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심서 식당운영 고영실씨 “동네 어르신 몸보신해 드리는 맛에 18년째 식당해요”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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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5   |  발행일 2015-02-25 제12면   |  수정 2015-02-25
개업 후 매년 2∼3회 식사 대접
소문 듣고 옆동네서 찾아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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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구 동구 안심2동의 한 식당에서 지역 어르신들이 무료 식사를 즐기고 있다.

“사랑의 오리탕을 아시나요?”

대구시 동구 안심2동에는 해마다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 식사나눔을 하는 인심 좋은 식당이 있다. 이곳을 찾은 지난 5일도 그날이었다. 식당 내부는 지역 경로당 어르신 200여명으로 꽉 들어찼다. 입소문을 듣고 이웃 동네에서 찾아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곧이어 식당 주인 고영실씨(53)가 어르신 앞에 섰다. “어머님, 아버님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차린 건 많지 않지만 따뜻한 국물에 밥 말아 드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테이블에선 박수가 터졌다.

이날 메뉴는 오리탕. 어르신들을 위해 소화 흡수가 잘되게끔 오리 고기를 잘게 썰어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보글보글 끓는 오리탕에 숟가락이 쉼없이 드나든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으며 몸보신을 제대로 했다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배를 쓰다듬으며 모처럼 배불리 잘 먹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주 메뉴에 이어 후식도 나왔다. 인절미와 송편, 백설기와 귤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고씨와 종업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현관 휴식 공간에서는 주인이 직접 만든 우엉차가 단연 인기였다. 흔한 커피보다 몸에 좋다는 우엉차를 마시면서 어르신들은 훈훈한 나눔에 감동했다. 용계동에 살고 있는 김모 할머니(67)는 “매년 이렇게 융성한 대접을 받아서 참 고맙다. 음식이 소화도 잘되고 해서 인기가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6년 문을 연 식당은 오리를 주재료로 메뉴를 특화시켰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고씨는 양생지도사, 약선설계사 등 각종 조리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후 발효기술자의 집으로 영양학, 한방양생, 약선을 연구하면서 나름대로 차별화한 식당을 운영해 왔다. 영업 이익을 조금이라도 지역에 환원하고 지역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보여 주고 있다. 개업 이후 18년 동안 해마다 2~3회씩 어르신을 초청해서 식사 대접을 해오고 있는 것. 고씨는 “서로 신뢰하는 따뜻한 사회가 기본인데 그 기본이 부족한 것 같다. 사회가 풍족한 만큼 순수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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