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혁신도시 인근에 ‘도공촌’(도로공사 사원마을) 만들어 직원이주 도와요”

  • 장용택,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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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8 09:01  |  수정 2015-03-28 09:32  |  발행일 2015-03-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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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김천혁신도시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천에 새롭게 둥지를 튼 도로공사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천인구 15만 회복 운동에 동참 사장이 직접 가족이주 환경 조성

부채 26조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
통행료 8년간 2.9% 인상에 그쳐, 日·英 등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아

세계 최초 스마트하이웨이 구축 고속도 운행관련 정보교환 가능


“국토의 중심부에 있는 김천은 전국의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도로공사 본사의 입지로 최적지입니다. 거기에다 덤으로 순박하기 그지없는 인심과 빼어난 자연환경까지 받았으니 가히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진 국회의원(3선)으로, 18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장까지 지냈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엄밀히 평가한다면 휴면기에 있는‘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백의종군함으로써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물꼬를 텄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그리고 얼마 전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거명되는 등 중앙 정계에서 여전히 무게감을 과시하고 있다.

2013년 12월 사장을 맡으며 전문경영인의 영역에 든 그가 이끄는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42년과 앞으로 이어질 사사(社史)에 크게 기록될 전환기를 맞고 있다. 도로공사 본사가 국가를 아우르는 인적 자산과 물질적 자산이 집중된 수도권을 떠나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황량한 들판에 우뚝 선 도로공사 사옥을 보면, 지방분권의 취지에서 추진된 혁신도시 추진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생뚱맞다’는 느낌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김천시민’으로 살게 된 도로공사 직원들이 김천시민과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가 가장 큰 숙제다.

김천시민이 ‘정치인’이었던 김학송 사장에게 거는 기대는 여기에 있다.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낳는 데 산파가 돼 달라는 것이다.

지난 19일 오후 김천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그는 첫마디에 대뜸 ‘부인과 함께 김천으로 이주했다’고 했다. 그리고 김천시와 함께 ‘도공촌(도로공사 사원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천혁신도시와 멀지 않은 한적한 시골, 양지바른 곳에 ‘도공촌’을 만들겠다. 우리 사원들이 회사 가까운 곳에 살며 텃밭도 가꾸고 전원생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게 되면 전국 각지에 흩어져 근무하는 사원들도 왕래가 편리한 김천을 두고 굳이 수도권에 집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김천혁신도시에 고등학교가 신설됐고, 명문 김천고가 있는 등 교육환경이 좋은 편이다. 대중교통, 병원 등 정주여건이 미비한 점도 있지만 차차 해결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김천시가 벌이는 ‘인구 15만명 회복운동’의 한 축을 도로공사가 담당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이 직접 나서 직원 가족의 김천이주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도로공사 전체 임직원은 정확히 5천789명이지만 각 지역본부, 지사, 영업소 및 산하 기관에 흩어져 있고, 본사에는 902명이 있다”며 “현재 본사 직원 가운데 13%인 115명(가족 포함 254명)이 김천으로 이주했고, 나머지는 혼자 내려왔지만 사택이나 김천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사실상 김천시민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도로공사가 앞으로 김천발전에 미칠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역할도 적지 않다. 도로공사는 김천대를 포함한 대구·경북의 28개 대학 및 고교에 도로공사의 노하우가 축적된 ‘e러닝’을 무료 제공해 학업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도로공사 본연의 사업을 짚어 봤다. 김 사장은 “원론적인 얘기지만, 고속도로를 잘 만들고, 관리함으로써 산업활동과 국민의 일상에 역동성을 높여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며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을 추구하는 게 도로공사의 비전이며, 경영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도로의 기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문화가 있는 고속도로’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있는 고속도로’ 등이 이에 속하며, 스마트하이웨이(Smart Highway), 스마트톨링(Smart Tolling·톨게이트를 없애고 차로 구분도 없이 바로 통과할 수 있는 시설) 등 기술 집약형 고속도로 구축사업은 국제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과 차량, 또 각종 시설물과 차량이 운행 관련 모든 정보를 실시간에 교환할 수 있는 ‘스마트하이웨이’는 IT, 자동차, 도로 분야의 첨단 기술 집합체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스마트하이웨이를 구축했다.

김 사장은 “현재 경부고속도로 서울~수원 구간에만 스마트하이웨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곧 영동고속도로 신갈~호법 구간에도 적용하는 등 확대를 해나간다”며 “우리나라 모든 고속도로에는 광통신망이 설치돼 있는 등 이른 시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도로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발표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6조원으로, 그 규모가 공기업 가운데 다섯번째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방만경영’ 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단기에 대규모의 재원이 투입되는 고속도로 건설 비용을 통행료 등으로 회수하는 데는 30년 이상이 소요된다. 당장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경기부양 등을 목적으로 우리 회사가 투입한 돈이 6조7천억원으로, 이로 인해 늘어난 빚은 이자를 포함해 8조6천억원이 된다. 둘째는 모든 국민과 연결된 고속도로 통행료를 현실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도로공사 총수입의 90% 이상을 고속도로 통행료가 점하는 데 반해 원가보상률(총수입/총괄원가)은 81.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공공요금 인상률을 참고하면 고속도로 통행료는 2.9% 인상에 그쳤다. 이 기간 전기(44.6%), 가스(69.2%), 철도(7.3%) 등 공공요금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물가상승률도 23.9%에 달했다. 또 일본과 영국, 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의 고속도로 통행료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차·출퇴근차량·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등이 대상인 ‘통행료 감면’차량의 통행료가 전체 통행료의 6.8%를 차지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는 진단이다.

여기에서 김 사장 특유의 리더십이 발휘된다. 전체 직원에 대한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빚을 줄여가자는 것이다. 2013년 12월 취임한 김 사장은 이듬해부터 2017년까지 도로공사 스스로 부채 6조4천억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로공사는 김 사장 취임 후 온전히 경영한 첫해인 2014년에 부채 2조8천억원을 감축했다. 이는 당초 목표보다 19% 초과 달성한 것으로, 정부로부터 ‘부채감축 자구노력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도로공사는 청렴성이 돋보이는 공기업’이라고 자랑했다. 이는 도로공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시행한 ‘2014년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최고 등급(1등급)을, 지난 4년 연속 우수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김 사장은 ‘더 많은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더 많이 노력해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대담=장용택 중부취재본부장

정리=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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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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