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동구 신천동 포항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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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  발행일 2015-02-06 제41면   |  수정 2015-02-06
허름한 동네 횟집?…신선한 생대구탕·낚시로 잡은 세꼬시회 일품
[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동구 신천동 포항물회


빛바랜 간판처럼 27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맛이 있는 집이다.

횟집이긴 하지만 곁들임 요리가 많이 나오는 집은 아니다. 메뉴도 단출한 편이다. 물회(1만5천원)·생대구탕(2만5천원)·세꼬시회(5만원)가 전부다. 겨울철 이 집 별미는 생대구탕이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고 한다. 찬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대구의 산란기여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고 있다. 이때가 살이 많고 담백하면서 단맛이 날 정도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우윳빛 같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 개운하다. 대구는 기름기가 별로 없어 별다른 풍미가 느껴지질 않지만 풍부한 아미노산 때문에 씹을수록 촉촉하고 달큰한 쌀 밥맛이 느껴진다. 워낙 신선해서인지 연하다는 살점도 먹는 내내 풀어지지가 않는다. 본연의 맛에 충실하기 위해 별도의 맛국물을 내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불조절이 맛의 포인트라고 한다. 센 불에 끓이다가 뭉긋한 불에 뜸을 들인다.

이 집 대구탕 한 그릇에 대구 한 마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쫀득쫀득한 대구 내장에 꼬불꼬불 꼬여 있는 수컷 정소인 곤(이리)의 고소한 우유맛, ‘깡다구’라는 등뼈에 붙은 살은 닭가슴살과 비슷한 쫄깃한 맛, 대가리 볼떼기의 탱탱한 맛이 담백한 국물과 깔끔하게 어우러진다. 이 집의 물회는 무더운 여름철만 내는 것이 아니다. 사시사철 꾸준히 먹는 사람이 많다. 자연산 고기를 주로 횟감으로 쓴다. 살얼음 상태의 맛국물을 붓는 방식이 아니고 옛날 방식대로 회무침처럼 재래식 고추장에 양념이 회와 채소에 잘 배도록 착착 비비고 절반 정도는 회로 먹거나 밥을 비벼 먹고, 나머지에 물을 부어 물회를 마시듯 그릇을 비운다. 간혹 씹히는 회는 탱글하게 살아 씹는 맛이 고소하다. 국물은 기름진 듯 칼칼한 맛이다.

맛의 비결은 이 집만의 비법으로 집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에 의한 쫄깃함과 시원함, 아삭함 등의 맛이 입안에서 요동치게 해 그 맛들이 입안에서 충돌하는 데 있다. 낚시로 잡은 제철 자연산 생선의 뼈를 바르지 않고 뼈째 막 썰어내는 세꼬시회도 별미다. 생선살과 함께 뼈가 아삭아삭 씹혀 회 맛을 더욱 맛깔스럽게 해준다. 인절미처럼 졸깃한 듯하면서 보드랍고 야들야들하다. 씹을수록 맑은 감칠맛이 난다. 아주 맵지는 않지만 군침이 살짝 돌 정도의 매콤한 맛이다. 여운의 맛은 달기까지 하다.

허름한 동네 횟집이지만 오너셰프의 깊은 솜씨 때문에 미식가가 멀리서도 찾아온다.

음식칼럼니스트

인터넷뉴스팀기자 ynnews@yeongnam.com

▶예약전화: (053)753-3187 ▶위치: 대구 동구 동부로30길 83-1(동대구세무서 뒤편 터미널 가는길)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휴무: 없음 ▶주차시설: 인근 도로변 공영노상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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