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끓인 찌개에 제초제…딸 평생 고통 속 치료받아야

  • 입력 2015-03-04 15:31  |  수정 2015-03-04 15:31  |  발행일 2015-03-04 제1면
두살배기 아들 전문기관서 보호…오열하며 뒤늦은 후회

 "그래도 살아야 한다. 제발 치료 좀 잘해달라. 정말 미안하다."


 보험금 때문에 맹독성 제초제를 이용해 가족을 잇달아 살해하고 친딸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한 40대 여성이 뒤늦게 후회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용서를 받기엔 그간의 범행이 너무나도 잔혹했다.


 이혼한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살해한 혐의를 받는 노모(44·여)씨는 급기야 친딸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7월 갑자기 몸이 안 좋아 병원을 찾은 노씨의 딸 김모(20)씨는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폐쇄성 폐질환이란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호흡곤란과 기침 등의 증세를 동반한다.


 최근까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지만, 의료진도 원인을 몰랐다.


 그 사이 노씨는 딸의 입원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 700만원을 받았다. 생명보험 종신형과 상해형 2건이 가입돼 있었다.


 경찰은 노씨가 잇따라 거액의 보험금을 받는 등 범죄 정황을 포착, 지난달 27일 노씨의 집을 덮쳤다. 농약병도 찾아냈다.


 노씨가 보험금을 받으려고 국과 찌개 등에 맹독성 제초제를 타 딸에게 먹인 것으로 확인돼 수사관들은 경악했다.


 제초제를 이용해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노씨의 집을 급습했을 당시 김씨는 위독한 상태였고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두 살배기 아들은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는 위기에 처했다.


 노씨는 자신 때문에 아픈 딸과 어린 아들을 내팽개치고 두 남편의 보험금 10억원을 챙겨 백화점 쇼핑과 스키를 즐기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경찰은 노씨 검거와 별개로 김씨와 어린 아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판단, 조치를 서둘렀다.


 김씨를 농약중독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게 하고 입원시켰다. 한때 혈중산소포화도가 74%까지 떨어질 정도로 위독했다.
 70% 이하가 되면 소생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다행히 치료를 서둘러 병의 진행은 막고 있다.


 그러나 맹독성 제초제의 성분이 체내에 들어간 이상 제거될 수 없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경찰은 어린 아들을 맡길 기관을 수소문해 지자체와 연계해 아동보호소로 보냈다. 친척들이 들러 돌보고 있다.
 구속된 노씨는 얼마 전 입원을 앞둔 딸과 면회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죄책감도 없는 듯했던 노씨는 처음으로 오열하며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이날 노씨에 대한 정신·심리검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치밀한 범행이며,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보고 공범과 여죄 여부를 캐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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