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판사에서 피고인으로 바뀐 신분

  • 입력 2015-02-26 11:53  |  수정 2015-02-26 11:53  |  발행일 2015-02-26 제1면
금품수수 혐의 전직 판사 최민호씨 첫 재판…"심리 불안정" 재판 연기

 죄인들에게 형벌을 내리는 판사에서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뀐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씨의 얼굴은 침울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에서는 사채업자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전직 판사 최민호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씨는 이날 푸른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피고인석에 들어서는 발걸음은 차분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재판부를 올려다보며 피고인석에 선 그는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재판장의 고지에"네"라고 답하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피고인의 직업은 무엇입니까'라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공무원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제 자로 퇴직한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수원지법에서 판사로 일하던 그는 지난달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직서를 냈다.


법원은 이를 바로 수리하지 않고 있다가 이달 9일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의 신청 기간인 2주 내에 그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이 징계는 지난 24일 확정됐고 법원은 첫 재판 전날인 25일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그는 하루아침에 판사에서 피고인의 자리로 내려오게 됐다.


 주소를 확인하는 재판장의 기초 질문에 그는 "네, 그렇습니다", "네"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또렷한 음성이나 분명한 말투로 봐서는 특이한 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그의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재판에 대한 의견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는 재판장의 지적에 최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심리가 안정돼 있지 못해 충분한 접견을 하지 못했다"며 "재판을 연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피고인과 얘기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재판장이 "피고인 본인의 생각은 어떠냐"고 묻자 최씨는 "시간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주 정도 시간을 달라는 최씨 측 요청에 따라 재판부는 더이상 재판을 진행하지못하고 첫 공판준비기일을 다음 달 12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재판이 끝나자 최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크게 굽혀 공손하게 인사한 뒤 빠른 발걸음으로 법정을 나갔다.
 최씨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이 연루된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법원·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6천864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