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5] 대구 가창삼거리∼헐티재∼팔조령∼가창삼거리 54㎞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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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6   |  발행일 2015-03-06 제40면   |  수정 2015-03-06
“오직 내 힘으로!” 단 하나의 생각에 몰입해 있을 때 헐티재 고지가 나타났다
헐티재서 용천사로 가는 길은 환상의 다운힐 코스 브레이크 잡는 기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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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들이 단체로 청도군 이서면 부근을 지나는 중 선두가 수신호를 하고 있다. 수신호 단체 라이딩에서 주의할 점은 반드시 가이드의 통솔에 따라야 하며, 위험상황 발견시 약속된 수신호로 위험상황을 연속적으로 뒷라이더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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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티재서 용천사로 다운힐 중인 라이더들. 다운힐시엔 1열로 라이딩을 해야 하고, 급브레이크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

가창삼거리~헐티재~각북~풍각~이서~팔조령~가창삼거리로 이어지는 길쭉한 원 모양을 그리는 로드바이크의 명소로 이른바 환상의 ‘헐팔’ 헐티재~팔조령 코스는 54㎞ 거리다. 대구에서 자전거로 헐티재와 팔조령을 넘는다는 것은 앞산을 종주한 것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평균속도 시속 22㎞로 달리면 2시간 남짓 걸리는, 운동하기 딱 좋은 구간이다.

겨울엔 노면 상태가 나빠져 로드바이크는 동면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입춘이 지나고 ‘헐팔’ 라이딩 공지가 뜨자 마치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경칩을 만난 듯 16인의 ‘떼’라이딩 행렬이 만들어졌다. 번짱의 모임 공지 글엔 어김없이 ‘미성년자 참가 절대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세상 어디에나 예외 없는 규칙이 없듯이 라이딩에는 한참 물오른 중3학생이 따라붙었다. 여성라이더 세 명이 함께한 것도 봄기운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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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조령을 나란히 오르는 두 라이더. 단체 라이딩은 우정의 힘으로 끝까지 함께 달리는 게 당일 미션이기 때문이다.


봄내음을 맡을 겸 가창삼거리서 모여 청도로 향하는 남행 자전거를 탔다. 이미 세 번을 왕복한 한티재보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초행자에겐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약간의 정복 욕구가 생겼다. 이미 이 길을 넘어서본 관록자들에겐 더 많은 라이더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길라잡이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헐팔! 헐떡거리며 올라가면 535m 팔조령에 오른다.

모임장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안전한 라이딩과 관련된 주의사항을 전달받기 무섭게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떼라이딩할 때 주의사항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다운힐 과속 및 추월 금지, 라이딩시 돌발상황 외 급격한 상하좌우 간격 벌리지 않기, 페달을 쉬지 말고 계속 밟아 앞사람과 거리를 유지하기, 핸들에서 손 떼지 말기, 최대한 안전에 임하는 태도로 라이딩에 임하기, 무리수는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 명심하기 등이다.

가창댐으로 향하는 들머리부터 약간의 오르막 주행이 시작되었다. 안장에서 허리를 들고 댄싱을 하는 라이더가 보인다. 인간은 길의 경사도에 따라 춤추는 함수인 것이다.

업힐 때는 오르막 등반 전에 경사의 정도를 예측하여 적당히 가벼운 기어비로 전환해야 한다. 등판 동안 더 경사가 늘어나 기어 체인지가 필요한 경우엔 조금이라도 회전이 올려진 시점에만 실시하는 게 좋다. 등판 동안 페달의 회전이 극단적으로 떨어지고 부드러운 기어 변속을 할 수 없게 되면, 뒤집힘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출처: 안전한 자전거 타기) 라이딩할 때 업힐은 본인 힘의 120%를, 다운힐은 본인 힘의 70%만 쓰라고 권장한다. 그렇지만 오르막일수록 기어 변속 이후 천천히 페달링을 해야 한다. 무리하게 페달링하면 금세 지치고 숨이 차서 자전거에서 내려 낙오되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1분에 90번 정도 페달 회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주행법이라고 한다.

오르막길 떼라이딩할 때 휴식을 잘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대오를 잘 유지하면서 한 명의 낙오자나 불상사도 없이 목표지점을 향해 모두의, 모두를 위한 주행을 하는 게 떼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10여 분간 휴식을 하면서 준비한 음식물을 나눠먹으며 스태미나를 보강한 뒤, 헐티재를 향한 스퍼트를 했다. ‘헐팔’은 라이더들이 헐티재 정상까지 업힐할 때면 영혼이 헐린 티가 난다고 “헐티재"라 칭한다는 속설이 생겨났다. 오르면 오를수록 영혼이 헐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속도로 업힐하는 라이더를 보면 그저 부러움만 일고, 오직 타인의 도움 없이 내 몸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단 하나의 생각 말고는 무아지경으로 내몰릴 때 고지가 나타났다. 이 길에서도 우리가 정상에 다다를 때는 항상 지친 몸일 때라는 희망을 배운다.

“청도 각북 용천사 가는 길, 산 능선을 타고 건장한 송전탑들 이어지고, 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진달래 꽃불, 저를 한 마리 꽃소로 만드는 것도 산은 알지 못한다.”

