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 전문가 반응] “안심대출은 미봉책…경기부양 적극 나서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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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7 07:51  |  수정 2015-02-27 09:49  |  발행일 2015-02-27 제13면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26일 ‘가계부채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부채증가 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대출구조 개선 등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미래는 낙관하되 현실은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는 충고다. 특히 2013년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7%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 미국의 135%보다 훨씬 높은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판이다.

또 정부가 가계대출 대책으로 이자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가계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일명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은 것에 대해, 미봉책이며 근본 해결책은 경기부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기재부 ‘관리 가능’ 평가에
“현실 냉철히 분석해야” 충고

韓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美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높아
추가 금리인하 등 특단 조치를


◆잠재적 위험요인 가계부채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가계부채 총량은 1천89조원이다.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 59조6천억원을 뺀 순수 가계대출은 1천29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가계신용은 67조6천억원, 가계대출은 66조4천억원이나 늘었다. 국민 1인당 2천15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시점인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가계대출은 39조6천억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60.7%(2013년 기준)로 미국(115.1%)은 물론 OECD 평균(135.7%)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해 상환능력이 양호한 점, 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두배 이상 많고, 부동산 등 실물을 더한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양호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연체율과 LTV가 낮은 수준(평균 52.4%)이고,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BIS 비율 13.89%)이 높아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한 데다,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경감, 신규대출의 상당부분이 주택구입 등 생산적인 곳에 사용된다는 점 등을 꼽으며 가계부채가 단기적 위험요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 인식이 안이하냐, 그렇지 않으냐고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가계부채가 당장은 아니지만 잠재적 위험요인이라는데 시장의 콘센서스(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터지지 않는 시한폭탄 가계부채…장기불황의 원인

실제로 가계부채가 위험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이 훨씬 높은데도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은 이유는 대출구조와 시장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금융회사는 고위험 파생상품을 무분별하게 내놓았고, 젊은 사람들의 소비나 투기를 위한 대출이 많았다. 또 당시 미국은 이른바 언더워터(underwater)현상이 빈번했지만 우리나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더워터 현상이란 집값이 대출금보다 더 떨어져 추가대출을 받아야 기존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다.

금융위기 전까지 미국 부동산시장은 70년 이상 황금기를 누리다 집값이 급격히 하락,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여기에다 집값 하락의 반작용으로 임대료가 상승해 집 없는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반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침체상태여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구 교수는 “우리의 경우 40~50대의 대출이 많은데 이들은 빚이 많아도 자산이 있어서 소비를 줄이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가계대출을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오히려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시중에 푼 것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실시해 한국 경제의 불꽃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경제는 심리적 측면이 크다. 그렇다고 현실을 너무 장밋빛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솔직히 설명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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