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노보텔대구 8층 레스토랑 ‘더 스퀘어’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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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6   |  발행일 2015-03-06 제41면   |  수정 2015-03-06
프랑스 생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손질부터 만드는 데까지 2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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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달팽이 요리 대구에서 첫 선
과일 곁들인 부르고뉴 스타일
달팽이 7개 한 세트 2만4천원

 

전창 노보텔대구 총주방장(51·왼쪽 사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난해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온 프랑스음식 전문 셰프인 그는 “호텔 8층에서 직접 식용 달팽이를 키우는 것은 물론 그것으로 에스카르고(escargot, 프랑스 달팽이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한 뒤였다.

1988년 처음 입사한 롯데호텔에서 프랑스 요리에 입문한 그는 92년부터 5년간 광화문 교보빌딩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라브리(L’abri)’에서 프랑스인 총주방장에게 도제수업을 받는다. 이후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국립극장 ‘해와 달’ 레스토랑 등을 거쳤다. 그런 그가 대구에 프랑스 요리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다. 기자는 그동안 소스 맛밖에 나지 않고 육질은 골뱅이 수준인, 캔에 담겨 유통되는 달팽이 요리에 적이 실망해왔기 때문에 양식 달팽이 요리가 더없이 궁금했다.


◆ 에스카르고에 얽힌 사소한 이야기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프랑스 식사에 익숙하지 않은 줄리아 로버츠가 집게를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달팽이가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대게도 그렇지만 달팽이 요리는 제대로 먹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엔 에스카르고가 운명적 음식인 것 같다. 파리는 ‘플라뇌르(Flaneur·목적지 없이 거리를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산책자)’에게 천국으로 통한다. 노천카페를 전전하는 느릿한 파리지앵은 ‘와우(蝸牛·달팽이의 약용 이름)’ 같다. 달팽이는 대개 1초에 24㎜ 이동한다.

달팽이 요리는 파리 초기를 지배했던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프타르 골목과 팡테옹 언덕 일대를 ‘카르티에 라탱(라틴 구역)’이라 부르는 이유도 달팽이 요리의 그것과 동일하다. 달팽이 요리는 껍데기의 속살인 ‘헬릭스포마티아’를 꺼내 식초와 소금에 절인 뒤 양파와 당근, 마늘, 파슬리 등을 잘게 으깨 무염버터와 화이트 와인, 레몬즙으로 조리해 껍데기에 채워넣은 것. 달팽이 요리의 맛은 이 헬릭스포마티아가 포도 잎을 좋아하기에 최고의 포도주 재배지를 산지로 둔 달팽이가 최고로 통한다. 당연히 에스카르고는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 요리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달팽이를 없애려고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지만 석회질과 점토, 규토로 구성된 부르고뉴의 토양과 관련 있다. 달팽이가 스스로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질 토양이 필요하다.

◆ 국내는 1992년 식용 분류된 달팽이

국내에선 달팽이가 식용보다 약용으로 유통됐다. 식용달팽이는 그동안 해충으로 간주돼 국내에선 식용과 양식이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1992년 2월 보건사회부의 유권해석으로 식품원료로 분류돼 식용 달팽이 양식이 가능해졌다. 소금이 그동안 광물로 분류됐다가 식용으로 인가된 것과 비슷했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달팽이 관련 물건이 많이 탄생한다. 식용달팽이 전문가공업체인 한민식품은 식용 달팽이 양식과 요리법을 소개한 책을 발간했다.

달팽이점액을 이용한 비누도 출시됐다. 80년대 칠레 농가가 당시 주요 수입원이던 식용 달팽이 활용 방법을 찾다가 달팽이를 활용한 크림 같은 화장품을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달팽이의 점액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점액이 주는 효과 때문이다. 달팽이는 껍데기에 상처가 나면 빠르게 치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점액에 들어간 ‘뮤신(Mucin)’이라는 성분 덕분이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에 가면 달팽이 요리 전문 한식당 ‘달팽이 초원’(055-331-9636)이 있다. 주인이 프랑스에서 달팽이를 직접 수입해 길러 왔단다.

◆ 에스카르고 만드는데 2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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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텔대구 8층 뷔페 레스토랑 ‘더 스퀘어(The squre)’ 입구 왼쪽.

펫하우스 비슷한 게 놓여 있다. 무엇에 사용하는 물건일까. 아크릴 상자 모양의 이것이 요즘 손님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통 안에는 대구 어느 식당에서도 만날 수 없는 식용 달팽이가 양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총주방장은 그 통을 애지중지한다.

“더 스퀘어가 프랑스 요리 전문 뷔페 레스토랑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일단 푸아그라와 함께 프랑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에스카르고 정도는 냉동이 아니라 살아있는 달팽이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살아있는 달팽이로 만든 요리가 국내 레스토랑에서 첫선을 보인 건 불과 5~6년 전이다. 물론 서울에서다. 지방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다들 캔 속에 절임된 냉동 달팽이에 만족해야 했다. 전 주방장은 작년 12월부터 달팽이 양식을 시작해 지역에 ‘생 달팽이 요리 시대’를 연다.