헐티재에서 잠시 쉬면서 이성복 시인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중에서 ‘청도 각북 용천사 가는 길’이 떠올랐다. 시인은 송전탑이 저렇게 문제가 될 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일까? 충격과 공포를 주는 소름을 느꼈다. 부리나케 용천사 길을 지나치자 스치는 마을이 삼평리였다.

헐티재에서 용천사로 가는 길은 환상의 다운힐 코스다. 다운힐 할 때는 브레이크 잡는 기술이 중요하다. 리어(뒤), 프런트(앞)는 6대 4의 비율로 속도가 향상 초과하지 않도록 여러 번에 나누어 자주 브레이크 거는 것이 기본이다. 전면 브레이크만 사용하거나,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뒤집히는 사고로 직결된다. 또한 긴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건 상태로 두면 림이 과열되거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작은 사고는 당해보는 게 큰 사고를 부르지 않는 선행학습인데, 떼라이딩에서 주행기술 미숙으로 사고나면 낭패를 부를 수 있으니 소규모 라이딩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라이딩 중 넘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질 것 같아서 팔로 완충하는 경우 빼고는 핸들 잡고 그 자세 그대로 넘어지는 게 오히려 부상이 적다고 한다.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고 탈 때도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숙지해 두면 좋은 안전사고 예방 팁이다.

가끔 사고가 일어나지만 부상 정도가 없는 경우를 목격하곤 하는데, 그 천만다행의 순간을 지켜보면 아찔해진다. 다운힐을 시작해 가속도를 낸 한 무리의 자전거떼엔 애매한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문제다. 떼 지어 라이딩하는 바이커 팀을 만나면 안전하게 멈춰서주는 것도 베스트 드라이버의 센스에 해당할 것이다. 헐티재 쪽엔 아직 차량 통행이 많다. 헐티재는 자동차, 자전거 모두 조심조심 배려하면서 달려야 할 공존, 공유, 공영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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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사길을 통과하니 각북~풍각~이서로 평지길이 이어졌다. 아직은 생명을 감추고 있는 들판이 펼쳐졌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앞서나가는 것도 뒤따라가는 것도 모두 힘들어지는 점심시간. 이때부턴 밥을 먹으러가기 위한 필사의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차가 잘 다니지 않아서 좋은 398m의 팔조령 옛길은 예스러움을 더해 가는 것 같아 좋았다.

‘헐팔’ 라이딩 구간에 쉬어갈 만한 곳으론 가창댐, 대구미술광장, 동제미술관, 정대숲, 비슬문화촌, 에다소소 갤러리, 최복호패션연구소 펀앤락, 전유성의 한국 코미디 창작촌(조성중), 유등지, 청담 갤러리, 용암온천, 청도박물관, 우록 녹동서원, 허브힐즈 등이 즐비해 있건만 갈 길 급한 라이더들은 그냥 지나치기 바빴다. 떼라이딩은 스포츠 단계이고 살방살방 문화관광 라이딩을 하려면 꽃 피는 봄이 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스포츠라이딩에서 문화관광 라이딩으로 넘어가는 길에 포토바이킹이 함께 달린다.

팔조령에서 대구로 돌아오던 길에 맞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팔조령, 그 내리막길 다 내려온 평지길 위에서 역풍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했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지만 속도가 나질 않았다. 평지 길에서 앞서 가는 사람 10m 따라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인생지사도 느꼈다. 현대인은 하루 약 2ℓ의 물을 마시는 게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고 하는데, ‘헐팔’ 코스는 물 잘 안 마시는 내 몸에 약 2ℓ가량의 물을 마시게 하는 내 몸에 딱인 힐링코스였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헐티재 라이딩 요령

헐티재는 해발 535m이며, 팔조령은 해발 398m여서 두 곳의 업힐코스는 꾸준한 업힐을 하여야 한다. 업힐을
할 때의 팁은 토크가 아닌 케이던스로 하여야 하며, 자기의 체력 80%를 사용하며 올라야 다운힐 때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다운힐 때의 팁은 라이더가 제어할 수 있는 속도로 내려가야 하며, 안전사고로 슬립이 생길 땐 핸들 바를 끝까지 잡고 있어야 최소한의 골절상은 피할 수 있고, 사이클의 경우 드롭바를 잡고 다운힐을 하여야 더 안전하며, 체중을 앞바퀴에 좀더 두어야 조향이 자유롭고, 브레이크의 조절은 앞과 뒤는 각각 50%로 잡고 다운힐 하여야 한다. 물론 선수들의 브레이크의 성향은 나름 다를 수 있지만 표준으로 삼아야 하는 브레이크는 앞뒤 각 50%이면 무난한 다운힐을 할 수 있다. 끝으로 단체 라이딩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반드시 가이드의 통솔에 따라야 하며, 라이딩시엔 1열로 라이딩을 하여야 하고, 앞뒤 간격은 3~5m의 간격으로 하며, 이어폰 사용과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라이딩하는 경우엔 소음으로 인한 안전사고에서 자유롭지 않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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