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블루골드의 시대] <2부> 차세대 먹거리 물산업 (2)포스트 물포럼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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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5   |  발행일 2015-03-25 제5면   |  수정 2015-03-25
대구, 물산업 R&D시설·100여개 기업 손잡고 글로벌시장 공략
20150325
지난해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조만간 착공할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의 조감도. 대구시는 이 클러스터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물산업 선도도시로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다음달 12일부터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은 ‘물의 도시 대구’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행사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자칫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물포럼을 기회로 대구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포스트 물포럼 필요

대구시는 그동안 구상했던 ‘포스트 세계물포럼’을 현실화하기 위한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이번 세계물포럼이 끝난 후 그 인적·물적 인프라를 하나로 응집해 대구를 세계적인 물산업 허브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물 산업 클러스터’가 있다.

왜 물 산업 클러스터가 중요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 산업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어떤 산업이든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R&D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 → 실증실험 → 국내 사업실적 → 해외진출 등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물 산업은 이러한 단계를 철저히 거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2017년까지 사업비 3100억 투입
원수·하수 등 쉽게 이용 가능한
달성 구지에 ‘물 클러스터’조성

 

기초·응용연구∼실증 실험까지
국내서 기술경쟁력 충분한 검증
정부차원 전문인력 양성 등 지원

 


물 산업 해외진출은 실증시험 결과에 대한 단순한 해외인정 여부보다는 내수시장에서의 실적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자유자재로 실증시험을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내수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대규모 물 산업 테스트베드는 국내에 없다. 결국 내수시장에서 기술경쟁력과 실적을 확보해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구의 최고 기업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일류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물 기업이 기술경쟁력 미흡, 영세한 사업구조,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지원체계 부족 등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것. 실제 국내 7천848개 물 기업의 70%가 10인 미만 소기업이고, 물기업 평균 수출참여율은 4.5%에 불과하다.

반면 물 산업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클러스터 구축, 기술역량 개발, 국제화를 3대 전략으로 수립하고 지원을 통해 물 산업 육성에 성공했다. 특히 자국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국내사업에 적용해 실적을 확보하고, 중국 등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김부섭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은 “국내 물 관련 기업이 짧은 기간에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클러스터 조성은 필연적”이라며 “물 산업 클러스터는 관련 기술 및 행정의 인증·검증 기능, R&D기능, 기업의 기술·상품화·해외시장 개척, 전문가 양성 등 네 가지 분야를 육성해야한다”고 설명했다.

◆ 해답은 클러스터

물 산업 클러스터는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64만5천㎡ 부지에 각종 물 산업 연구와 생산시설이 융합된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와 대구시는 2017년까지 국비 2천500억원 등 총 사업비 3천100억원을 투입한다. 이미 지난해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기술성, 정책성, 경제성을 통과했고 조만간 착공한다.

물 산업 클러스터의 역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B정부 당시 녹색성장위원회가 ‘물 산업 육성 전략’으로 2020년까지 3조2천여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2012년 환경부가 물산업 특화지구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윤곽이 잡혔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물산업 클러스터를 대구지역 공약으로 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대구가 물 산업 클러스터 최적지로 선정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구는 낙동강 덕분에 풍부한 양의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구국가산업단지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바로 원수와 하수, 폐수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만 실증실험 연구를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구 국가산업단지에는 자체 발생 폐수 1만t을 비롯해 주변 아파트단지의 생활하수 9천t, 낙동강 원수 2만t(이상 하루 기준)이 있다. 언제든 원수, 하수, 폐수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공업용수 정수장, 정수·하수·폐수 재이용을 통한 수처리 테스트베드 조성 물산업 기술 실증화 시설과 물융합 연구동의 최적 공간인 셈이다.

역사적 배경은 위기 속 기회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페놀 수질오염 사건으로 인해 대구에는 최첨단 중수 처리시설을 갖춘 중수장 6개, 음식물 처리시설이나 폐수 병합 처리시설, 침출수 등의 고도로 선진화된 처리 시설을 갖춘 하수 처리장 7개가 가동 중이다. 뼈아픈 과거가 대구를 물 산업 선진도시로 만든 것이다. 대구는 2009년도 이후 정부가 평가하는 상하수도 평가에서 줄곧 최우수, 또는 우수상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물 산업 클러스터가 본격화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먼저 물 관련 기업 집적단지가 추진된다. 이를 위해 대구국가산단에 2017년까지 100여개의 기업이 둥지를 튼다. 이뿐만 아니라 전자, 기계, 신재생 에너지, 신소재, 정보 산업인 IT, 바이오 산업인 BT, 나노 산업인 NT와 관련한 첨단 기업과 연계할 경우 국내 산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물 산업 관련 각종 기본 시설이 들어선다.

진용환 대구세계물포럼지원단장은 “대구국가산단에 물 산업 진흥센터가 생기면 물 관련 인증, 검증 등을 담당하게 된다”며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영세한 물 기업의 마케팅과 제품 판매, 수출, 전문 인력 양성에 정부 차원의 도움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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