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의 기러기 아빠…정주여건 개선해줘도 둥지는 서울에

  • 최수경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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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4   |  발행일 2015-02-24 제10면   |  수정 2015-02-24
■ 임직원 정착案 ‘산 넘어 산’
20150224
정부 공공기관들이 김천혁신도시로 속속 이전하면서 제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교육·쇼핑·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나홀로 이주’에 나서 국토균형발전이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천시 율곡동에 있는 김천혁신도시 전경. <김천시 제공>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동안 동구 신서동과 김천 혁신도시에 들어선 공공기관 임직원의 조기안착을 위해 정주여건개선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아직도 걱정이 태산이다. 나름 맞춤형 지원을 하며 자급자족형 신도시 조성에 노력했지만 대구와 경북 혁신도시로 가족을 동반한 이주율(전국 평균 25.3%)은 각각 24.4%, 13.2%에 그쳤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교통, 교육환경 확충을 줄기차게 요구하지만 지자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의가 될 수도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공공기관 임직원의 서울 안주형 심리를 최소화시키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일은 대구시와 경북도의 거스를 수 없는 책무이다.


학교 늘리고 주변 교통망 확충해도…특별분양엔 관심 적어
가족이주율 24%의 대구

대도시인 대구의 혁신도시에도 역시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시설 확충이었다.

최근 영남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스미스리서치가 실시한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보육 및 교육문제(38%)가 가족동반 이주의 주된 걸림돌이었다.

대구시는 지난해 3월 새론유치원, 초등학교를 개교했다. 앞으로 숙천유치원, 초등학교도 개교 예정이다. 하지만 일정상 2016년 9월에나 개교가 가능하다.

이에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개교 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아우성이다. 대구시는 혁신도시 조성업무를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대구시교육청에 건의했고, 현재 조기 개교 가능여부를 타진 중이다. 근래엔 초·중·고교에 국한된 특례입학(2~5%)을 유치원에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대한 법개정도 서둘러 관련 정부 부처에 건의했다.

대구시는 혁신도시 주변 교통망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구시는 올 4월 도시철도 3호선 개통과 연계한 버스노선 개편시 혁신도시를 왕래하는 간선노선을 신설할 방침이다. 특히 조정후 잉여 버스 노선은 혁신도시 주변에 집중 배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구시는 혁신도시를 순회하는 마을버스 4대를 반야월, 각산, 안심, 율하역에 배치해 동대구역이나 반월당역 등지로 이동이 용이하도록 배려했다.

장기적으로는 도시철도 3호선의 혁신도시 연장 노선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경산시에 거주하는 직원을 위해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노선 공사의 조기 완공을 저울질하고 있다.

또 고속버스 노선 증설, 서울∼대구 간 이동이 용이하도록 금요일 오후나 월요일 새벽시간 KTX 증차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대구시는 국토부와 코레일 측에 이같은 방안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 사안은 서울과의 이동성이 편리해져 오히려 지역에 득될 것이 없다는 우려감도 있지만 현재로선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구시의 노력에도 공공기관 임직원은 그다지 호응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특별분양(7단지) 결과, 평균 분양률이 14%에 그쳤다. 계획대로라면 분양률이 50~70%에는 도달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혁신지구 대신 학군이 좋은 수성구나 대형상가가 있는 동구 율하지구 또는 경산 부근에 둥지를 튼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특별분양 시점이 2011~2013년인데 당시에 혁신도시는 허허벌판이었다”며 “지금은 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이 많이 개선돼 향후 4개 단지가 추가 분양할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혁신도시의 생활편의시설은 현재 많이 개선된 상태다.

관할 동구청은 지금까지 병·의원, 식당, 노래연습장 등 50여건의 건축허가를 내줬고, 현재 120~130개의 점포가 들어섰거나 건축중이다. 당초 허가 대상 건물의 70%는 완료된 셈이다.

일각에선 대구시가 부족한 재정상황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공기관 직원은 정작 가족 동반이주에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며 서운해하고 있다.

