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운영 구미 선산중을 가보니…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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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5   |  발행일 2015-03-25 제4면   |  수정 2015-03-25
“시험 없어 교과서 밖에서 마음껏 꿈 펼쳐” 학생들 행복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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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선산중 학생들이 지난해 열린 예술동아리 합동발표회에서 틈틈이 배운 춤을 선보이고 있다. <선산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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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중학교의 특기적성동아리반 학생들이 춤을 배우고 있는 모습. <선산중 제공>

자유학기제는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중간과 기말고사 등의 지필평가 없이 학생들이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한 제도다. 음악·미술·체육 등의 프로그램을 방과후 활동과 연계시켜, 다양한 현장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한 진로탐색, 직업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복잡한 교육과정을 바꾸는 유연성도 있다. 2013년 전국 42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교육부는 지난해 전체 중학교의 20%인 600개교, 올해는 전체 중학교의 절반가량인 1천500개교로 확대했다. 내년에 전국 중학교에 자유학기제 도입을 앞두고 2014년 경북도교육청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구미시 선산읍 선산중의 학습 현장을 들여다봤다.


6∼7교시 동아리·예체능 중심 운영
댄스서 영어교실까지 다양하게 진행
직업체험도 실시…학생들 생기발랄

학부모·교사와 대화 늘고 왕따 실종
전학 가는 학생보다 오는 학생 많아
교사는 업무과중 탓 불만족 높은편

◆중학교의 신선한 교육 혁명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당시에는 시험을 안 본다는 것만으로도 저와 친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나 지금은 저의 꿈을 일깨워 준 항해사나 다름없습니다.”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매주 금요일 뮤지컬반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구미시 선산읍 선산중 김모군(2년)의 말이다.

2학년 재학생 144명이 자유학기제 대상인 선산중은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11개의 특기적성 동아리활동반(뮤지컬·사물놀이·밴드·모둠북·댄스·마술·승마·애니메이션·디자인·요리·공예반)과 8개의 예체능활동(국악·벨리댄스·일본어·영어교실·발명반·캘리그래피·플루트·읽기반)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오전과 오후로 나눴다. 학생들은 월~목요일에는 1~5교시까지 매주 19시간만 기본교과를 배운다.

이후 6~7교시에는 예술, 체육, 진로탐색, 동아리 등의 다양한 학습 모형으로 운영한다. 금요일은 학생들이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선택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만족, 교사는 힘들어

선산중이 지난해 자유학기제 혜택을 받았던 2학년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운영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았으나 교사들의 만족도는 중간 정도에 그쳤다.

당시 자유학기제 운영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은 만족 63%, 보통 31%, 불만족 6%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학부모들은 만족 53%, 보통 22%, 불만족 25%였다. 교사 만족도는 만족 39%, 보통 27%, 불만족 34%로 학생과 학부모에 비해 부정적 견해가 다소 높았다.

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본연의 수업 이외에 특기적성 동아리, 예체능 활동 등의 업무 과중으로 불만족 비율이 다소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교사가 힘들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속설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기제 시행과 함께 항상 머리를 싸매야 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소질 계발과 즐거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신선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대목이다.

◆자유학기제는 매우 성공적

지난해 2학년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이후 선산중에서 전학을 간 학생은 6명뿐이었다, 매년 30~40명이 빠져나가던 과거에 비해 20%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자유학기제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1명이 빠져나간 반면 전학 온 학생은 4명으로, 입학식 때보다 오히려 재학생이 늘었다.

농촌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는데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도도 훨씬 높아졌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들의 대화가 크게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선산중에서 학교폭력과 왕따는 아예 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배움의 행복감에 젖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양진오 선산중 학교운영위원장은 “자유학기제 실시 이후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거나 벌점을 주느라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됐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학교의 역할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미=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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