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못난 뇌를 가진 사람에겐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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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2 07:56  |  수정 2015-03-02 07:56  |  발행일 2015-03-0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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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모두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그동안 힘든 일을 다 잊고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해 일가친척은 물론 친구들과 모여 함께 맛난 음식을 나누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셨겠죠? 그런데 혹시얼마전까지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거들먹대던 동창생이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져 빚더미에 앉았다거나,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친구들을 무시하던 동창생이 한직으로 쫓겨났다는 소식을 전해주니 ‘거 참 쌤통이다’라고 생각한 일은 없으셨나요?

이렇게 남의 불행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감정을 심리학에선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 말합니다. 독일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독일어 ‘고통(Schaden)’과 ‘기쁨(Freude)’의 합성어입니다. 직역하면 ‘남의 고통은 나의 기쁨’, 뭐 그런 말입니다. 굳이 한국말로 하자면 ‘쌤통’이겠죠. 독일어나 우리나라 말이나 모두 소릿값 ‘ㅅ’으로 시작한다는 것도 참 묘한 우연입니다.

아무튼 이런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감정도 역시 우리 뇌의 신비로운 조화 중 하나입니다.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연구소의 다카하시 히데히코 박사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먼저 ‘동창생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부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장면을 상상하도록 하니 이들 뇌의 ‘전대상피질 (anterior cingulate cortex)’활동이 활발해짐을 발견하였습니다. 뇌의 전대상피질은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이 관여하는 곳입니다. 반대로 ‘그 부러웠던 동창생이 불의의 사고나 배우자의 외도 등으로 불행에 빠졌다’는 사실을 상상하게 하니 전대상피질 대신 쾌감을 발생시키는 보상회로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즉 남의 불행에 본인은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흥미롭게도 학업성적이 부진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자신보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실수에 대해 더 큰 쾌감을 느낀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네덜란드 로이덴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인데, 학업성적이 올라가고 자신감을 회복하면 남의 불행을 보고 느끼는 쾌감의 정도가 줄어든다는 것도 밝혔습니다. 즉 자존감이 높아지면 굳이 남의 불행에서 자신의 행복을 느낄 필요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럼 우린 왜 남의 불행에 ‘쌤통’이란 고약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자신이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마음과 끊임없이 남과 비교시키는 우리의 뇌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조지아 대학의 아브라함 테서 교수는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어린이들은 자신이 관심 없는 분야는 자기 친구가 더 잘한다고 열심히 칭찬하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자신이 친구보다 훨씬 더 잘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뇌는 쾌감도 느끼고 따라서 자존감도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러니 사람의 뇌는 남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찾기가 쉬운 것입니다.

이런 뇌의 못난 기질 탓에 몇 년에 걸쳐 밤새 수천 개의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나타납니다. 다른 이의 장점을 찾기보다 사소한 흠집을 찾아내 그에 대한 악성댓글을 달면서 쾌감을 느끼고, 그런 일에 서서히 뇌가 중독되면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사소한 일에도 생트집을 잡으면서 악성댓글 중독자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가족을 표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자신의 남편과 아내, 자식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매일 상처 주는 말을 계속하게 됩니다. 참 못난 뇌 아닙니까? 어쩌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엄친아’도 이런 못난 뇌가 만들어낸 ‘환상속의 그대’인지도 모릅니다.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상대방의 장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에 오늘 향기박사가 추천하는 난꽃향 은은한 유안진님의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꼭 읽어보시기를 청합니다. 그간 애정 없이 바라보니 한없이 모자라고 흠투성이였던 당신 가족과 이웃이 다시금 한없이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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