인 청학굴은 제3경으로 모두 한천정사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다.

여름철이면 초강천을 건너 산으로 바로 올라붙을 수 있지만, 반쯤 녹아 유빙들이 떠다니는 차가운 물길이라 한천정사에서 되돌아 나와 <주>에넥스 황간 공장 정문에서 들머리로 잡는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왼쪽의 포장길을 따라 100여m를 가면 왼쪽 정면에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나란히 서있다. ‘월류 1봉 800m’ 이정표를 지나면 무덤 1기를 지나고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전날 내린 눈이 1㎝가량 깔린 위로 이른 시각임에도 앞선 이들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몇 곳의 길게 늘어뜨려진 로프구간을 지나고 계단이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산행거리가 짧아 바쁠 것 없이 쉬엄쉬엄 오르니 30여 분 만에 첫 봉우리인 월류 1봉에 올라선다. 1m 정도 높이의 원형 전망대에 올라서니 발아래에 초강천이 휘돌아나가고, 흡사 한반도 지형의 특이한 산자락이 뻗어 있다.

송시열 선생은 이 자리에 올라 한 폭의 산수화를 내려다보며 분명 시 한 수를 읊조렸을 것이다.

제1봉의 높이는 365m, 2봉까지의 거리는 200m로 적은 이정표를 따라 나가면 잠시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이 이어진다. 1봉에서 보았던 발아래 한반도 지형은 위치를 이동하면서 더욱더 분명하지만, 숲에 가려 눈으로만 감상하고 오른다. 15분을 오르면 2봉에 닿는데, 민둥한 봉우리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다. 건너편에는 지난해 눈 때문에 고생했던 백화산과 주행봉이, 오른쪽으로 황악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월류 2봉에서 3봉까지는 230m, 3봉에서 4봉까지는 300m로 잠깐 내려섰다가 올라서면 다음 봉우리로 이어진다. 4봉을 올라서면서 뒤돌아본 풍경은 붉은색을 띠는 기암절벽에 소나무가 수직으로 붙어 자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4봉에 올라서니 봉우리 가운데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월류봉 정상인가 싶지만 다음 봉우리인 5봉이 정상이다.

4봉에서 내려서는 구간에 있는 붉은 암반을 지나면서 산행에 동행한 친구에게 “6·25전쟁 때 아랫마을 노근리에서 피가 튀겨 붉게 물든 바위”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은근히 믿는 눈치였다. 절묘하게 왼쪽 아래로 ‘노근리사건’이 발생한 철로와 고속도로가 나란히 보이는 구간이다. 안부에서 10분 정도 올라서면 월류봉 다섯 봉우리 중 가장 높은 상봉이다.

5봉에서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작은 능선을 따르는 길로 한천 제3경인 청학굴로 갈 수 있는데, 겨울철에는 얼음이 얼어 있어 출입금지 현수막을 달아두었다.

여기서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차량 회수에 어려움이 없다. 다행히 미리 차량 한 대를 반대편 우천리마을 입구에다 세워뒀기 때문에 오르던 방향의 정면으로 나아간다. 6분 정도 평탄한 길을 따르면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정면으로 사슴농원, 왼쪽으로 우천리 갈림길인데 왼쪽 우천리 방향으로 길을 튼다. 솔밭과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다가 왼쪽으로 작은 갈림길을 만나지만 안내 리본이 더 많이 걸린 능선 길을 따라야 우천리마을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지나온 다섯 봉우리까지는 앞서 지나간 흔적이 많았는데 이 길은 간간이 찍힌 발자국이 전부다. 간벌을 한 것인지 탁 트인 능선인데, 지난해 자란 고사리가 빽빽한 구간을 지나 소경운기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을 만나면 이내 우천리마을 앞에 닿는다. 짧은 산행이지만 눈에 담은 풍경이 한동안 잠상으로 남을 산행이었고, 멀리서 합류해준 친구 덕에 모처럼 원점회귀산행이 아닌 종주산행을 할 수 있었고, 되돌아오는 길에 쌍굴을 지나 노근리사건 현장을 둘러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교통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내려 황간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국도 4호선을 타고 김천 방면으로 약 700m를 가면 마산삼거리가 나온다. 901번 지방도로를 따라 용산, 백화산 방면으로 좌회전 후 약 500m를 가면 왼쪽으로 <주>에넥스 황간 공장이 나온다. 공장 입구를 올라서면 주차장이 나온다. 초강천변 한천정사는 에넥스에서 직진으로 월류교, 원촌교를 차례로 건넌 다음 삼거리를 만나면 오른쪽은 백화산, 직진으로 300m를 가면 월류봉 표지판이 있다. 내비게이션: 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555(<주>에넥스 황간 공장)

☞볼거리

[최원식의 산] 월류봉(月留峰·해발405m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6·25전쟁 때인 1950년 7월26~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철로 일대와 노근리 개근철교(쌍굴)에 피신한 피란민에 대해 미군의 비행기 폭격과 기관총 사격으로 최소 250명의 피란민이 사망한 사건이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과거 노근리사건으로 인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넋과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위로함과 동시에 희생자 및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건립되었으며 평화기념관, 위령탑, 조각공원, 평화기원마당, 교육관 등의 시설이 있고 평화공원 맞은편에는 당시 기관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쌍굴이 있다.


[최원식의 산] 월류봉(月留峰·해발405m ·충북 영동군  황간면)


한천정사=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생이 한천팔경(寒泉八景)이 있는 이곳에 잠시 머물며 작은 정사를 짓고 학문을 연구하였는데, 후에 한천서원(寒泉書院)을 짓고 우암을 제사하다 고종 때(1868) 철거된 후 후학들이 다시 유림회를 결성, 한천정사(寒泉精舍)를 건립하였다. 한천정사는 정면 3칸, 측면 2칸(1칸 반)의 팔작기와집으로 중앙에 대청마루가 있고 양쪽으로 방이 설치되어 있으며 전면으로는 툇마루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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