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자해소동 10대를 어머니처럼 다독인 여경

  • 입력 2015-03-26 10:26  |  수정 2015-03-26 10:26  |  발행일 2015-03-26 제1면

 부모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반발해 자해소동을 벌이는 고교생을 50대 여경이 다독여 진정시킨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5시 52분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교 2학년생 A(16)군이 자해를 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A군의 부모는 같은 날 오후 아들이 갑자기 집에서 뛰쳐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걱정과 달리 A군은 곧 귀가했지만 재차 부모와 언쟁을 벌이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수서서 여성청소년계와 강력팀, 인근 지구대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군은 20㎝ 길이의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든 채 연방 베란다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A군의 어머니는 새끼손가락을 베여 피를 흘리는 상태였고 다른 가족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경찰관들이 집에 들어오자 A군은 더욱 흥분해 "더 이상 다가오면 당신들도 죽이고 나도 목을 찔러 죽겠다"고 위협하며 20분 넘게 대치를 이어갔다.


 그가 이같은 행동을 보인 것은 게임 때문이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임에도 인터넷 게임에 집착하는 모습이 마뜩찮았던 A군의 부모는 인터넷 선을 끊어버렸고, A군은 이에 격분해 집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자해 소동을 벌였던 것이다.


 위급한 상황을 정리한 것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정다복(50·여) 경위였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정 경위는 A군에게 "누가 널 이렇게 화나게 만들었니. 우리 한 번 대화를 해보자. 그렇게만 하면 네 마음이 전달이 잘 안 되니까 경찰 이모랑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말했다.


 A군의 마음이 다소 흔들리는 것을 느낀 정 경위는 나머지 경찰관들을 모두 내보낸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경위는 고교 1년생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는 10여분간 자신과 자녀가 어떻게 사춘기를 극복했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다 지나고 보면 지금 이런 상황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A군을 다독였다.


 A군은 결국 눈물을 보이며 유리조각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정 경위는 A군으로부터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정 경위는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이런 아이들은 원래는 착한 심성을 가진 경우가 많다"면서 "부모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기다려주고 자녀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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