그는 대구 인근의 달팽이 농장부터 수소문했다. 칠곡군 동명면에 있는 동명 달팽이농장으로부터 6개월 키운 달팽이를 공급 받는다. 달팽이집도 4채를 지어 150여마리를 관리한다. 달팽이는 코코넛껍데기를 갈아만든 거무튀튀한 퇴비처럼 생긴 코코넛핏에서 산다. 생육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기온도 17℃ 이하로 내려가면 동면에 들어간다. 항상 24~28℃를 유지해야 한다. 또 습도도 40% 이상이어야만 한다. 건조해지면 분무기로 가습을 해줘야 한다. 달팽이 똥은 곧 조성할 허브가든 퇴비로 재활용한단다.

◆ 번거로운 달팽이 요리과정

달팽이 요리는 손이 많이 간다.

미꾸라지처럼 달팽이도 ‘해감’이 필수. 달팽이 몸에 부착된 끈적한 뮤신은 물론 장에 들어 있는 불순물을 말끔히 제거하기 위해 무려 24시간을 굶겨야 한다. 그다음 3시간를 정도 식초와 소금을 섞은 용액에 담가둔다. 20여분 삶아 식힌 뒤 껍데기와 속을 분리한다. 껍데기만 또 삶아 이물질을 없앤다. 분리한 살을 껍데기 안에 다시 넣는다. 블루치즈, 버터, 바질, 마늘, 후추 등을 껍데기 속에 채워넣어 오븐에서 구워낸다. 이만저만 귀찮은 녀석이 아니다. 그러니 누가 생 달팽이 요리에 도전장을 내겠는가.

껍데기째 나올 때는 왼쪽에 용수철이 달린 에스카르고 집게(스네일 텅·Snail tong)와 오른쪽에 에스카르고용 포크(작고 포크날이 2개임)가 함께 나온다.

먹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집게로 에스카르고를 잡고 포크로 살을 끄집어내 스푼 위에 올려놓고 먹으면 된다. 에스카르고 소스를 먹기 위해 빵을 사용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 하지만 가족이나 격이 없는 친구와의 식사 때는 포크로 빵 조각을 찍어 접시에 펼쳐진 에스카르고 소스를 먹는 것이 괜찮다.

과일이 곁들여진 에스카르고를 시켰다. 전 총주방장은 에스카르고 밑에 구운 토스트를 깔았다. 납작하게 잘라 구운 빵 위에 각종 재료를 얹어 먹는 이탈리아 전채인 ‘브루스케타’가 연상됐다. 혀 위에 올라온 달팽이 육질은 안개처럼 감기는 농밀한 소스맛 때문에 그 향미가 목에서 오래 머물렀다.

‘자객’ 같은 명셰프의 실력을 오래 음미하려면 손님이 자주 그를 ‘긴장’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그 자객이 굳이 지방에 눌러앉을 이유도 없을 듯싶다. 에스카르고도 그렇지 않을까.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달팽이 요리 과정

1. 달팽이를 24시간 굶겨 이물질을 없앤다.
2. 그다음 3시간 정도 식초·소금을 섞은 용액에 담가둔다.
3. 20여분 삶아 식힌 뒤 껍데기와 속을 분리한다.
4. 껍데기만 또 삶아 이물질을 없앤다.
5. 분리한 살을 껍데기 안에 다시 넣는다.
6. 블루치즈, 버터, 바질, 마늘, 후추 등을 껍데기 속에 채워넣어 오븐에서 구워낸다.

메뉴 팁

현재 과일을 곁들인 부르고뉴 스타일 에스카르고는 2만4천원(달팽이 7개가 한 세트). 3월15일부터는 프렌치 스타일의 가재요리를 선보인다. 프랑스 현지로부터 기물이 완전하게 들어오면 4월말부터 10여가지 단품 메뉴(2만원 안팎)로 구성되는 ‘프랑스 가정 요리 특선’을 선보인다. 현재 부야베스, 키슈, 코코뱅, 크림감자 그라탕, 니스식 샐러드, 크렘브륄레 등 10여가지 메뉴에 이어 조만간 구운 아이스크림과 퐁네프 감자도 맛볼 수 있다.

부야베스는 프랑스 남부식 해물탕이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대표적 요리로 도미, 우럭 등 흰살 생선과 어패류와 채소 등을 무쇠솥에 넣고 걸쭉하게 끓여낸 것이다. 갓 잡은 신선한 어류에 매콤한 카옌 페퍼와 남부 지방에서 많이 나는 샤프란(‘사우스 프랑스’라는 뜻)이 독특한 맛을 낸다. 2년전 남구 대명9동에 레스토랑 ‘몽중헌’에서 부야베스를 냈는데 문을 닫아 현재 대구에선 제대로 된 부야베스 맛을 보기 어려운 실정.

키슈는 1605년 3월 프랑스 낭시의 생 줄리앙 병원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여러 종류의 질환 치유를 돕기 위하여 해산물과 함께 만들어졌다. 여기서는 연어, 관자, 새우, 홍합 등에 계란물, 우유, 크림 등을 넣고 그라탱처럼 요리해 낸다. 코코뱅은 와인에 졸인 닭 요리다. 퐁네프 감자는 퐁네프 다리에서 탄생된 프랑스 정통 프라이드 포테이토.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 패스트푸드로 발전했다. 점심 뷔페는 1만2천900원, 디너뷔페 특선은 3만9천900원이다. (053)664-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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