대구시는 가족 동반이주시 가구당 100만원의 정착비를, 고교생 자녀가 전입시 회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신혼부부의 경우 출산축하금(1회 30만원)도 준다. 세 가지를 모두 적용받으면 가구당 230만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김일봉 대구시 혁신도시지원담당은 “정주여건 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부단히 공공기관 직원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자사고 있지만 자녀 입학 어려워…백화점은 단 한 곳도 없어
◆ 가족이주율 13%의 김천

김천시 율곡동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73.5%는 가족을 수도권에 두고 홀로 이주했다. 그 이유는 물었더니 열악한 교육환경(30.5%), 불편한 생활환경(29.8%) 및 교통여건(20.6%)을 들었다.

영남일보와 폴스미스리서치가 최근 대구·김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 283명(대구 107명·김천 1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직원 이주 만족도 조사’ 결과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명문고, 명문대에 진학하기를 꿈꾼다. 김천혁신도시에 ‘나홀로 임직원’이 10명 중 7명꼴로 차지하는 것은 명문고가 없는 탓이 크다.

김천시와 경북도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김천고가 김천시내에 있고, 내달 개교하는 김천혁신도시 내 율곡고를 자율형공립고(자공고)나 자율학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지 않다. 김천고는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다. 경북도내 중학생뿐만 아니라 타 지역 중학생도 지원 가능하다.

2015학년도 김천고 신입생 입학전형 요강을 살펴보면, 정원은 8학급에 남학생만 264명이다. 이 중 일반전형(정원 208명)에서 타 지역 중학생 모집인원이 105명에 달한다. 전체 정원의 40%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 학년도 30%에서 모집범위를 더 확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북지역 중학생이 지원해 합격할 수 있는 정원은 103명에 불과하다. 여기다 경북의 모든 중학생이 지원할 수 있어, 김천에 거주하는 중학생이 김천고에 입학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여학생은 아예 지원 기회조차 없다.

김천고를 내세우며, 김천혁신도시에 명문고를 운운하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란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사정에 대해선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 가운데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쉬운 대목이다.

율곡고의 자공고 전환도 교육환경 개선을 거론하기엔 다소 미흡하다.

우선 자공고는 낙후됐거나 학생 선호도가 낮은 공립고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명문고로 알려진 특목고나 자사고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특히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일반고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자공고 육성에 대해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율곡고를 자율학교로 지정하는 방안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학교는 학년 당 2학급 정도를 과학 또는 예술·체육 중점학급으로 묶어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하는데, 학생 및 학부모의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다.

실제로 율곡고는 내달 개교를 앞두고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정원(196명)에 34명이 미달돼 추가 모집을 했다.

열악한 쇼핑·의료 인프라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천엔 그 흔한 백화점이 단 한 곳도 없다. 병상을 100개 이상 갖춘 종합병원은 김천의료원(300병상)과 김천제일병원(274병상) 등 2곳뿐이다. 인구 13만6천명에 김천혁신도시를 조성해 2만5천명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감안하면, 생활편의환경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김천시 혁신도시건설지원단 관계자는 “혁신도시 내 특목고를 유치할 수 있는 특별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교육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건축비의 25% 이내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규정을 세종시에 이어 혁신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사활을 걸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백화점은 전국적으로 인구 30만명 이상 도시에 들어서고 있어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현황 
기 관 이전인원  이전시기
중앙신체검사소  48 2012.12
한국감정원 367 2013. 8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20 2013.10
한국산업단지공단 133 2014. 1
한국사학진흥재단  58 2014. 3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200 2014.10
한국가스공사 848 2014.10 
신용보증기금 740 2014.12 
중앙교육연수원  45 2015.10
한국정보화진흥원 337 2015. 6
한국장학재단 222 2015. 9
중앙119구조본부(달성군 현풍면)  52 2014.11
■ 김천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현황 
이전기관 이전인원 이전시기
한국도로공사 1,046 2014.11
국립종자원 93 2014. 7
교통안전공단 318 2014. 4
대한법률구조공단 87 2014. 4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160 2013.12
조달품질원 83 2013.12
기상청기상통신소 9 2013. 6
우정사업조달사무소 110 20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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