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백 투더 비기닝·나이트 크롤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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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7   |  발행일 2015-02-27 제42면   |  수정 2015-02-27
★ 백 투더 비기닝
지질한 현재를 바꾸려고 과거로 시간여행 떠나는 10대들

20150227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무엇부터 하고 싶은가. MIT 공대 입학 예정자인 데이비드(조니 웨스턴)와 친구들은 자유분방한 10대들답게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리고, 낙제를 면하기 위해 몇 번에 걸쳐 시험을 치른다. 또 수업시간 중에 몰래 나와 3개월 전 개최된 록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하는 등 소소한 일탈을 누린다. 하지만 시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복권 당첨이라는 짜릿한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데이비드는 우연히 자신의 어린 시절을 찍은 영상에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뛰어난 과학도였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찾아낸 시간재조정장치 설계도를 토대로 기계를 완성한다. 관건은 이 기계로 시간여행이 과연 가능할지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그 가능성을 확인한 데이비드와 친구들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계획한다. 바로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싶은 욕망과 함께 지질한 현재의 모습을 바꾸기 위한 흥분되는 여정의 시작이다.

 

‘트랜스포머’마이클 베이 제작자 참여
물리학·화학 등 다양한 과학상식 동원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실감 더해

 


‘백 투 더 비기닝’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10대들의 관점에서 재기발랄하게 풀어낸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궈낸 마이클 베이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평소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져왔던 그는 “새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백 투 더 비기닝’ 같은 영화였다”며 예의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이야기와 스케일이 제대로 살아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타임슬립 영화를 선보였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블랙홀을 이용하면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역시 ‘매우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게 흐른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과 차원과 차원, 블랙홀과 또 다른 차원의 블랙홀과의 연결인 웜홀 이론을 통하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영화는 상대성 이론과 염력, 전자기장과 수소전지 등 물리학부터 화학까지 다양한 과학적 상식을 동원해 이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타임머신이 발동됨과 동시에 지각이 흔들리고, 물건이 떠다니고, 소용돌이 속에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처럼 느껴진다. ‘백 투 더 비기닝’은 그 점에서 ‘백 투 더 퓨쳐’(1987)가 연상된다. 다만, 과거에서 현재로 오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린 ‘백 투 더 퓨쳐’와 달리 ‘백 투 더 비기닝’은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주인공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소박했던 이들의 시간여행은 횟수를 더해갈수록 점점 더 과감해진다. 특히 데이비드는 모두 함께 시간여행을 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고 혼자만의 시간여행을 감행한다. 짝사랑하던 제시(소피아 블랙 디엘리아)의 사랑을 쟁취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동안 세상의 미래는 꼬여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한 대가가 찾아온 것이다.

영화는 지적 호기심과 영화적 상상력을 충족시키며 이를 시종 긴박감 있게 끌고 간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하고 감각적인 영상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돋보이고, 실감 나는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차용한 ‘파운드 푸티지’(실제 사건을 기록한 영상인 것처럼 보여주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은 주효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충격이다. 단편 ‘아촐리랜드’로 재능을 인정받은 딘 이스라엘리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장르:SF 등급:15세 관람가)


★ 나이트 크롤러
특종이라면 거짓도 마다않는 언론 폐해 적나라하게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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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훔친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백수다. 어느 날 늦은 밤, 그는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해 방송매체에 팔아넘기는 나이트 크롤러를 목격한다. 경찰보다 한 발 앞서 현장을 스케치하고 방송사와 가격 흥정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돈 냄새를 맡은 루이스는 즉시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구입해 나이트 크롤러의 세계에 뛰어든다.

‘나이트 크롤러’는 시청률에 매몰돼 제 기능을 상실한 언론의 씁쓸한 단면과 돈과 성공에 대한 욕구로 도덕성을 상실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병치시켜 보여준다. 그런 둘의 관계는 마치 악어와 악어새와 같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역 방송사는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원하게 되고, 각종 사건 사고 현장만을 쫓아 카메라에 담는 나이트 크롤러는 이를 충족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이는 하릴없이 밤거리를 전전하던 백수 루이스에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 살 돈을 벌어라.’ 루이스가 평소 품고 있던 신조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그는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그의 학습능력은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매번 무시당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루이스가 찍어 온 영상을 본 지역 방송사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로부터 “남다른 감각이 있다”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이에 고무된 루이스는 니나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고용 등 사회적 문제까지 다뤄
공포의 대상은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그를 만들어낸 사회라는 메시지 전해

 


‘나이트 크롤러’는 ‘본 레거시’ ‘리얼 스틸’ 등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왔던 각본가 댄 길로이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추악한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특종이라면 거짓된 뉴스도 마다하지 않는 언론의 폐해를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이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루이스와 니나 캐릭터로 압축해 보여준다. 두 사람은 최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환상의 파트너로서 승승장구하지만, 뉴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도덕이나 윤리 같은 관념은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병들고 부패한 일부 언론이 가지고 있는 병폐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실제 미국 각 지역 방송사 뉴스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나이트 크롤러들의 이야기를 녹여낸 댄 길로이 감독은 이 과정에서 고용 문제 등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까지 끄집어냈다. 루이스는 극 초반 고물상 사장에게 무급 인턴도 불사하겠다며 취직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가 좀도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는 현재 수많은 사람이 처한 고용 상황의 암울한 현실이기에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루이스는 자극적인 특종만을 요구하는 언론의 강압에 못 이겨 점차 소시오패스로 변하게 된다. 더 끔찍하고 잔인한 특종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제거해 버린다. 심지어 범죄 현장의 조작까지 일삼는 반사회적 범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댄 길로이 감독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불균형적인 사회 구조에 놓여 있는 루이스는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때문에 진정한 공포의 대상은 소시오패스로 변한 그가 아니라 그를 만들어 낸 사회”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날선 모습의 루이스를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13㎏의 체중을 감량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경이롭다. 루이스에 완벽 동화된 그의 환희에 찬 미소와 섬뜩한 눈빛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이번 작품은 두고두고 회자될 인상적인 결과물이다.(장르:스릴러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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